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기술결함 한방에 추락하는 도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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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기술결함 한방에 추락하는 도시바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6.12.3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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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1000' 원자로에서 결함…공기 3년 지연, 수조 손실 발생

일본의 간판기업인 도시바(東芝)가 추락하고 있다. 주가가 3일만에 42%나 폭락하고, 신용등급은 정크본드 이하로 떨어진지 오래, 그 이하로 떨어져 ‘쓰레기 중의 쓰레기’로 전락했다. 일본 경제가 한창 잘나가던 1980~90년대 도시바의 TV·냉장고등 가전제품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한달전까지만 해도 도쿄증시에서 가장 잘나가던 주식종목이었고, 올들어 폭락 직전까지 87%나 급등한 주식이었다.

그러던 도시바가 한순간에 휙 간 것은 바로 미국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에서 기술결함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해양플랜트 기술결함으로 수조원의 부실을 내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연유다.

도시바는 2006년에 미국의 원자력발전 설비회사인 웨스팅하우스를 54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1880년대에 설립돼 가전제품에서 가로등, 미국 CBS방송등을 소유한 거대 기업집단이었다. 21세기 들어 부실이 커지면서 기업을 분할해 매각했는데, 원전 부문이 도시바에 매각됐다.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면서 원전 부문을 미래의 업종으로 설정해 그동안 잘 나갔다.

하지만 중국에 건설하고 있는 원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상하이 남쪽 해변에 건설중인 산멘(山門)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에서 기술결함이 발견돼 공기가 3년째 지연되고 있다.

산멘 원자로는 웨스팅하우스가 최첨단이라고 자랑하는 「AP1000」 기술에 의해 최초로 건설되는 원자로였다. AP1000 원자로는 원전 부문에서 혁명적인 신기술로 평가됐다. 밸브와 펌프, 그리고 여러 가동 장치를 대폭 줄여 운영요원을 감축하고, 공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기술이라고 웨스팅하우스는 자랑했다.

▲ 중국 산멘 원자력발전소 전경 /위키피디아

웨스팅하우스는 프랑스의 경쟁사 아레바가 감히 따라가지 못할 신기술을 약속했고, 중국 원자력 당국이 이를 받아들였다. 원자로 안전을 위해 중력과 같은 자연의 힘을 이용하고, 비상상황에서도 대형 탱크에서 자동으로 물을 뿜어내려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안전성이 강조됐다. 비상상황 시에도 자동으로 가동되는 특성을 자랑했다.

산멘 원자로는 이 기술로 지어지는 첫 번째였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한창 진행되던 2013년 웨스팅하우스는 세계적인 원자력발전 기술자 제프 벤자민(Jeff Benjamin)을 영입했다. 그는 중국으로 달려가 AP1000 기술로 지어지는 원자로를 검사했다. 그는 기술적 결함을 발견했다. 결정적인 결함은 시험가동 중에 원자로 압력용기를 둘러싼 보호막이 예상 외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 이는 원자로 안전에 핵심사항이다. 벤자민은 플래시를 들고 좁은 구멍을 기어 들어가 원자로 내부에 들어가 보았더니, 팽창 물질에 의한 다량의 불순물을 목격했다. 그는 “매우 실망했다”며 보호막의 물질 바꾸는 문제를 고민했다.

벤자민을 비롯해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팀은 기술적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2년여를 씨름했다. 원자력발전소의 다른 부문은 거의 완공됐다. 중국 정부가 원전 안전을 이유로 웨스팅하우스에 강력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 측은 당초 지난해말에 계획했던 농축 우라늄 주입을 내년봄으로 연기했다. 공기가 3년이나 지연되는 것이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공사지연에 따른 손실로 웨스팅하우스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산멘 원자로만의 문제가 아니다. 웨스팅하우스가 전세계에 건설하고 있는 원자로가 거의 대부분 공기 지연이라는 악재를 만나고 있다.

▲ /그래픽=김송현

도시바는 산멘 원자로의 기술결함을 쉬쉬했다. 그러다가 최근 미국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의 잠재부실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적시하지 않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수십억 달러(수조원)의 부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웨스팅하우스의 손실은 중국 산멘 원자로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다. 현지 건설중인 원자로만 해도 전세계의 3분의1을 차지한다. 중국은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건설기술을 채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도시바의 재정 부실이 악화하자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도시바의 신용등급을 ‘B3’에서 ‘Caa1’로 한 단계 낮췄다. 'B3'도 투자부적격단계(정크본드)인데 그보다 더 떨어뜨린 것으로, 도시바 회사채는 ‘쓰레기 중의 쓰레기’로 전락한 것이다.

또다른 국제신용평가사인 S&P도 도시바의 신용등급을 'B'에서 'B-'로 한 단계 강등했다. S&P는 이어 추가 등급 하향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지난해 4월 도시바가 무려 2,248억엔(2조2,000억원 상당)에 달하는 회계부정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번 데인데 또 데이는 셈이다. 주가는 이번주들어 수직하락했다. 올들어 상승한 87%를 거의 다 잠식했다.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의 손실을 올 회계연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그 규모가 1,000억엔(1조원 이상)에 이른다.

그런데 채권 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산 매각 또는 은행 차입으로 해결해야 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스미토모미쓰이 트러스트, 미즈호, SMBC등의 은행이 도시바에 빌려준 대출이 각각 10억 달러를 넘는다. 그것도 무보증 대출이다. 일본 은행주도 하락했다.

만일 일본 은행들이 도시바를 지원하지 않으면 도시바는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은행들이 출자 전환을 통해 지원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도쿄 증시에 퍼졌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출자전환 시 감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식을 무더기로 팔아제끼는 것이다.

▲ /구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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