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대출금리…예금금리는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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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대출금리…예금금리는 제자리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11.02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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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금리차 점차 커져…정기예금 12개월 평균금리 0.89%
주담대 금리는 5% 달성…한은 기준금리 인상 시 6% 돌파 가능
금리인상기 투자자들 동력 잃어
증시에 악영향 우려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이달 중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은행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는 가운데 예금금리는 여전히 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린 차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금금리는 제자리인데…대출금리는 쑥쑥 

2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보면 1년짜리 정기예금의 세전 기준 평균 금리는 0.89%로 집계됐다. 우대금리를 적용했을 때만 평균이 1.14%로 1%를 약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채 AAA등급 채권시장수익률을 사용하는 시장조달금리(MOR)는 12개월 변동금리를 기준으로 지난달 31일까지 1.47%였다가 1일부터 1.68%로 0.21%포인트 증가했다. 

실제로 A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가 지난달 31일(3.47~4.47%)에 비해 이달 1일 3.68~4.68% 수준으로 올랐다. 상단과 하단이 모두 0.21%씩 오르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하루만에 3.88~5.08%에서 4.00~5.20%로 상하단 모두 0.12%포인트씩 높아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의 1~2등급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2.72~3.19%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10월(2.06~2.45%)에 비해 상단이 0.74%포인트, 하단이 0.66%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다만 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이 생각보다 많이 오르지 않았기에 실제로 체감하는 것만큼 조달금리와 대출상품의 운용금리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기준과 예금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이 다르다"며 "대출금리 변동 주기가 예금변동보다 빈번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기에는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며, 반대로 금리 하락기에는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의 하락폭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테이퍼링·가계대출 관리방안 영향으로 금리 더 올라

이처럼 시장금리가 오르는 데는 국내 기준금리 인상뿐 아니라 미국의 상황도 변수로 작용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부터 이틀간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연다.

시장에서는 이번 FOMC에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발표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연준은 코로나19 발생 직후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매달 미 국채를 8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를 400억달러씩 대량 매입하고 있다. 이러한 매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테이퍼링이다. 

9월 공개된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매달 미 국채 매입 규모를 100억달러씩, MBS 매입 규모는 50억달러씩 축소해 8개월에 걸쳐 양적완화를 종료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리 인상이 이어질지도 변수다.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서면 대출 이율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면 부족한 공급량과 균형을 이루게 된다. 또한 이는 물가 상승률을 낮춰 인플레이션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다만 연준은 이번 FOMC에서 금리 인상까지 단행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 관리방안도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6%대로 관리하겠다고 나서면서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증가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은행 금리가 지나치게 오르면 금융당국에서는 적절한 규제에 나서야 하지만 현재는 대출을 억제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리 인상 분위기에는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적 영향도 크게 반영될 전망이다. 지난 8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고,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시 기준금리를 연 1%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굉장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데 이런 상황이 12월까지 이어진다면 한은은 내년에 2회 정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선 이전까지 기준금리를 1.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시 전망은 먹구름…"동학개미 동력 잃을 것"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은 연내 주식시장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지금까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투자했던 개인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출금리가 올라가니까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인의 현금 흐름 측면에서 금리 인상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동학개미들이 동력을 잃기 때문에 증시 전망은 밝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긴축에 대한 부담도 있고 인플레이션 위기도 들려오는 데다가 중국 공급망 차질 등 여러 악재가 있다"며 "3분기는 국내 성장률이나 공급망 차질로 증시가 둔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4분기부터는 단계적 일상 회복 덕분에 긴축 부담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자체가 약간 상승할 수 있다"며 "다만 국내 증시가 약해진 배경에는 중국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이것이 완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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