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3사, 수장에 '패션통' 앉힌 이유…“그냥 명품으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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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3사, 수장에 '패션통' 앉힌 이유…“그냥 명품으론 안 돼”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12.01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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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현대百, 대표 모두 ‘브랜드 전문가’
롯데는 처음으로 경쟁사 출신 대표로 앉히기도
패션 브랜드 매출이 백화점 전체 실적 좌우해
특히 메종마르지엘라 등 ‘신명품’에 대한 수요↑
(왼쪽부터)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손영식 신세계 대표,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사진제공=각 사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국내 주요 백화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수장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패션통(通)’으로 요약된다. 백화점 3사가 일제히 명품과 패션에 특화된 브랜드 전문가들을 대표 자리에 앉혔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로 요약되는 럭셔리 명품 외에도 메종키츠네·르메르·아미(AMI) 등 신명품에 대한 MZ세대 관심도가 폭증하자 백화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브랜드 전문가를 포섭해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롯데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신세계그룹 출신 정준호 롯데지에프알(GFR) 대표를 백화점부문 대표로 발탁했다. 롯데쇼핑의 중추 역할을 하는 백화점사업부가 경쟁사 인사를 수장으로 앉힌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롯대백화점이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명품 등 신규 브랜드 입점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본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그룹 출신이 아닌 경쟁사 출신에게 백화점 대표 자리를 맡겼다는 건 그만큼 이미지 변신에 사활을 걸었다는 것”이라며 “(롯데는) 다른 백화점들보다 패션이 약하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해당 부분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65년생인 정 대표는 1987년 삼성그룹 공채로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 본부장, 조선호텔 면세사업부 사업 담당, 신세계 이마트 부츠 사업 담당을 거치며 2019년부터 롯데지에프알 대표를 맡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하며 몽클레어, 어그, 메종마르지엘라 등 30여개가 넘는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국내로 들여온 인물이다.

앞서 신세계도 지난 10월 정기인사에서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를 신세계 신임 대표로 발탁했다. 1963년생 손 대표는 2012년부터 상품본부장 부사장보, 2014년 패션본부장 부사장보 등을 역임한 패션 전문가다. 

특히 2017년 신세계디에프 대표로 선임된 이후 루이뷔통, 까르띠에, 구찌 등 명품 브랜드를 유치해 재임 1년 만에 신세계디에프를 ‘1조 클럽’에 입성시켰다. MD로 커리어를 시작한 만큼, 패션 브랜드 전반에 걸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부터 현대백화점을 이끌고 있는 김형종 대표도 목동점장과 백화점 매입본부장 등을 거친 패션 전문가다. 김 대표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여 년 간 한섬을 이끌며, 한섬을 럭셔리 여성 브랜드 선두주자로 만들었다. 그 결과, 현재 한섬은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국내 대표적인 패션 명가다. 

메종 마르지엘라 브랜드의 인기 제품 독일군 스니커즈는 60만원대에 달하지만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신발 중 하나다. 사진=메종 마르지엘라 공식 홈페이지
메종 마르지엘라 브랜드의 인기 제품 독일군 스니커즈는 60만원대에 달하지만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신발 중 하나다. 사진=메종 마르지엘라 공식 홈페이지

백화점 3사가 패션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백화점 매출의 원동력이 바로 해외 패션 브랜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했는데, 그 중 해외 유명 브랜드의 매출이 40% 가까이 늘어났다.

백화점은 소비자들이 럭셔리·컨템포러리·스트릿 등 다양한 국내외 패션 브랜드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곳이다. 명품의 경우 입점 유무에 따라 백화점 이미지가 달라지고, 소비자 집객 효과 부분에서도 뛰어나기 때문에 백화점 입장에서는 유치에 사활을 거는 영역이다. 

여기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메종키츠네·르메르·아미(AMI)·메종 마르지엘라·오프 화이트 등 신(新)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들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메종마르지엘라, 끌로에 등과 판권 계약을 맺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 3분기에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 실적을 회복했다. 수입 브랜드로 이뤄진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받쳐준 덕분이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전에는 낯설었던 셀린느, 메종마르지엘라, 끌로에가 어느새 길거리에 많아졌다”며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 같은 하이엔드 명품과 더불어 소비자의 가치관에 맞는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로 소비가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소비자의 눈높이와 취향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패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며 “앞으로 누가 먼저 더 다양하고 특색 있는 해외 브랜드들을 국내에 들여오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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