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분쟁 때 일본 기업, 어떻게 대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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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쿠 분쟁 때 일본 기업, 어떻게 대처했나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4.1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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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는 비즈니스' 정치적 중립 유지…장기적인 대응책 마련

중국이 한국의 사드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한국으로 가는 단체관광을 불허하고,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비슷한 상황은 일본이 2012년 9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할 때도 있었다. 중국 내 반일 시위가 확대되었고, 일본기업에 대한 각종 폭력 시위과 방화 피해가 속출했다. 걷잡을 수 없는 반일 시위 속에 중국 진출 일본기업들은 임시 휴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2012년 9월 일본 자동차의 중국내 판매 전년동기대비 40%, 10월엔 50~70% 급감했다. 도요타의 경우 10월 들어 전년동기대비 70% 이상 판매가 급락하자 톈진(天津) 공장 생산을 일부 중지하는 등 현지 생산을 절반으로 축소했다.

일본계 자동차의 중국 시장점유율을 20% 정도로 유지해왔으나, 센카쿠 분쟁 이후 9월 12.2%, 10월 7.6%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자동차 파손, 방화 사태 발생에 따라 중국 소비자들이 일본 브랜드 대신 타 브랜드로 갈아타는 현상이 다수 발생했다. 특히 중국 로컬 브랜드들이 기존 일본차 시장을 흡수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 2012년 센카쿠 분쟁때 중국내 항일 시위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

 

일본기업들의 극복전략

이에 일본 자동차업계는 5대 극복 전략를 내놨다. 이를 들여다보기로 하자.

① 소비자 피해 적극 보상

일본계 자동차업체들은 차량 보상방안 마련,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피해금액이 차량보험 한도액을 초과할 경우 초과부분을 자동차업체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신속한 자동차 수리를 약속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② 중국 현지 대리상에 대한 지원 확대

중국 중서부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자동차 판매가 확대될 것을 고려해 기존의 판매채널을 기반으로 해당 지역으로 네트워크를 확충했다.

③ '정치는 정치,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정치적 발언 최대한 자제

2012년 일본계 자동차업체 중 폭력사태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기업은 많지만 정치적 발언을 최대한 자제했다. 중국 바이어들에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④ 높은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 활용, 충성 고객 확보 노력

중국 로컬 브랜드의 추격과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 타 브랜드가 모방하기 어려운 고부가가치 제품과 브랜드 파워를 최대한 살려 충성고객층을 확보했다.

⑤ 판매 시장 다변화 및 생산 전략 재조정

생산 변동을 최소화하면서 중국을 거점으로 해서 제3국에 완성차를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잠재된 차이나 리스크를 감안한 생산 전략 재조정인 것이다.

 

▲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

 

배울점

① 일본 자동차업계는 '일본차가 중국에서 안 팔리는 이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비책을 준비했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일본계 자동차의 중국 내 판매 둔화가 단지 센카쿠 분쟁만이 아니며, 일본 자동차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고 장기적으로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2008년 중국 내 일본차 시장점유율은 30.5%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 2012년 센카쿠 분쟁 사태 시 20% 내외로 하락세였다.

당시 일본계 자동차는 구형모델이 많고 우대정책이 적었으며, 중국 소비자에게 맞는 모델을 개발하기보다는 일본에서 사용하는 모델을 그대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아 중국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었다.

즉, 중일관계 악화 외에도 일본차 기업의 현지화 수준이 낮기 때문에 시장을 잃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중국 시장 맞춤형 상품 개발에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혼다의 경우 반일 시위 이후 지속적인 중국 시장 맞춤형 상품을 출시해, 2013년 12월 혼다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②'차이나 플러스 원(China + 1)' 전략 본격 가속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란 일본, 중국 외 동남아 등 지역에 생산기지를 하나 더 구축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2005년 반일시위가 발발한 후 일본 기업들이 이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중국 성장 둔화에 인건비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원가 부담이 커지자 중국 생산을 줄이고 베트남 등 동남아 생산설비를 늘리는 일본 기업이 증가했다. 2012년 중국 각지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반일 데모가 일어났고 일본 공장들이 폭력 습격 당하기까지 하면서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일본 기업들은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 가속화 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2012년 하반기부터 일본 기업의 아세아 투자처가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이전, 특히 중소기업의 이전 현상이 현저해 졌다. 업종별로는 정밀기계 부문이 태국과 베트남으로, 전기기계는 태국, 베트남과 필리핀으로, 운송기계는 태국과 인도네시아로 이전해갔다. 특히 동남아 국가 중 중국과 인접한 베트남이 '차이나 플러스 원'의 핵심 기지로 부상했다.

 

▲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③KOTRA 베이징 무역관은 최근 한·중관계 이슈와 관련해, 센카쿠 분쟁 당시 일본 기업들의 대처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우리 기업에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당시 중국 정부의 제제조치는 ① 수입검역 강화 ② 소비자 불매운동 ③ 과격시위 등으로 나타났다.

당시 일본 제품에 대한 호감도 등이 바닥을 치면서 매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줬으며 관계 악화는 한순간에 바닥을 쳤으나, 그 이후 관계 회복은 매우 힘들게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센카쿠 열도 사태를 계기로 일본 기업들과 중국 바이어 사이에 교류와 소통이 지속됐다. 기업들에 유일한 해결 방안은 '정치는 정치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는 점을 강조해서 중국 기업들과 교류하던 비즈니스를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소통했다.

어떠한 상황에도 일본 기업들은 인내하며 중국 기업들과의 소통과 교류를 지속했다.

일본 기업의 특징은 어떠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장기간 심사숙고 끝에 결정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상황이 변했다거나 어려움이 닥쳤다고 해서 쉽게 철수하거나 비즈니스를 중단하지 않는다. 이는 일본의 문화와 전통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은 앞으로 중국과 계속 비즈니스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면, 이를 인내하고 그 시기를 견뎌내고 새로운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어려운 시기이지만, 기존 바이어와의 계약과 약속은 이행하고 기존 비즈니스를 중단하지 말고 인내해야 한다고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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