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해, 정유년…신라는 닭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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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해, 정유년…신라는 닭의 나라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1.31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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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영, 김알지 신화…우리민족의 시원은 닭을 숭상하는 종족

설 연휴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양력을 사용한 것은 구한말 갑오개혁 이후 120여년이 지났다. 음력에 대해 무뎌져 있지만, 우리민족은 수천년 음력을 사용해왔다.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다. 현재 우리 민족 공동체의 뿌리는 신라다. 신라는 닭의 나라였다.

「삼국유사」 의해편 ‘인도에 간 여러스님들’(歸竺諸師) 조에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다.

 

“아리나(阿離那)라는 승려가 있었다. 불교에 뜻을 두고 중국(당나라)에 들어가 성인의 자취를 두루 찾아보다가 뜻한 바 있어 인도의 천축(天竺)에 이르렀다. 아리나는 나란타사(那爛陀寺)에 머물며 공부를 하다가 고국 신라에 돌아가지 못하고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인도에 있을 때 천축국 사람들은 해동국(신라)를 ‘구구탁예설라(矩矩吒䃜說羅)’라 불렀다. ‘구구탁’은 닭(鷄)을 말하는 것이고, ‘예설라’는 귀(貴)하다는 뜻이다. 그 땅(인도)에서 “신라에서는 닭의 신을 받들어 존경하기 때문에 그 깃털을 꽂아서 장식한다”는 말이 전해온다.“

 

신라는 불교 왕국이다. 많은 스님들이 불교의 본고장 인도로 가서 공부하고 수행했다. 그중 아리나라는 승려가 천축국에 가서 보고 들은 내용을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이 전한 글이다.

천축에서는 신라라는 나라의 이름을 ‘귀한 닭’으로 표현했고, 예로부터 닭의 신을 받들어 그 깃털을 꽂아서 장식으로 삼았다는 내용이다.

신라가 ‘닭의 나라’임은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 자주 나온다.

삼국유사 기이편 신라시조 혁거세왕조에 혁거세의 부인이 되는 알영에 관한 설화가 나온다.

 

“사량리(沙梁里) 알영정(閼英井) 주변에 계룡(雞龍)이 나타났는데 왼쪽 옆구리에서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 얼굴과 모습이 매우 고왔지만 입술이 닭의 부리와 비슷하였다. 월성(月城)의 북쪽 시내에서 목욕을 시켰는데, 그 부리가 떨어졌다. 그래서 그 시내 이름을 발천(撥川)이라고 하였다.”

 

신라를 세운 혁거세의 배필은 닭의 모양을 한 용(계룡)의 옆구리에서 나왔다. 그래서 알영의 입술은 닭의 부리와 비슷했다. 발천이라는 냇가에서 목욕을 시켰더니 부리가 떨어져 나갔다는 전설과 같은 내용이다.

발천의 냇물은 성수의 역할을 했다. 기독교에서만 세례를 하는 게 아니다. 많은 나라 또는 종족의 신화에 물로서 죄를 씻는 스토리가 있다. 신라에서도 닭의 모양을 한 알영이라는 여자 성인이 냇가에 목욕을 하면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혁거세와 결혼한다. 혁거세의 종족과 닭을 숭상하는 알영계 종족의 연합을 통해 신라가 건설되는 것이다.

 

신라사에선 또다른 닭 얘기가 나온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동시에 실려 있다. 김씨 왕조의 시조인 김알지의 신화다.

▲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가 태어났다는 경제 계림. /사진=김인영

삼국사기 탈해 이사금조의 기사다.

 

“임금(탈해)이 밤에 금성 서쪽 시림(始林)의 숲에서 닭이 우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날이 샐 무렵에 호공을 보내 살펴보도록 하니, 나뭇가지에 금빛이 나는 작은 궤짝이 걸려 있었고, 흰 닭이 그 아래에서 울고 있었다. 호공이 돌아와 이를 아뢰자, 임금은 사람을 보내 그 궤짝을 가져오게 하였다. 열어보자 그 속에는 어린 사내아이가 들어 있었는데, 자태와 용모가 기이하고 뛰어났다. 임금이 기뻐하며 가까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어찌 하늘이 나에게 아들로 준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아이를 거두어 길렀다. 자라나자 총명하고 지략이 뛰어났으니, 그의 이름을 알지(閼智)라고 하였다. 금빛이 나는 궤짝에서 나왔기 때문에 성을 김(金)씨라고 하였다. 시림을 고쳐 계림(雞林)이라 부르고, 이를 나라 이름으로 하였다.“

 

위의 전설과 같은 스토리는 신라의 지배종족들이 닭을 토템으로 했다는 증거다. 닭은 무엇을 의미하나. 닭은 날의 밝음을 뜻한다. 동쪽에 해가 뜨기 직전에 닭이 울고 새벽을 알린다. 한반도의 동쪽 끝, 서라벌에서 닭을 숭상했으며, 이 종족이 나중에 한반도의 주인이 된다.

계림의 신화로 등장한 김알지의 후손, 경주 김씨는 삼국을 통일하고 1천년 왕국을 건설한다. 신라는 이어 고려로, 나중에 조선으로 이어지며, 오늘 우리 민족의 모태를 형성한다. 닭을 숭상한 종족이 우리민족의 시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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