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가상화폐] ②곳곳에서 뽑아든 규제의 칼...가상화폐 타격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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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가상화폐] ②곳곳에서 뽑아든 규제의 칼...가상화폐 타격 얼마나 될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5.21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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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옹호론자 "장기적으로는 호재...비트코인 정당성 부여할 것"
폴 크루그먼 등 회의론자 "가상화폐는 어쩌면 폰지사기...규제 강도 상당할수도"
세계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시사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시사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 시장의 움직임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하다. 가상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불과 한 달 전 6만4000달러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썼지만, 한 때 3만달러 선을 위협하는 등 반토막이 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트코인에 대한 변심과, 각국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가능성 등은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드는 악재가 됐다. 가상화폐 시장의 움직임은 뉴욕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까지 위축시키며 세계 금융시장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향후 가상화폐의 움직임과, 가상화폐를 둘러싼 시장의 변화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가상화폐가 요동을 치자 세계 각국이 규제의 칼을 뽑아들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를 시사한 가운데, 유럽과 미국, 인도 등 세계 곳곳에서 경계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규제 강화는 시장에서는 악재로 받아들여지지만, 일부 옹호론자들은 규제를 통해 가상화폐 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장기적인 호재로 보고 있다.

반면 회의론자들은 가상화폐의 성격이 지나치게 투기적인 만큼, 규제 역시 상당히 날카로울 것이라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규제 강화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지, 아니면 오히려 가상화폐의 안정적인 추세 형성에 도움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미국·유럽 등 세계 각국 규제강화 시사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은행업협회, 인터넷금융협회, 지급결제협회 등 3곳의 금융기관은 공동 성명을 내고 "가상화폐는 진짜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거나 사용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인민은행 역시 "현재의 가상화폐는 정부 기관이 인증하지 않은 만큼 실생활에 어떤 용도로도 쓰일 수 없다"고 언급했다. 

앞서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 2017년에도 가상화폐와 관련된 규제를 선포한 바 있다. 당시에 비해 이번에는 서비스 금지 범위가 대폭 늘어났다.

기관이 가상화폐를 수용하거나 이를 결제수단으로 허용해서는 안되며, 기관 역시 가상화폐와 위안화, 혹은 외화 간 교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 추가됐다.

가상화폐와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모두 금지됐다. 21일에는 채굴행위도 단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같은 단속 강화에 대해 가상화폐가 중국 인민은행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디지털 화폐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배경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정부 디지털 화폐의 위협이 되는 가상화폐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는데 집중하고 있고, 이는 향후 규제 강화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대 로스쿨의 부교수이자 '더 디지털 워(THE DIGITAL WAR)'의 저자인 윈스턴 마는 "새로운 규정은 중국의 금융시스템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고안됐다"며 "정부가 가상화폐 자산을 겨냥한 새로운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비트코인에 대해 '튤립버블' 혹은 '남해회사 버블(The Southsea company)'에 비유하며 '상당히 투기적이고 거품이 낀 자산'으로 평가했다. 

ECB는 19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가격은 17, 18세기 튤립버블과 남해회사 버블 사건을 능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튤립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귀족과 신흥 부유층이 튤립을 경쟁적으로 사들이면서 불과 한달만에 50배 이상 가격이 폭등한 사건을 말한다.

남해회사 버블은 18세기 발생한 희대의 금융 투기 사건으로, 당시 영국 경제 전반을 뒤흔든 바 있다.

비트코인의 버블이 이들 사건에 비해 더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20일 가상화폐를 이용한 탈세 시도에 대해 강도높은 규제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미 재무부는 향후 1만달러 이상의 가상화폐 거래시 반드시 국세청(IRS)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개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역시 이날 금융산업규제당국의 연례회의에 참석해 "암호화폐 거래소에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며, 일반인은 SEC가 암호화폐 거래소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더 많은 보호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에서도 가상화폐 규제 강화가 화두에 올랐다. 앨 그린 의원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랜달 퀄스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에게 가상화폐 시장을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요청하기도 했다. 

터키와 인도 역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옹호론자 "규제강화, 장기적으로는 호재"

세계 각국 정부가 뽑아든 칼날에 가상화폐 시장은 일시적으로 멈칫했으나, 이내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시장에서는 규제 강화가 반드시 악재로 볼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래티직 웰스 파트너스의 루크 로이드 투자 전략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적당한 규제와 정부의 감시는 비트코인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은 제대로 된 규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거래에 자주 사용되지만, 규제가 강화되면 중장기적으로는 가상화폐가 올바른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전문매체인 더밸런스는 "단기적으로는 규제가 가상화폐의 거래 가치를 짓누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규제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시장이 안정되고 보다 안전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규제는 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규제가 나오면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이지면 통상적으로 다시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폴 크루그먼 "각국 정부, 가상화폐 부정적 사용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이 매우 투기적인 성격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적절한 수준의 규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20일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비트코인이 2009년 소개된 이후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상적인 경제활동에서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자산에 기꺼이 거액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는 초기 참여자들이 많은 돈을 벌었고, 그들의 성공이 계속해서 새로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투기적인 버블일 수 있고, 심지어 폰지 사기일 수도 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폰지 사기는 투자사기 수법으로, 다단계 금융사기를 말한다. 앞서 블랙스완의 저자인 나심 탈레브 역시 비트코인에 대해 '폰지 사기'로 비유한 바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금 역시 거래를 위해 사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유사하지만 금속은 신비하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반면 가상화폐는 그렇지 않다"며 "각국 정부는 가상화폐가 불법 행위자에 의해 사용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각국 정부는 금에 대해 결코 하지 않았던 강도높은 방식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해 규제할 수 있다는 것. 

그는 "그나마 좋은 소식은 이 중 어느 것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비트코인과 그 친구들은 어떠한 의미있는 경제적 역할도 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의 가치가 변화하는 일은 가상화폐 시장에 발을 담그지 않은 우리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무관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가 중장기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온다. 

번스타인 분석가인 하르시타 라와트는 이날 메모를 통해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단속은 잠재적으로 또다른 가상화폐의 겨울을 촉발하고 거래활동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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