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줄였던’ 대형마트, ‘매장 리뉴얼’로 노선 변경한 이유
상태바
‘몸집 줄였던’ 대형마트, ‘매장 리뉴얼’로 노선 변경한 이유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5.20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마트 "올해 폐점 계획 없는 상태"
이마트도 올해만 15개점 리뉴얼 예정
빠른 배송 수요 늘어나면서 점포 역할 ↑
신선식품도 온라인으로…대형마트엔 호재
다만 지방 폐점은 여전…소비자 "아쉬워"
지난해 5월 리뉴얼 오픈한 이마트타운 월계점 주류통합매장. 사진제공=이마트
지난해 5월 리뉴얼 오픈한 이마트타운 월계점 주류통합매장. 사진제공=이마트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대형마트들의 생존전략이 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점포 감축으로 몸집을 줄였던 과거와 달리 매장 리뉴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겠다는 전략이다. 오히려 매장을 이용해 배송 역량을 끌어 올리고, 오프라인에서만 충족할 수 있는 체험 영역을 강화하겠다는 것.  
  
다만 폐점을 아예 멈춘 것은 아니고, 지방에 있는 일부 매장들의 점포 구조조정은 여전히 단행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많이 없는 지방 대형마트들이 사라짐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자리를 잃는 직원들이 많아진다는 것도 문제다. 

롯데마트·이마트, 줄폐점 대신 ‘리뉴얼’ 방점

롯데마트는 올해 점포 폐점 대신 매장 리뉴얼에 초점을 맞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구조조정보다는 리뉴얼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 올리고자 한다”며 “롭스 등과의 시너지를 고려하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롯데쇼핑은 롯데마트·롯데슈퍼 등 오프라인 점포 700개 중 30%인 200여개를 3~5년 안에 정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만 롯데마트 12개 점포를 폐점했고 올해도 113개 중 10곳 이상을 폐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매장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심화되는 배송 속도 전쟁과 경쟁 상대 이마트의 리뉴얼을 통한 급성장 등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낮아지고 있는 시장점유율(2018년 23.6%에서 2020년 21.1%)을 늘려야 한다는 위기감도 서려 있다. 

올해 들어 폐점한 매장은 롯데마트 구리점 한 곳 뿐이다. 계획된 구조조정이 아닌, 구리시와의 마트 건물 임대차 계약 연장이 불발되면서 폐점하게 됐다. 롯데마트 측은 현재로선 구리점 외엔 폐점을 계획한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지난 5일 전남 여수시에 상권 특화형 복합매장 ‘롯데몰 여수점’을 개장했다. 기존에 있던 지상 3개층(영업면적 1만5000㎡) 규모의 롯데마트 여수점을 5개월에 걸쳐 새 단장한 리모델링 매장으로, 이를 위해 롯데쇼핑 측은 사상 처음으로 마트와 백화점이 협업하는 팀을 만들었다.

2030세대를 위한 카페, 와인 특화 매장, 캠핑용품 전문매장부터 리빙 특화 매장, 해외명품 특화 매장까지 백화점과 견줄만한 점포를 결합했다는 후문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번 리뉴얼을 성공사례로 만들어 롯데마트의 새로운 공간 혁신 매장을 계속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오래된 경쟁 상대인 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를 가장 활발하게 리뉴얼하고 있는 대형마트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구조조정을 단행할 당시 이마트는 리뉴얼을 추진했다. 단순히 필요한 물건만 사고 가는 장소에서 쇼핑과 여가도 같이 즐길 수 있는 ‘몰링’이 가능한 곳으로 변화시켜 ‘업계 1위’ 타이틀을 더욱 공고히 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월계점, 신도림점 등 9곳의 점포를 리뉴얼 한데 이어 올해는 별내점을 시작으로 총 15개점 이상을 리뉴얼 오픈 할 예정이다. 

이마트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매장을 재구성하고 있는 건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월계점의 경우, 리뉴얼 직후인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2% 신장했다. 월계점 뿐만 아니라 작년에 리뉴얼을 진행한 9곳의 점포 모두 올해 1월부터 4월 기간 동안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특히 춘천점은 68.4%, 칠성점은 42.5%라는 매출 고신장을 기록했다.

이마트 측은 리뉴얼을 통해 오프라인 매출 상승과 더불어 온라인 매출 역시 늘어 전체 매출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는 올해 총 10여 곳의 점포를 창고형 할인점인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한다. 신선식품 당일 배송 서비스 등 빠른 배달을 위해 오프라인 점포 한편에 온라인 쇼핑용 물류센터를 구축한 ‘올라인(All-line)’ 작업도 이어갈 예정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상품 구색부터 매대 면적, 진열 방식, 가격 구조, 점포 조직 등 유통 전 과정의 낭비 요소가 제거된 매장으로 변화를 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롯데마트 중계점에 설치된 온라인 배송 자동화 설비에서 직원들이 배송 물품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쇼핑
서울 노원구 롯데마트 중계점에 설치된 온라인 배송 자동화 설비에서 직원들이 배송 물품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쇼핑

온라인 배송 증가에 점포가 무기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쇼핑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21.3% 늘어난 44조692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이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소비가 폭증하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오프라인 점포들이 오히려 새로운 경쟁력으로 탈바꿈했다. ‘당일배송’, ‘새벽배송’, ‘즉시배송’ 등 ‘라스트마일(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마지막 단계, Last mile)’ 경쟁력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면서다.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대형마트의 경우, 쿠팡처럼 많은 돈을 들여 콜드체인(냉장·냉동 처리 및 보관)을 갖춘 물류센터를 많이 세우지 않아도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빠르게 배송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점포를 자동화해 주문 2시간 이내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삼는 ‘스마트스토어’와 ‘세미 다크 스토어’를 도입했다. 롯데마트 측은 향후 41개 점포에 이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도 SSG닷컴에서 새벽배송을 전담하고, 오프라인 점포에서는 P.P(Picking&Packing)센터를 구축해 당일배송에 대응하는 이원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재 전국 이마트 매장 110여 곳에 P.P센터가 설치돼 하루 최대 배송 처리 물량이 1년 새 20% 늘어난 6만건으로 확대됐다. 올해 P.P센터를 10여 곳 더 늘려 하루 배송량을 총 14만 건까지 늘릴 계획이다. 

더구나 대형마트들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었던 신선식품 분야까지 온라인으로 구매하게 되면서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타 이커머스 업체들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예컨대, 쿠팡의 경우 지난 2018년 신선식품 당일배송·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도입했으나 아직 보관시설이 충분하지 않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콜드체인(냉장·냉동 처리 및 보관)을 갖춘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고는 해도 이미 노하우가 쌓인 이마트나 롯데마트, 홈플러스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최근 수장이 교체된 홈플러스 또한 점포를 활용한 도심형 물류센터의 확대를 예고했다. 이제훈 신임 홈플러스 사장은 취임식에서 “하이퍼 123개, 익스프레스 253개 점포가 소규모 도심형 물류센터의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하이퍼 당일 배송률은 무려 80%가 넘는다”며 풀필먼트 센터 조성, 1시간 내 배송을 지속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일부 지방 대형마트 폐점 예정…소비자 “아쉬워”

다만 폐점을 아예 멈추는 것은 아니다. 이마트는 지난달 28일 광주·전남 최초의 이마트인 동광주점 영업을 종료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인천공항점을 폐점했다. 2019년 광주 상무점에 이어 동광주점의 문도 닫게 되면서 광주 지역 이마트는 3곳으로 줄어든다. 오는 7월 중에는 대구 감삼점이 문을 닫는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해 안산점, 둔산점, 대구점, 대전 탄방점 등 4개 점포를 매각 처분했으며, 올해 대구스타디움 폐점과 부산 가야점 폐점·매각을 발표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노동자와 운영사 MBK파트너스 간의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홈플러스 여성 직원 11명이 MBK 본사 앞에서 점포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삭발식을 진행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은 사라져가는 대형마트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광주시 운암동에 사는 A(43)씨는 “서울은 길 건너면 대형마트가 있어 오프라인 쇼핑과 온라인 쇼핑 모두 용이하겠지만 지방은 안 그래도 대형마트가 많이 없는데 그마저도 사라지고 있으니 소비자로서 불편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폐점은 더 이상 안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