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공방···中 "레드라인 넘지마" vs 美 "북핵 협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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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공방···中 "레드라인 넘지마" vs 美 "북핵 협력해야"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1.07.2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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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6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린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에서 "중미 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근본적으로 미국의 일부 인사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사진=텅쉰왕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6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린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에서 "중미 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근본적으로 미국의 일부 인사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사진=텅쉰왕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중 고위급 대화에서 중국이 시작부터 미국을 향해 공세를 펼쳤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의 협력도 의제로 다뤄졌다.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6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린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에서 "중미 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근본적으로 미국의 일부 인사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대미외교 담당인 셰 부부장은 미국이 중국을 2차대전 때의 일본이나 냉전시대의 소련에 비유하며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간주하고 중국을 악마화해 미국의 구조적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셰 부부장은 "미국의 '경쟁, 협력, 대항'이라는 삼분법은 중국을 봉쇄하고 억제하려는 것"이라면서 "대항과 억제가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나라를 억누르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이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등의 인권 문제를 고리로 중국을 압박해온 점을 의식한 듯 "미국은 중국에 인권 문제로 간섭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매우 잘못된 사고와 위험한 대중국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미국이 경로를 수정해 상호존중의 원칙하에 중국과 공정하게 경쟁하며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런 뒤 셰 부부장은 발언의 후반부에는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찾는 것)'라는 성어를 사용해가며 미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셰 부부장은 "오늘날 세계는 단결,협력,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물을 건넌다)가 가장 필요하다"며 "중국 인민은 평화를 사랑하고 상호존중, 공평정의, 협력과 윈윈의 신형 국제관계와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을 적극 추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측은 미국과 서로를 평등하게 대우하고 구동존이하길 원한다"며 "미국측은 궤도를 바꿔 중국과 서로 마주보고 함께 나아가고 서로 존중하고 공평하게 경쟁하며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관계는 쌍방 이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동 기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을 향해 중국의 부상을 억누르려하지 말고 인정하는 가운데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자는 메시지도 함께 낸 것이다.

이어 셰 부부장은 회담 이후 중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청중을 의식한 듯 강력한 대미 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셰 부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와 타이완(臺灣), 신장(新疆), 홍콩, 남중국해 등의 문제에서 미국의 잘못된 언행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재차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것을 중단하라"면서 "레드라인을 침범하고 불장난으로 도발하는 것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또 "가치관을 명분으로 집단 대결을 하는 것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셰 부부장은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하겠다는 14억 인민의 강한 의지와 능력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중 양측이 폭넓은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미국이 기후변화, 이란 핵 문제, 한반도 핵 문제(북핵 문제) 등에서 중국의 협력과 지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중국은 이런 문제에서 줄곧 책임 있는 태도로 건설적 역할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셰 부부장은 그러나 또한 협력은 상호 신뢰와 호혜를 바탕으로 좋은 양자 관계 분위기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이 한쪽으로는 협력을 원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중국의 이익을 해치려드는 것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셰 부부장은 회담이 끝나고 "전반적으로 이번 회담에서 깊이 있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으며 각자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중미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미국에 중국 공산당원과 가족,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을 철회하고 중국 관리와 기관에 대한 제재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회담은 셔먼 부장관과 셰 부부장 외에 양국 관리들 각각 5명 이상씩 참석하는 등 정식 회담의 형식을 갖춘 채 진행됐다.

이날 셰펑 부부장과 셔먼 부장관의 회담에 이어 셔먼 부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면담도 예정됐지만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중 양국의 대면 고위급 대화는 지난 3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부장이 2+2 고위급 회담을 가진 이후 4개월 만이다.

두 나라는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에서 신장(新疆)·홍콩·대만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부딪혀왔다.

갈등 심화의 흐름 속에 열린 이번 대화에서 양측이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기보다는 현안을 놓고 또 다시 이견을 노출하며 재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국은 이번 고위급 대화를 앞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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