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홍보대사 머스크의 이유있는 돌변?...채굴시 전력사용량 '어마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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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홍보대사 머스크의 이유있는 돌변?...채굴시 전력사용량 '어마어마'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5.13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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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1개 채굴 에너지 소모량, 美 가정 한달 전기사용량 맞먹어
비트코인이 국가라면 29위 에너지 소모국인 셈
이더리움은 지분증명 방식으로 옮겨가는 중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차량 구매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차량 구매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한 때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인 홍보대사'라고 불릴 정도로 비트코인을 옹호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순식간에 돌아섰다.

비트코인 채굴시 화석연료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비트코인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던 머스크의 갑작스런 변심에 투자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머스크가 순식간에 돌아선 것일까. 

머스크, 3개월만에 변심..."비트코인 결제 중단"

12일(현지시간)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을 사용한 테슬라 자동차의 구매 결제 허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2월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투자를 발표하면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허용하겠다고 언급, 비트코인의 고공행진에 상당한 공(?)을 세웠다.

테슬라의 발표 후 하루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15% 급등했으며,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장기적인 호재로 인식됐다. 

불과 3개월만에 테슬라가 돌아선 이유는 '환경' 때문이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를 위한 화석연료 사용의 급격한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면서 "특히 석탄은 어떤 화석 연료 중에서도 최악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론자들은 친환경적인 차량인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지지하는 것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슬라 CEO의 암호화폐에 대한 남다른 열정은 그가 전기차에 뛰어들게 된 계기로 꼽아왔던 '기후변화 우려'와는 대치를 이뤘다"며 "그는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문제를 고려하는 ESG 투자자들로부터 날카로운 질타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한 건의 비트코인 거래 = 미국 가정의 한달 전기 사용량"

비트코인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슈퍼 컴퓨터라고 불리는 고성능 컴퓨터 수천대 혹은 수만대가 24시간 내내 가동하면서 아주 복잡한 수학 퍼즐을 풀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의 열기를 식히기 위한 냉방까지 더해지면서 엄청난 전력소모가 이뤄진다. 

케임브리지대 대체금융센터(CCAF)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연간 전력 소모량은 120테라와트시(TWh)로, 이는 스웨덴의1년 전기 사용량에 맞먹는 규모다. 

웹사이트 디지코노미스트(Digiconomist)에 따르면, 한 건의 비트코인 거래에 사용되는 전기량은 미국의 평균 가정이 한달간 사용하는 전기 사용량과 같다.

그리고 한 건의 비자카드 거래에 비해 100만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사주간지인 더뉴욕커는 이를 언급하며 "전세계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절박한 시점에서 스웨덴이 1년간 쓰는 전기를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 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대답은 분명하게 아니요(No)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에는 비트코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더 많은 컴퓨터, 더 높은 성능의 컴퓨터가 필요하게 되면서 전기 사용량도 많아지고 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도 더 많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코넬테크의 컴퓨터 과학자인 아리 줄스는 "채굴에 있어서 전문화된 컴퓨터 장치가 훨씬 더 효과적이고, 이러한 채굴에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면서 "초창기 일반적인 컴퓨터 장치를 가진 개인들이 참여하던 채굴 작업이 이제는 엄청난 규모로 통합됐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전기는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0.58%에 달하는데, 만일 비트코인을 하나의 국가로 가정한다면,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상위 국가 중 29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렇듯 엄청난 양의 전기가 사용되다보니, 채굴업체들은 전기량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을 찾는다.

CCAF 연구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체 비트코인의 3분의 2가 중국에서 채굴되고 있으며, 그 중 3분의 1은 신장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전기요금이 비교적 싼 중국으로 몰리게 되고, 그 중에서도 방대한 석탄을 보유하고 있는 신장 지역이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유발하는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그리스 전체 배출량 수준인 6000만톤"이라며 "이는 연간 2억명의 승객을 수송하는 세계 최대 항공사 아메리칸항공보다도 많은 양"이라고 말했다. 

하와이대학교의 카밀로 모라 교수는 "비트코인이 전세계 총 에너지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지만, 한 국가의 탄소 배출량을 가지고 있다"며 "상상해봐라. 그것은 지구를 망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18년 논문을 통해서는 "비트코인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만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치인 '2℃' 이상으로 지구 온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논문 중 일부 가정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전세계 환경에 큰 경고 목소리가 울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더리움은 지분증명으로 옮겨가는 중...비트코인은 계획 없어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재생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친환경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실제로 CCAF가 2020년 연구한 바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총 에너지 중 39%가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대비 2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와 함께 76%의 채굴업자들이 화석연료와 함께 재생에너지를 혼합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를 일정 비율 사용하고 있는 만큼 무조건 환경에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미 공영 라디오 방송국인 NPR은 이를 전하며 "하지만 비평가들은 재생에너지를 일정 부분 사용한다고 해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서 "실제로 비트코인 채굴은 세계의 탄소 발자국을 더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점에서 암호화폐 채굴 과정에서 새로운 작업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트코인의 경우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 프로토콜을 채택해 채굴하고 있다. 작업증명 방식에서는 채굴업자들이 각자의 컴퓨터를 활용해 경쟁적으로 검증을 수행하는 방법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도지코인과 이더리움 등이 작업증명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더리움의 경우 올 하반기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지분증명(PoS, Proof of Stake) 방식으로 변경할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지분증명 방식은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를 토대로 권한이 부여된다. 경쟁적으로 컴퓨터를 돌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씨넷은 "작업증명 방식의 경우 컴퓨터를 지속적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엄청난 반면 지분증명 방식은 훨씬 더 에너지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이더리움은 지분증명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 역시 이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계획이 없어 보인다"면서 "이같은 주장은 비트코인 커뮤니티 내에서도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머스크는 "비트코인 채굴이 좀 더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비트코인의 테슬라 자동차 구매 결제를 다시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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