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종합검사 개편되나…'정은보 체제'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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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종합검사 개편되나…'정은보 체제'에 쏠린 눈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11.0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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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금감원장, 사전적 감독과 상시감시기능 강화 예고
"현행 검사체계, 세련되고 균형잡힌 검사체계로 개편"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시중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취임 3개월째를 맞이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9일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사전적 감독과 상시감시기능 강화를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시장친화적 감독'을 취임 일성으로 내건 정 원장이 종합검사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거나 폐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정 원장은 서울 여의도에서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법과 원칙에 따라 금융감독 행정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과 원칙에 따른 금융감독 ▲사전적 감독과 사후적 감독의 조화 ▲사전 예방적 감독기능 강화 등을 3가지 기본원칙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 원장이 사전 예방적 감독기능을 강화하면서 기존의 종합검사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종합검사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감독과 감사를 의미한다. '금융기관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는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기관의 업무와 재산상황, 특정부문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다고 나와 있다.

앞서 정 원장은 지난 3일에도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감사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종합검사와 부문검사로 구분되는 현행 검사 체계를 위험의 선제적 파악·사전 예방, 금융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응 및 검사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중점을 두는 '세련되고 균형잡힌 검사 체계'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또 "실제 검사 현장과 제재 심의 과정에서 금융사와의 소통을 확대하는 등 검사 처리 체계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정비하겠다"며 "금융회사의 규모, 영위 업무의 복잡성 등 금융권역별 특성에 맞게 검사의 주기, 범위, 방식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당초 이달로 예정됐던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종합검사도 취소했다. 

정 원장이 주장하는 바의 핵심은 금감원의 기능을 처벌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에 금융권은 정 원장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문검사는 특정부분만 검사하지만 종합검사는 모든 경영상황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자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인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종합검사를 하면 본부 부서의 전 직원이 몇 달을 매달려야 한다"며 "수검받는 기간 내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힘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가 작은 회사가 아닌데 전반적인 상황을 한 달 동안 들여다보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며 "부문검사 등을 강화해 특정 분야만 탁 집어서 집중적으로 보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사태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에 금감원이 운용사 측 사전감독을 잘 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커지지 않았을 텐데 막상 사태가 발생하니 판매사 쪽 처벌 수위가 높게 나왔다"며 "이제 금감원은 무조건적으로 일이 터지고 나서 징계를 하는 것보다는 감독기관으로서 사전에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관리 감독을 잘 하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사고 발생 전에 나타날 수 있는 징후들을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케어한다면 은행 쪽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 원장이 지나치게 친금융사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 또한 나온다. 금감원이 본연이 가진 감독 기능을 외면하고 사전 예방에 힘을 쏟는 것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 원장은 종합감사를 개편하자고 얘기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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