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포텐' 터진 신세계...정용진 말대로 '이기는 한 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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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포텐' 터진 신세계...정용진 말대로 '이기는 한 해' 될까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6.17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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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랜더스·W컨셉·이베이코리아
상반기만 세 번째 인수합병 펼쳐
네이버와 손잡고 反쿠팡 연대 만들어
요기요·스타벅스 인수도 긍정적 검토 중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말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만 야구단, 패션 플랫폼, 오픈마켓 기업을 전부 쓸어 담으며 정 부회장만의 로드맵을 그리고 있는 것. 소비의 무게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옮겨오자 과거의 유통 왕좌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뷰티편집숍 ‘시코르’가 W컨셉에 입점했다. 신세계 계열사 SSG닷컴이 패션 플랫폼 W컨셉을 품은 이후 처음 나온 협업 사례다.

이로써 W컨셉에서 에스티로더, 랑콤, 맥, 나스, 메이크업포에버, 베네피트 등 다양한 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만날 수 있게 됐다. W컨셉에서 전개하는 뷰티 브랜드는 프리미엄 코스메틱부터 인디 뷰티 브랜드까지 1000여 개 이상으로 대폭 늘어난다.

지난 4월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고객 기반을 넓히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W컨셉을 인수했다. 신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어떻게 연결해서 시너지를 내야하는가’였기 때문이다. 2030 여성 고객에게 인기가 많은 패션 플랫폼을 인수해 MZ세대 취향을 파악하고, 젊은 패션 부문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정 부회장,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분주

신세계는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거나 이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들을 인수해 신세계와 접목시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장착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부회장이 올해 “이기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후 연달아 인수전에 참여해 사업을 확장하며 몸소 실천하고 있다. 

W컨셉 인수 본계약 당시, SSG닷컴은 W컨셉을 별도 플랫폼으로 운영하면서 구매 접점을 넓히고 구색을 확대하는 방식의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 앞선 1월에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를 인수하며 스포츠와 유통을 잇는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마케팅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6일에는 사실상 이베이코리아의 최종 인수자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낙찰됐다. 업계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미국 이베이 본사는 이사회를 열고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세계 컨소시엄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세계·네이버 연합과 이베이코리아는 지분 전체 매각, 80~90% 매각 등 두 가지 안을 두고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 100% 인수 시 거래 금액은 4조2000억 원에 달한다. 매각 대금은 신세계와 네이버가 각각 80%, 20%씩 분담할 예정이다. 다만 네이버 측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4조 원은 신세계가 역대 단행한 인수합병 거래 중 최대 규모다. 네이버의 투자 금액을 제외해도 이마트 단독으로 3조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유통업계에서도 ‘역대급 대어’로, 이베이코리아를 가져가는 기업이 이커머스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기도 한다.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12%로 네이버와 쿠팡을 이은 톱3지만 지난 2016년 독보적 1위였던 때와 비교하면 6%포인트나 떨어졌기 때문. 이밖에도 매년 줄어들고 있는 영업이익률, 높아 보이지 않는 미래 성장성, 물류센터 등 유형자산의 부재 등도 이베이코리아의 약점이다. 

'광폭 행보' 쿠팡을 견제하는 포석도

하지만 오픈마켓의 원조라고 불리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신세계 입장에서는 2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기업이 순식간에 품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이베이코리아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고객 데이터와 막강한 셀러 파워, IT인프라 등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한 이베이코리아는 2005년 연간 기준 흑자를 달성한 이래 16년간 연속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많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외형 확대에 따른 지속된 투자로 조 단위의 누적 적자를 안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간 9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으로 신세계 그룹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결국 쿠팡을 겨냥한 행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올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은 지난 3월 전라북도, 4월 경상남도, 5월 충청북도에 이어 17일 부산광역시에 2200억 원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서만 1조200억 원 이상을 물류센터에 투자하며 그야말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을 쿠팡의 물류망 아래에 두겠다는 복안이다. 

신세계가 네이버와 올 3월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며 혈맹을 맺은 것도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쿠팡은 8개월 만에 매출액 100배로 늘었고,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설립 10년 만에 뉴욕증시에 입성, 상장 첫 날 시가총액 100조 원을 찍기도 했다. 전례 없는 성장 속도라는 데 이견이 없다.  

신세계는 현재 배달앱 플랫폼 요기요 인수도 눈여겨보고 있는 중이다. 스타벅스코리아 잔여 지분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몇 년 안으로 상위에 있는 이커머스 업체들만 살아남고, 하위는 전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이커머스 시장은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기업들 모두 몸집을 키우고 소비자들을 확보하려고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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