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복잡해진 이베이 인수전…'합종연횡' 카드도 예측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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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복잡해진 이베이 인수전…'합종연횡' 카드도 예측불허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5.24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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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네이버와 손잡고 이베이 인수전 참여 가능성
쿠팡은 ‘5조 원’ 실탄으로 물류센터 구축 투자 중

‘11번가 소유’ SKT, MBK파트너스와 협업 가능성
롯데, 4조2000억 원 토대로 이베이코리아 인수할 수도
위메프·티몬 등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 위치 애매해
다음달 초 이베이코리아의 본입찰이 진행되는 가운데, 쿠팡·네이버·신세계·롯데 등은 각자 살 길을 모색하는 반면 위메프와 티몬 등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은 그러지 못하고 있어 양극화가 심해질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다음달 초 이베이코리아의 본입찰이 진행되는 가운데, 쿠팡·네이버·신세계·롯데 등은 각자 살 길을 모색하는 반면 위메프와 티몬 등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은 그러지 못하고 있어 양극화가 심해질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최대 몸값 5조 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이 다음 달 초로 예정돼 조만간 새 주인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그 가운데, 쿠팡·네이버 등 자금력이 받쳐주는 대형 기업들은 200조 원에 달하는 이커머스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합종연횡 등 다양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나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은 ‘인수합병(M&A)’, ‘신사업 진출’, ‘기업공개(IPO)’ 등 굵직한 이슈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나 인지도에서 열위에 있는 티몬·위메프 등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수수료 정책 인하 등을 펼치며 점유율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물리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 앞으로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자금력 바탕으로 몸집 키우는 쿠팡·네이버·SSG닷컴

지난 2000년에 설립된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G9)는 20005년 연간 기준 흑자를 달성한 이래 16년간 연속으로 흑자를 내는 거의 유일한 이커머스 기업이다. 시장 점유율도 12%로 쿠팡의 13%에 이은 업계 3위다. 

그런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본입찰이 다음 달 초 진행되면서 적격후보자명단(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신세계그룹 이마트, 롯데쇼핑, SK텔레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총 4곳이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베이코리아 매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네이버가 신세계그룹과 공동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유례없는 대격변이 일어날 전망이다. 이는 신세계그룹이 최대주주, 네이버가 2대 주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와 네이버는 지난 3월 2500억 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체결하며 혈맹을 맺은 바 있다. 이미 ‘쇼핑 동맹’으로 손을 잡은 신세계와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의 입지가 확 올라가게 된다. 지난해 SSG닷컴의 거래액은 3조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 신장했으나, 시장 점유율 3%를 벗어나기엔 아직 아쉬운 수준이다. 

네이버쇼핑은 지난해 거래액 28조 원으로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18.6%)를 달리고 있는 국내 최대 기업이다. 하지만 뉴욕 증시 상장을 계기로 맹추격해오는 쿠팡에 대한 견제가 필요한 실정이다. 결국 이번 연합은 ‘공공의 적’ 쿠팡에게 대적하기 위해서라도 네이버와 신세계가 손을 잡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숨어 있다. 

양사가 인수전에서 성공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3분의 1에 육박하는 50조 원 규모의 외형을 갖추게 된다. 쿠팡(지난해 거래액 24조 원)과 비교해 거래액 규모만 2배가 넘어가며, 시장 점유율 역시 독보적인 위치로 올라선다. 

2020년도 기준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의 거래액. 자료=각 사
2020년도 기준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의 거래액. 자료=각 사

가장 공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건 단연 쿠팡이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지난 13일 처음으로 공개된 쿠팡의 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내년에 전국적으로 쿠팡의 손길이 닿는 범위를 50% 이상 늘리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쿠팡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올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조달한 5조 원의 자금을 남김없이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 3월 상장 이후 지금까지 약 2달여 만에 8000억 원 규모의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서울을 제외한 7개의 지역 물류센터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감안하면 아직은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도 되지 않은 셈이다. 

롯데온·11번가 등도 합종연횡 패 만지작 가능성

올해 롯데온 성장에 사활을 건 롯데쇼핑과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를 소유한 SK텔레콤(SKT),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전한 상태다. 최대 5조 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모두 온라인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다른 기업에 뺏기면 입지가 순식간에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네이버와 신세계가 손을 잡게 되면 SKT와 MBK파트너스의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컨소시엄 가능성은 이베이코리아 입찰 초기부터 거론돼 왔다. 11번가를 가지고 있는 SKT와 홈플러스를 가지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손을 잡게 되면 온·오프라인 시너지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국내 대형마트 2위라는 입지를 바탕으로 올해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11번가는 오는 2023년 상장이 예고돼 있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과의 제휴도 가시화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11번가는 올해 초 사내에 ‘IPO 추진팀’을 구성해 기업공개와 아마존 협업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롯데의 경우, 향후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4조2000억 원으로 이마트 1조9000억 원보다 2조3000억 원 가량 많다. 업계에서 이베이코리아 5조 원이 비싸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만약 거래대금이 4조 원 수준으로 책정되면 롯데는 추가 자산 매각이나 외부 투자자 수혈 없이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수 있게 된다.

롯데쇼핑은 ‘롯데온 살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또한 이베이코리아를 신세계 등 경쟁사에 뺏기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다. 따라서 이번 인수전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를 가져야 한다는 절실함 보다 다른 기업에 뺏기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훨씬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2020년도 기준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자료=각 사, 통계청
2020년도 기준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자료=각 사, 통계청

티몬·위메프 등 중소 플랫폼, 상대적 열위 더 커질 듯

쿠팡과 함께 ‘소셜커머스 3인방’으로 꼽혔던 티몬과 위메프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다만 다른 기업들에 비해 비교적 자금력이 막강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지 못했으며, 신사업이나 기업공개를 추진하기에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티몬은 연내 기업공개를 목표로 사령탑까지 교체했지만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티몬은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 특례)’ 상장을 추진 중이나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매출 감소세를 보이면서 상장의 주요 요건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한 상태다. 

배달앱에도 뛰어들기 위해 현재 배달 서비스 기획·운영 담당자 채용을 진행 중에 있지만 이미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이 판매자와 이용자를 포섭하려 치열한 출혈 경쟁 중인 상태라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위메프는 모든 카테고리에 2.9%의 수수료를 적용하는 정률제 제도를 시행해 셀러가 33% 가량 늘었지만 아직도 셀러 42만 명을 자랑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비해선 4분의 1 규모 수준이다. 또 판매수수료에는 광고 노출 수수료, 정산 주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실제 수수료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할 수록 속도, 가격, 제품 퀄리티 등 다양한 부분의 경쟁도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라 자금력이 받쳐주지 않는 기업들은 오래 비용을 투자할 수 없다”며 “결국 특별한 경쟁력이 없으면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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