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현대百...'오프라인 고집’ 여의도서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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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현대百...'오프라인 고집’ 여의도서 통할까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2.05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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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업익 1359억…전년比 53. 5%↓
정지선 회장 ‘야심작’ 더 현대 서울, 26일 개점
온라인 전환 뒤처진 현대百, 오프라인 강화
현대백화점이 이달 26일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여는 ‘더 현대 서울’조감도.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26일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여는 ‘더 현대 서울’조감도.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현대백화점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이 소폭 늘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무엇보다 패션 등 주력 상품 판매가 급감한 백화점 사업 부문의 타격이 컸다. 일각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업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던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빚어낸 필연적 결과라는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좀더 진행될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여전히 오프라인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현대백화점이 돌파구를 마련하기란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26일 현대백화점 판교점 이후 6년 만에 등장하는 여의도점 ‘더 현대 서울’이 이런 현대백화점의 부진에 숨통을 틔어줄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부진했던 2020년도 실적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3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5% 줄었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4% 오른 2조2732억 원을 나타냈다. 

동대문점, 인천공항점 등 신규 면세점 오픈 효과로 전체 매출 역성장은 피했으나,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1년 전 영업이익은 2922억 원이었다. 

백화점 부문 실적 악화가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백화점 영업이익은 1986억 원으로 45.8% 감소했다. 매출도 1조7504억 원으로 9.5% 줄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더 나빠질 게 없다고 보고 있다. 예견된 부진이었으며, 앞으로 코로나19 민감도 감소와 함께 곧 오픈하는 ‘더 현대 서울’이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 현대 서울’, 현대백화점의 새 중심축 될까

오는 26일 개점하는 ‘더 현대 서울’은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으로, 지하 7층 지상 8층에 영업면적만 8만9100㎡(2만6953평)에 달한다. 

‘현대’라는 이름 빼고는 다 바꿨다. 통상적으로 백화점 뒤에 붙는 지역명이나 건물명 대신 도시명 ‘서울’을 붙였으며, ‘백화점’이라는 단어도 삭제했다. 백화점이란 한정된 틀을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가족 단위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고자 복합쇼핑몰처럼 체험형 시설을 대폭 확대했으며,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무인자동화 매장 아마존고의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스토어도 입점한다. 천장 전부를 유리로 제작해 자연 채광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고, 인공 폭포에 공원까지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더 현대 서울 출점을 계획할 때부터 ‘차별화된 서비스와 쇼핑 경험’에 대한 의지를 보여 왔다. 

지난 2018년 임원들에게 “여의도 파크원에 들어서는 현대백화점을 대한민국 최고의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라며 위상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특화 매장 개발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 회장의 야심작이나 다름없는 더 현대 서울은 ‘백화점은 쇼핑하러 가는 곳’이라는 기존의 공식을 깨고 전체 영업면적의 70%를 식품, 리빙 등으로 꾸몄다. 백화점의 미래사업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더 현대 서울 출점으로 현대백화점이 긍정적인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완화 시 가장 반등의 폭이 클 업태로 백화점 부문이 기대되며, 신규 출점 효과도 유효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길어지고 있는 팬데믹 상황이 올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반론도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해 현대백화점은 판교점과 본점을 제외하고는 13곳 모두 적자였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현대백화점이 여의도점(더 현대 서울) 매출액을 6500억 원으로 예상했는데, 코로나19 등 상황이 좋지 않아 5000억 원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이어 “성패여부는 개점해봐야 알겠으나 원했던 매출액이 나오지 않을 경우 어느 정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이미지.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이미지.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의 ‘몸집 키우기’, 통할까?

현대백화점은 신세계와 롯데백화점이 온라인 강화에 힘쓰고 있는 것과는 달리 덩치를 키우는 경영으로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다. 보수적이고 변화에 둔감한 현대백화점이 코로나 타격을 기점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 

온라인으로의 전환 타이밍을 놓친 대신 약했던 보조 유통 채널인 면세점·아웃렛을 확장시키고, 백화점과 ‘혁신’을 접목시켜 새로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외 유통사들이 모두 오프라인 점포 확장 전략을 과감히 포기하는 것에 비해 현대백화점은 지난해에만 동대문 시내면세점, 인천공항 면세점, 대전 아웃렛, 남양주 아웃렛을 개점했다. 

지난해 백화점 중 최단 기간 연매출 1조원 돌파한 판교점도 대규모 금액을 투자해 올해 명품 브랜드 추가 유치와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에 들어간다.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도 리뉴얼을 통해 백화점을 넘어선 '메가 라이프 플랫폼'으로 육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연초에 “2030년 매출 40조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더 현대 서울의 성패는 현대백화점이 ‘공격 경영’을 통해 올해 영업이익을 회복하고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낼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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