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기준금리 인상 놓고 복잡해진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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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기준금리 인상 놓고 복잡해진 셈법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5.26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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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1765조원 기록해 사상 최대
미국 내 테이퍼링 언급 나와…금리 인상 신호탄 될 수 있어
한은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 3% 중후반 예상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장은 동결하겠지만 미국에서 테이퍼링(양적완화축소) 이슈가 나오고 있고 각종 국내 지표도 좋아지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오는 27일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달 15일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는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테이퍼링이 선행돼야 한다"며 "미 연준이 테이퍼링에 관한 스탠스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선제적으로 변경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통위에서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신호 ▲국내 인플레이션과 각종 경기지표 등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1765조 급격한 팽창…1년새 153조 폭증

가장 큰 고민거리는 가계부채로 인한 경제 불안정성이다. 가계부채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1년 전보다 153조6000억원(9.5%) 증가했다. 

가계신용 잔액은 은행권의 가계대출에 제2금융권 가계대출, 할부금융과 신용카드 사용액을 더한 것이다. 

가계대출 잔액은 1666조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44조2000억원 늘었다. 

1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34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45조8000억원에 비해 둔화했지만 작년 분기 평균 증가액인 31조7000억원보다 많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가계부채나 자산거품으로 인한 금융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가 올라가 여러 측면에서 실질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이라 한은이 이에 대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완화 정도가 실질적으로 더 커지는 상황이니 (이번 금통위에서) 완화 정도를 조절하겠다는 언급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현재 기준금리인 0.5%는 작년 극단적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에 곧 이에 대한 정상화를 고려하겠다는 신호는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부채가 걱정할 수준에 오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가계대출을 봄과 동시에 가계예금도 같이 봐줘야 한다"며 "현재 예금은 부채보다 큰 상황이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예금은행 총수신은 2171조4340억원으로 대출보다 많다. 

신 교수는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당분간 대출이나 물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연준 FOMC서 테이퍼링 언급…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통화정책에 대한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통상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국내도 따라가는 만큼 금통위도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어 이달 초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경제가 과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옐런 장관은 "내가 (금리 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받아들인 후였다.

오는 2022년 2월까지로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도 변수다. 

신 교수는 "파월 의장이 연임하지 않는다면 유일한 민주당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가 의장이 될 가능성이 높고, 동시에 공화당 출신 연준 의원들이 나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그 공백을 민주당 의원들이 메우고 나면 물가가 올라가고 나서 매파(통화긴축 선호) 위원들의 발언이 얼마나 강해지느냐에 따라 정책이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상향 예정…최대 4.6% 예상도

한은이 올해 경제 전망을 어느 정도로 상향할지도 관심사다. 경제 전망치가 금통위 위원들의 경제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월 25일 금통위에서는 올해 국내 경제가 연간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한 지난달 15일 이주열 총재는 올해 성장률에 대해 "얼마든지 3% 중반대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하며 전망치를 사실상 3% 중반대로 상향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달 14일 올해 성장률을 4.0%로 전망했으며,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9일 올해 성장률이 4.1%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 20일 우리 경제가 4.6% 성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전망치를 종전보다 0.5%포인트 상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3일 올해 전망치를 기존 대비 0.7%포인트 높은 3.8%로 수정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도 상당히 있고 경기도 많이 회복된 상황이라 기준금리를 빨리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통화정책은 전반적인 경제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한은이 자영업자 등 특정 계층을 고려해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 중반으로 높아졌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과 에너지 제외 지수)는 0%대 중반 범위에서 소폭 상승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 내외 수준에서 등락하다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점차 1%대로 높아질 전망이다. 

김진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 내에서도 경제상황이 나아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은 적어도 3%후반까지 나올 수 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년의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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