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MS도 실패한 ‘OS독립’...화웨이는? "샤오미 등 경쟁업체 추월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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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MS도 실패한 ‘OS독립’...화웨이는? "샤오미 등 경쟁업체 추월 쉽지 않아"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6.04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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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MS·블랙베리도 포기한 자체 OS
"미·중 기술 전쟁, 중국 정부 기술 자립화 뒷받침"
중국특색 OS?...”중국엔 경쟁사가 너무 많아”
사물인터넷 생태계에서도 샤오미가 앞서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 '훙멍2.0'을 발표했다. 사진=화웨이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OS) ‘훙멍(鴻蒙·영어명 Harmony)2.0’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세계 모바일 생태계를 구글과 애플이 장악한 상태에서 중국 내수 시장에서 화웨이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 역시 홍멍을 채택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화웨이가 발표한 훙멍2.0 채택 가능성에 대해 비보는 “공유한 정보가 없다”는 입장이고 샤오미와 오포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화웨이가 매각하며 분리된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만이 “주목하고 있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화웨이가 훙멍2 생태계 확장을 위해 공들이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분야는 이미 강력한 경쟁자인 샤오미가 선점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한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였던 화웨이의 OS독립 시도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MS·블랙베리도 포기한 자체 OS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외에 자체 OS를 스마트폰에 탑재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삼성전자는 바다와 타이젠 등 자체 OS를 스마트폰에 탑재한 바 있으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구글 안드로이드를 채택했다. 

화웨이의 자체 OS 훙멍은 구글 안드로이드와 디자인 등에서 유사성이 있지만 앱 생태계를 공유하진 않는다. 사진=화웨이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독점에 가까운 데스크톱 PC OS 점유율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OS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 때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사였던 노키아를 인수하며 ‘윈도폰’을 출시했지만 2019년 스마트폰 OS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MS는 모바일 앱 개발자를 확보하고자 현금을 지불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했으나 구글과 애플이 앞서 구축한 생태계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캐나다 스마트폰 제조사 블랙베리는 2008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0%를 기록하며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사업자였다. 자체 OS를 탑재한 블랙베리 폰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유명인이 쓰며 인기를 얻었다. 그런 블랙베리도 MS와 마찬가지로 구글과 애플의 앱 생태계에 밀렸다. 블랙베리는 2016년 스마트폰 제조를 중단했다.

앱 생태계? 어차피 중국에선 못써

앞서 OS 독립을 시도했던 기업과 달리 화웨이의 차이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제일 큰 스마트폰 시장이지만 당국의 통제로 중국에서 유튜브와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앱과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다. 

이날 SCMP는 “화웨이가 사용자에게 즉시 호환될 수 있는 편리한 앱을 제공하는 게 훙멍 성공의 관건”이라면서도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 있는 앱과 서비스에 접속하지 못한다면 중국 외 시장에서 훙멍이 출시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미 중국에서는 이런 앱을 차단했기 때문에 내수 시장용으로 더 나을 수 있다”며 “미·중이 기술 전쟁을 지속하면 중국 정부의 기술 자립 추진에 훙멍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특색 OS?...”중국엔 경쟁사가 너무 많아”

하지만 훙멍의 성공을 어렵게 하는 건 애플이나 구글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 내수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 제조사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9년 미국 행정부가 화웨이를 제재하자 샤오미·오포·비보는 중국 내수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의 감소분을 차지하기 위해 반도체 등 스마트폰 부품 주문량을 늘린 바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1억대 가량으로 추정되는 화웨이 감소분을 샤오미·오포·비보 중 누구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며 “그렇다 보니 3사의 반도체 등 부품 주문량을 합하면 1억대 이상이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화웨이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6%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 2위~5위인 비보·오포·애플·샤오미의 점유율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제제가 본격화되면서 지난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비보 24%, 오포 23%, 화웨이 15%, 샤오미 15%, 애플 13% 순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화웨이 OS는 초기에 중국 시장 위주로 점유율 늘려야 하는데 샤오미 오포 비보 등 경쟁사는 화웨이 감소분을 차지하고 싶어 한다”며 “안드로이드로 시장 확대에 나설 중국 내 경쟁자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SCMP는 "현재로선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중국 내수 시장과 글로벌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그들의 OS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샤오미 등 중화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자체 OS를 스마트폰에 탑재한다.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 안드로이드와 큰 차이가 없고 앱 호환성이 좋다.  

사물인터넷 생태계에서도 샤오미가 앞서 

화웨이는 훙멍을 스마트폰 이외에도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범용 OS로 공개해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 드론업체 DJI, 스마트폰 제조사 메이주, 자동차 제조사 싸이리스 등과 홍멍 생태계를 공유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 시장은 이미 중국 내수 시장을 공유하는 샤오미의 텃밭이라는 점이다.

샤오미는 중국 뿐만 아니라 중국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이 낮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에선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LED 스탠드, 선풍기, 전동 킥보드 등 다양한 사물인터넷 제품이 높은 '가성비'로 호평을 받으며 ‘대륙의 실수’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1분기 샤오미는 IoT 및 라이프스타일 제품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5% 증가한 182억위안(약 3조 18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샤오미가 같은 기간 해외시장에서 거둔 IoT 및 라이프 스타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8% 늘었다. 

샤오미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기준 지능형사물인터넷(AIoT) 플랫폼에 연결된 기기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제외하고도 3억 5110만대에 이른다. 

화웨이는 훙멍2.0을 발표하며 올해 말까지 자사 스마트폰 2억대를 포함, 3억대의 각종 기기가 훙멍 생태계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샤오미는 노트북 시장에선 점유율이 미미하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선 3위 사업자로 성장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확장되는 IoT 생태계 역시 화웨이가 샤오미를 앞서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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