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요기요 매각, 가로막는 3가지 장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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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 만난' 요기요 매각, 가로막는 3가지 장애물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2.04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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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 요기요 매각 작업 시작...원매자 아직 눈에 안띄어
공정위, 조만간 의결서 전달…6개월 내 매각해야
'지위 남용' 기소·인수자 리스크·시장 내 포지션은 '난제'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새해 인수합병(M&A)시장의 빅딜로 주목받고 있는 요기요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독일 배달 플랫폼 딜리버리히어로(DH)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요기요 매각에 돌입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요기요 지분 100%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조건으로 배달의민족 인수를 승인한 데에 따른 것이다. 

DH 입장에서는 요기요 매각이 필수조건이다. 그래야 추후 배달의민족 인수가 원활해진다. 조만간 공정위가 DH측에 배달의민족과 인수합병을 승인하는 의결서를 발송한다면, DH는 발송 시점부터 6개월 안에 요기요 매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하지만 시장에선 요기요의 새 주인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대기업은 물론, 카카오·네이버·쿠팡 등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통과 이커머스 등 시장에서 배송·배달 서비스 확장을 위한 빅블러(Big Blur)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는 ‘인수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있고, 계획도 없는 상태’라는 입장이며 CJ, SK 등 국내 대기업들도 한 발 빼면서 관망하고 있을 따름이다.

결국 적극적으로 인수를 고려하는 곳이 없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DH가 예상한 요기요의 기업가치 2조원이 '고평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가격 문제 말고도 요기요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을 세 가지로 보고 있다. 

①‘자영업자에 갑질’ 재판과 이미지 손상 우려

지난 달 27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를 불구속 기소했다. 혐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DHK는 음식점에 최저가 보상제를 강요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계약해지 등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DHK는 자체 모니터링과 소비자 신고 등을 통해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최저가 보장제를 따르지 않은 음식점 144곳을 찾아내 ▲주문 가격 인하 ▲다른 배달앱 가격 인상 ▲배달료 변경 등을 요구했다. 응하지 않은 음식점 43곳은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요기요 브랜드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갑질’은 배달원들과 회사간의 노동 이슈와 연결돼 있는 지점이어서, 웬만해선 소비자에게 우호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힘들다.

더구나 배달을 자주 이용하는 젊은 소비층들은 착한 기업에는 '돈쭐을 내준다'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금전적 응원과 지원을 하지만 갑질 기업에는 적대적인 감정을 갖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따라 새해부터 법률적 판단을 받게 된 DHK는 ‘갑질 배달앱’이란 꼬리표로 난처한 상황을 맞게 됐다.

②잠재적 인수자가 떠안게 될 리스크들

요기요 관련 핵심 정보나 사업노하우가 이미 공개돼 있다는 점도 인수자에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인수 시, 배달 시장의 경쟁업체가 될 DH가 직전까지 요기요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객 데이터, 배달 주문 건수, 주문 알고리즘 등 주요 정보를 다 확보한 상태다. 

이미 시장의 선두주자가 명확하게 갈린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러한 핸디캡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요기요 인수 금액을 DH에게 전달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도 원매자에겐 불편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차이가 많이 나는 2등을 인수하기 위해 1등에게 조 단위의 금액을 제공한다는 점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 배달 앱 쿠팡이츠. 사진제공=쿠팡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 배달 앱 쿠팡이츠. 사진제공=쿠팡

③배달 플랫폼 시장 내 애매한 포지션

요기요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거래액 기준 19%로, 배달 업체 중 2위다. 하지만 배달의민족 시장 점유율은 79%에 달하고 있어, 사실상 1등과 2등의 격차가 상당하다.

누구든 요기요를 인수만 하면 시장 2위로 올라설 수는 있지만 배민과의 갭(Gap) 차이를 줄이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무주공산'은 아니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쿠팡 배달 앱 쿠팡이츠는 시장 점유율이 아직 미미한 상태지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발주자다.

'한 번에 한집 배달' 슬로건을 내세우며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 중에 있으며, 배달 속도가 빠른 만큼 ‘우리 집에 배달 음식이 언제 도착할지’를 예측하는 신뢰성도 뛰어나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전국에서 가장 배달을 많이 시켜먹는 서울 강남에서는 쿠팡이츠가 배민을 앞질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츠의 전국권 배달 확장에 대해서는 지금 확인이 어렵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비즈니스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뚜렷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요기요와 DH에게 좋은 신호는 아니다”라면서도 “곧 공정위 측에서 (DH에게) 의결서를 전달하면 어떤 식으로든 속도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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