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 부진에”…LG생활건강, 흔들리는 ‘후’에 고꾸라진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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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소비 부진에”…LG생활건강, 흔들리는 ‘후’에 고꾸라진 주가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11.0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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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 3Q 매출, 전년比 3%↓…화장품 부문은 10%↓
中 ‘후’ 등 럭셔리 브랜드 성장률, 43%→11%,→2% 하락
주가도 지지부진, 7월 연고점과 비교해 30% 내린 수준
中 화장품 시장 성장률 둔화에 공동 부유 정책도 부담
LG생활건강 '후' 브랜드 비첩 자생 에센스 스페셜 에디션. 사진제공=LG생활건강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한때 비싸서 사지 못했던 ‘황제주’ LG생활건강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 소비 시장이 얼어붙자 중국 뷰티 시장을 주 무대로 활동하던 LG생활건강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4분기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11월11일)가 예정돼 있지만 전년도 기저가 높은 데다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 위축으로 단기간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적은 선방했다지만…문제는 ‘화장품 부진’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올 3분기(7~9월) 매출액은 2조10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영업이익은 342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5% 소폭 늘었다. 

생활용품(HDB)과 음료(Refreshment) 사업부문이 선방하면서 영업이익은 방어에 성공했지만,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은 뼈아프다. LG생활건강은 2017년 2분기, 지난해 2분기를 제외하고는 전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해 왔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뷰티(Beauty) 사업부문이 타격을 입었다. 화장품 사업의 올 3분기 매출은 1조2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9% 증가한 2154억 원을 기록했다. 중저가 브랜드 매장을 정리하면서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수출입 물류 대란 심화와 중국 내 럭셔리 브랜드 매출 성장률 둔화로 매출이 하락했다.

중국에서 ‘후’, ‘숨’, ‘오휘’로 대표되는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브랜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 성장에 그쳤다. LG생활건강의 중국 화장품 매출 비중은 전체 해외 매출에서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그런 중국 법인의 매출 자체가 점점 줄고 있는 것이다. 지난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43% 올랐지만 2분기에는 11%, 3분기는 2%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특히 ‘궁중’ 테마, 붉은색·금색 패키지 등으로 중국 부유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후 브랜드 매출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1분기만 해도 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성장했으나 3분기에는 4%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숨은 26% 감소했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 둔화, 산업의 높은 기저 부담, 경쟁 심화 환경 등 2분기에 노출됐던 시장 우려에 따라 LG생활건강의 중국 화장품 매출이 내년 2분기까지 감소할 것”이라며 “후의 성장성이 둔화된 가운데, 기타 브랜드, 중국 외 지역의 성장성 또한 아직 미진해 단기간의 성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1년 주가 추이 그래프. 사진제공=포털사이트 'LG생활건강' 종목창 캡처.

中 화장품 시장 둔화 영향…공동부유 정책도 변수

주가 역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3일 LG생활건강은 12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1.15%(1만4000원) 올랐지만 지난 7월 연고점 178만4000원과 비교해선 30% 내린 수준이다. 지난달 28일에는 1년6개월여 만에 주당 120만 원 선이 무너졌으며, 장중 117만2000원까지 주저앉아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증권사들은 일제히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나섰으며, 일부 증권사에서는 투자 의견도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내렸다. 중국에서 후를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 경쟁력이 약해진 만큼 목표주가 변경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목표주가를 2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낮추고, 투자의견도 중립으로 내린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후는 화장품 내 비중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후 부진으로 인해 부문 전체 실적 타격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4분기에도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년도 기저가 높은 데다 중국 내 화장품 시장 성장률 자체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만 해도 18%의 성장률을 보였던 중국 화장품 시장은 7월 3%, 8월 0%에 그쳤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 헝다그룹 사태 등으로 자국민의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의 ‘공동부유’ 정책도 LG생활건강의 부담감을 키우는 사안이다. 공동부유 정책은 기업과 부유층이 가진 부를 나눠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중산층을 키운다는 전략으로, 말 그대로 ‘다 같이 잘 살자’는 기조다. 이는 사치품 소비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동부유를 위해 소비세 징수범위가 확대된다면 럭셔리 화장품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소비세는 고급 시계, 가방 등을 포함한 사치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이미 자동차와 술에 대한 소비세 부과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사치 자제 분위기를 조성한데다 ‘냥파오(여성화한 남성) 출연 금지’ 등 화장품 마케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제 등을 잇달아 시행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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