[2021 세계 10대 뉴스] ⑤ 일본, 기시다 내각 출범···단명한 스가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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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세계 10대 뉴스] ⑤ 일본, 기시다 내각 출범···단명한 스가 총리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1.12.20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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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열흘 만인 10월 14일 중의원을 해산한 기시다 총리는 같은 달 31일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간판 정책으로 내걸고 자민당을 승리로 이끌었다. 사진=AP/ 연합
취임 열흘 만인 10월 14일 중의원을 해산한 기시다 총리가 만세삼창을 외쳤다. 같은 달 31일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간판 정책으로 내걸고 자민당을 승리로 이끌었다. 사진=AP/ 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작년 9월 16일 출범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내각은 올해 10월 4일 1년여 만에 단명했다.

스가 내각은 출범 초기 60∼70%대 지지율로 순항했지만 도쿄올림픽·패럴림픽(7월 23일∼9월5일) 기간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최대 2만 5000명대까지 늘어나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스가 총리는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고 사실상 일본 총리를 뽑는 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가 승리하면서 10월 4일 국회에서 100대 총리로 선출됐다. 같은 날 1차 기시다 내각이 출범했다.

취임 열흘 만인 10월 14일 중의원을 해산한 기시다 총리는 같은 달 31일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간판 정책으로 내걸고 자민당을 승리로 이끌었다.

당초 승패 기준으로 거론되던 단독 과반(233석)뿐 아니라 모든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독점하면서 위원도 과반을 차지하는 '절대안정다수' 의석(261석)을 확보했다.

기시다 총리가 11월 10일 국회에서 101대 총리로 다시 선출돼 같은 날 2차 기시다 내각이 출범했다.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 관료였던 아버지의 미국 부임으로 초등학교 1~3학년을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다녔다. 미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인종 차별을 당한 것을 계기로 정치인 꿈을 품은 것으로 알려진 기시다는 9선 의원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총리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당시 같은 반 학생들과 동물원에 갔을 때 선생님이 옆에 친구와 손을 잡으라고 했는데 기시다 옆에 있던 백인 여학생이 싫은 기색을 보이며 기시다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고 한다. 

기시다가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경험한 인종차별이었다. 인종차별을 겪은 기시다는 상황을 이해했을 때 "이런 부조리를 없애고 싶다"고 생각했으며 다양성을 중시하는 정치를 지향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기시다에게 정치는 친근한 세계였다. 공무원 생활을 하던 아버지는 정치에 뛰어들었고 할아버지도 중의원을 지낸 정치인이었다. 1992년 중의원이던 부친이 사망하자 이듬해 기시다는 중의원 선거 히로시마(廣島) 제1구에 자민당 후보로 출마해 처음 당선됐다.

기시다가 존경하는 인물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자민당 내 파벌 고치카이(宏池會·일명 기시다파)를 설립한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1899∼1965) 전 총리로 전해졌다.

좌우명은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사람을 대한다는 뜻인 '춘풍접인'(春風接人)이다. 애주가인 기시다는 과격한 발언을 거의 하지 않는 신중한 인물로 적을 만들지 않는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내 파벌 정치에 적지 않은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대담함보다 신중함이 눈에 띈다. 여당과 정책조율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정권을 안정시키는 지름길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행보는 지난 11월 26일 여당의 경기부양책 논의에서 선명하게 나타났다. 기시다는 내년 여름 참의원선거를 고려해 여당 자민당과 공명당의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였다.

국민과 소통 능력이 부족해 지지율이 급락했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나 야당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종종 노출됐던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비해 변화된 기시다 총리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10월 31일 중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참패하면서 대여 공략 기조를 바꾼 것도 기시다 총리에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전 정권의 실책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잘못이라 인정했다. 아베 전 총리의 ‘아킬레스 건’이라 할 수 있는 ‘벚꽃을 보는 모임’과 관련한 질의가 대표적이다. 야당의 날선 질의에도 잘잘못을 확실하게 인정했다는 평가다.

마이니치신문이 18일 실시한 전국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54%로 지난달 조사 때보다 6%포인트 올랐다. 코로나19 대책을 높게 평가한다는 응답도 46%에 달해 “낮게 평가한다(26%)”는 답변을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이후 40% 넘는 국민에게서 코로나19 대책을 호평받은 건 기시다 총리가 유일하다.

기시다는 아베 정권 시절 연속으로 약 4년 8개월 간 외무상을 지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2015년 한일 합의의 당사자이다.

이력에 비춰보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아베·스가 정권의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는 한국과의 안보 협력 등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인물이기도 하며 그가 갈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주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및 정권 안정이 기시다 총리의 우선 과제인 상황이라서 한일 관계에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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