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얻은 것…손실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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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얻은 것…손실 최소화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4.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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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배임죄 소지는 남아…추후 분식회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17일 새벽 0시 40분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3월23일 발표된 대우조선의 자율적 채무조정 방안에 찬성 결정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앞서 16일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와 기업어음(CP) 투자자에게 1조5천억원 규모의 대우조선 회사채 및 CP의 50%를 상환 유예해주면 별도예치 계좌를 통해 3년 뒤 갚아주겠다는 확약서를 보냈으며, 이로써 대우조선은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를 피하고 자율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할 기회를 얻게 됐다.

 

대우조선의 총 부채규모 18조6천억원, 국민연금이 들고 있는 대우조선 회사채 규모는 3천887억원에 달한다.

이 3천여억원의 회사채를 들고 국민연금이 대마(大馬)인 대우조선 대주주 산업은행과 정부를 상대로 며칠째 벼랑끝 전술을 벌인 것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처럼 배임죄를 뒤집어쓰지 않겠다는 의지와,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해야 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을 계기로 대우조선이 죽고 사는 것은 대주주와 채권은행이 할 일이지, 과거처럼 국민연금을 동원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아울러 일반 사채권자에게 무리하게 구조조정 비율을 정해 통보하는 정부의 잘못된 관행에도 큰 경종을 울렸다고 할수 있다.

이번 협상에서 국민연금의 목표는 상당하게 달성한 듯하다. 손실을 최소화해 국민의 자금을 소중히 관리하고 있음을 확인시켰고, 국민연금 간부들의 배임죄를 벗어나기 위한 각종 법적 조치들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① 손실 최소화

지난 13일 저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과 전격 회동한 이후 양측 실무팀들은 사흘간 밤낮 구분 없이 협상을 진행한 끝에 국민연금은 결국 채무조정안 찬성 결정을 내렸다.

산은의 최후 제안에는 회사채 상환을 위해 별도의 에스크로 계좌를 만들어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미리 돈을 넣어(예치) 두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은 회사채의 청산가치 분에 해당하는 1천억원을 제공하고 대우조선의 상황이 개선되면 회사채의 우선 상환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민연금 회사채 3천887억원 가운데 절반은 출자전환을 통해 물리게 되지만, 나머지 절반은 만기를 3년 연장한 이후에 상환받을수 있게 된 것이다. 최악의 경우 대우조선이 법정관리 도는 청산될 경우 출자전환한 50%는 떼이더라도 나머지 만기연장한 회사채의 원금은 보장받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이 들고 있는 대우조선 회사채 물량은 전체 발행잔고 1조3천500억원의 30%에 육박한다. 산은과 수은은 국민연금과의 합의를 토대로 대우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들고 있는 모든 투자자들에게 같은 내용의 '회사채 및 CP 상환을 위한 이행 확약서'를 전달했다. 대우조선 회사채의 30%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전체 회사채 보유자를 대신해 대주주와 협상을 벌인 것이다.

 

②  배임죄 소지는 남아…손해배상 청구 확대

하지만 국민연금이 분식회계로 한 대우조선의 회사채의 50%를 출자전환한 대목은 형사소송법상 업무상 배임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정부가 시켜서, 대주주인 산업은행과의 합의에 의해서 출자전환했다고는 하지만, 법적 소송이 벌어질땐 국민연금이 자유롭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채무재조정과 관계없이 대우조선을 상대로 분식회계로 입은 회사채 투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 관련 소송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배임 혐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출자전환을 하는 회사채 50%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국민연금은 2012∼2015년 발행된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 중이고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는 2008년부터 2016년 3월까지 이뤄졌다.

 

▲ /대우조선 홈페이지

 

③ 채무 재조정안, 사채권자 집회 통과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이 17일 오전 열린 첫번째 사채권자 집회에서 통과됐다.

대우조선은 17일 오전 10시부터 다동 서울사무소에서 대우조선이 발행한 7월 만기 3천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한 첫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서 정부의 채무재조정안이 참석 채권액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 가결됐다. 참석자의 99.9%(채권금액 기준)가 찬성했다. 집회 도중에 반대의견은 없었다고 한다.

이날 오전 열린 첫 번째 집회에는 국민연금은 물론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농협, 중소기업중앙회, 수협, 한국증권금융등이 참석했다.

채권자 집회는 18일까지 모두 4차례 열린다. 4차례의 채권자집회에서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얻게 되면 대우조선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2조9천억원의 신규지금을 지원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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