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중국 백신 맞아도 되나…고민에 빠진 교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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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중국 백신 맞아도 되나…고민에 빠진 교민들
  •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 승인 2021.04.2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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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사흘만 40대 한국 교민 여성 사망
유언비어 빠르게 확산… 검사 결과는 일주일 정도 소요돼
교민들 접종 예약 취소 이어져... 상하이한국상회 백신 접종 신청서비스 중단
교민들, 백신 여권 도입 후 격리 기간 편의 등의 기대감으로 백신 접종 받아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중국 교민들의 백신 접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22일 오전 40대 한국 교민 여성이 자택 침실에서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여성은 19일 상하이의 외국인 전용 접종소에서 시노팜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맞은 후 사흘만에 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민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시노팜은 중국에서 개발한 코로나19 예방 백신이다.  

백신 접종 후 숨진 여성은 평소 기저질환 없이 건강한 편이었으며 백신 접종 후 메스꺼움 등 일부 부작용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언비어 빠르게 확산돼… 검사 결과는 일주일 정도 소요

한국 교민 여성의 안타까운 사망사고로 코로나19 접종을 서두르던 교민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아직까지 사망사고에 대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평소 건강하던 교민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은 순식간에 교민사회에 퍼졌고 확인되지 유언비어들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 40대 교민이 중국 시노팜 백신 접종 후 사흘만에 사망했다. 시노팜은 중국이 자체개발한 코로나백신 4종 중 하나다. 사진=탕쉰왕 캡쳐.
한국 40대 교민이 중국 시노팜 백신 접종 후 사흘만에 사망했다. 시노팜은 중국이 자체개발한 코로나백신 4종 중 하나다. 사진=탕쉰왕 캡쳐.

상하이총영사관은 중국 당국에 백신과 사망 사이의 관련성을 확인하는 등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망사고에 대한 상하이시 법의관의 검사 결과는 1주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의관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백신 접종 때문에 사망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교민사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상하이한국상회는 “더 이상 유가족과 주변 분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지 않도록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확산을 자제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교민들 접종 예약 취소... 상하이한국상회 백신 접종 신청서비스 중단

한국 교민의 사망사고가 난 다음날 23일, 상하이한국사회는 백신 접종 단체 신청접수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상하이한국상회는 백신 접종 신청서비스 중단 이유에 대해 “최근 사망사고로 인해 교민들의 불안이 증대돼 사고 상황이 정확하게 파악되고 교민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교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면서 상하이에서 25일 백신을 접종하기로 예약 한 320명의 교민 중 절반 정도가 곧바로 백신 접종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뿐만 아니라 베이징 등 중국 전역에서 백신을 접종하기로 한 교민들도 상하이 교민 사망사건을 접한 후 백신 접종 시기를 미루는 등 백신 접종에 좀 더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해 중국인들이 길게 줄 서있는 모습. 중국에서는 지난달부터 외국인에 대한 백신 접종을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사진=중국 해외망 캡쳐.
코로나 백신 접종을 위해 중국인들이 길게 줄 서있는 모습. 중국에서는 지난달부터 외국인에 대한 백신 접종을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사진=중국 해외망 캡쳐.

백신 여권 도입 후 격리 기간 편의 등 기대감으로 백신 접종 받아

중국에서는 지난달부터 지역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외국인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받을 수 있다. 

중국은 조기 집단 면역 달성을 위해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중국은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서 지난달부터 '백신 여권'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면서 장차 자국산 백신을 맞은 사람에 한해 중국 입국 시에 격리를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국 교민들은 향후 중국에서 백신 여권을 추진할 경우 중국에서 이동하거나 사업상 한국 출장을 다녀오는 경우에 격리 해제 등의 편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백신을 서둘러 접종했다.

중국외교부는 중국산 백신을 접종한 경우 중국 입국시에 비자 발급 등에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사진=중국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중국외교부는 중국산 백신을 접종한 경우 중국 입국시에 비자 발급 등에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사진=중국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2억회분을 넘겼다. 그러나 코로나19 집단면역 조기 달성을 위해 중국 정부가 강제로 백신을 접종한 사례가 밝혀지고 백신 접종 부작용에 대한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중국 정부의 백신 접종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백신 접종 후 사망설 등을 유포하는 경우 구속하는 등 백신 관련한 유언비어에 엄정 대처하는 한편 지방정부, 공산당원, 공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독려하면서 집단 면역을 위한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들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향후 중국 생활에 많은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일부 건물이나 시설에서는 백신 접종 여부를 검사하고 입장시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 가서 백신을 맞고 싶지만 한국에서는 언제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중국백신을 맞을 수밖에 없는 한국교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박신희 중국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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