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 '뚝'... 왜?
상태바
美 증시,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 '뚝'... 왜?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4.28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공행진 펼친 주가 덕분...
투자자, 눈높이 쑥 올라가
주가 상승할수록 주가 밸류에이션 정당화 필요
미국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한창인 가운데, 투자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한창인 가운데, 투자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의 주요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욕증시가 이미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속, 사실상 추가 상승을 이끌만한 모멘텀이 고갈된 상황에서 '실적'은 새로운 상승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실적은 예상대로 긍정적이었다. 긴 코로나19 터널을 마치고, 경제 정상화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많은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외쳤지만, 주가는 이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는 셈이다. 

MS·테슬라·스타벅스 등 성적표 괜찮았지만 주가는 '뚝' 

27일(이하 현지시간) 장 마감 후 마이크로소프트(MS)의 3회계분기(1~3월) 실적이 공개됐다.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6.2% 늘어난 417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당초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문가들의 평균 예상치는 411억달러. 예상치를 웃돈 것은 물론이며, 201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눈에 띈 점은 클라우드 사업이 성장세를 지속했다는 점이다. 당초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MS의 성장세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문이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라고 평가해왔다. 이번 분기 애저에서만 매출이 50% 이상 급증했으며, 전문가들의 예상치(46% 성장)도 웃돌았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지 1년이 넘었지만, 디지털 전환 속도는 느려지지 않고,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놀라운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MS는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3%대 하락세를 보였다. 엄청난 실적에도 투자자들이 좀처럼 만족하지 못한 셈이다. 

영국 금융서비스 업체인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니코라스 하이엣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에도 그리 환영하지 않았다"며 "이것은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MS 주가는 최근 1년간 50% 이상 상승하면서 시가총액이 2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32.8배에 달한다.

주가가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이엣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실망하면 주가는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매출이 20% 이상 늘었고, 애저 부문의 성장세도 눈에 띄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더 큰 블록버스터 영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6일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의 경우 27일 정규장에서 4.5% 급락했다. 테슬라는 역대 최고 실적을 공개하면서 7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왔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700% 이상의 주가 상승세를 보인 테슬라에 대해 투자자들은 더욱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역대급 실적에도 테슬라 주가가 급락한 원인은 테슬라 실적개선이 본업인 자동차 판매 호조 덕분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지난해 15억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던 테슬라는 그 중 일부를 매각하면서 1억100만달러의 차익을 거둬들였고, 탄소배출권 판매해 5억1800만달러의 수익을 냈다.

이를 배제하고 보면 자동차 판매에서는 오히려 적자를 낸 셈이다. 

CNN은 "테슬라는 치솟는 주가를 정당화하기 위해 점증하는 난제들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며 "이 회사의 자동차 판매가 계속 호황을 누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많은 위험 요인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기차 시장 경쟁, 중국 내 품질 문제, 자율주행 관련 사망사고, 부품 공급난 문제 등이 테슬라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CNN은 설명했다. 

스타벅스 역시 연간 실적 매출 전망을 상향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스타벅스는 이날 1분기 주당순이익이 62센트를 기록, 월가의 예상치(53센트)를 웃돌았다. 대표적인 경기민감주인 스타벅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속화 및 경제회복 등에 힘입어 올해 실적 전망을 상향조정했다. 스타벅스는 연간 기준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기존 2.42~2.62달러에서 2.65~2.75달러로 상향조정했다. 

스타벅스의 성적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으나 투자자들은 성적표에서 엿보인 일부 문제점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타벅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67억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당초 예상치(68억달러)를 소폭 하회한 것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자 투자자들은 스타벅스의 '느린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CNBC는 "스타벅스가 연간 실적 전망을 상향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글로벌 성장세의 지연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더 높아진 기대감 충족시키기는 갈수록 어려워져"

팩트셋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들 중 88%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성적표를 내놨지만, 57%만이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훌륭한 성적표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상당히 높아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쉽사리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월가는 더욱 강력하고 더 훌륭한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월가의 기대치를 웃돈다 하더라도 낙관론자들은 여전히 더 나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분기 실적이 긍정적이었다 하더라도 향후 이같은 개선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MS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원격수업이 많아지면서 상당한 수혜를 입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같은 성장세가 이어질만한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투자 리서치 업체 DA데이비슨의 애너리스트인 리시 절루리아는 "MS가 팬데믹 이후에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실적 발표가 차익실현 기회를 엿보던 투자자들에게 빌미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은 이미 올해 이후 20%나 급등한 MS가 빅테크 중 확실한 주식시장의 승자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강한 상승세에 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28일 애플과 페이스북의 실적발표가 예정된 만큼 이들 실적이 발표될 때까지 투자자들이 기다리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애플과 페이스북의 실적발표가 마무리되면 빅테크가 다시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루솔드그룹의 짐 폴슨 수석 전략가는 "이번주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예고된 만큼 주식시장은 다음 방향을 결정하기 전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이와 함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후 주식시장과 채권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