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위기…일자리 없는 도시화는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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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위기…일자리 없는 도시화는 毒
  • 한용주
  • 승인 2016.01.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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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퇴출·기술 혁신으로 도시 일자리 감소…사람이 떠나면 도시는 쇠락
▲ 한용주 경제칼럼니스트

 

도시에 사람이 모여드는 이유는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그 일자리를 배경으로 도시가 성장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세계경제가 고용이 없는 성장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으로 들어 왔다. 일자리 창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세계 각 국가는 일자리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들이 제조업 부흥으로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일자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무려 7년 동안 구조개혁과 통화팽창 그리고 성장정책으로 투자를 촉진시켜 경기회복과 함께 일자리 늘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그 결과로 경기회복은 상당 폭 성과를 거두었지만 일자리 창출 성과는 초라하다.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무한경쟁에 따른 기업의 양극화로 퇴출기업이 늘어나는 만큼 일자리가 줄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기술혁신에 따른 일자리 감소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만성적인 공급과잉 시대에서는 기술혁신이 창출하는 일자리보다 기술혁신이 파괴하는 기존 일자리가 더 많다. 대표적인 사례는 로봇이다. 그 동안 산업용 로봇이 공장에서 수많은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 앞으로는 지능형 로봇과 서비스형 로봇이 등장하여 사무실에서 그리고 서비스 사업장에서 수많은 일자리를 빼앗아 갈 전망이다.

이렇게 일자리가 감소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도시화 비율은 9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5년 이후 10년째 정체 상태인데, 사실상 정점을 지나 ‘도시 쇠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이 이탈하고 인구가 줄면서 주거 환경과 삶의 질이 떨어지는 도시들이 늘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전국 144개 시·군·구 중에서 이런 쇠퇴 징후가 있는 지역은 96곳(67%)에 이른다.

이렇게 우리나라 도시가 쇠퇴하는 이유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취업난에 시달린 젊은 이들 중 일부는 해외로 또는 농어촌으로 떠난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은퇴자들 중 일부도 도시를 떠나고 있다. 올해는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과 좀비기업 퇴출 개혁이 예고되어 있어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도시를 떠나는 사람이 더 많아 질 수 있다.

 

중국도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늘고 있지만 수출 감소와 투자감소에 따라 일자리가 줄고 있다. 다행히 알리바바의 성공을 계기로 정부가 학생창업과 인터넷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한동안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지만 지금은 창업열풍이 다소 식어가고 있다. 초기 붐 단계에서 옥석 가리기 단계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회사는 매출 부진 속에 소수만 살아남고 대다수는 퇴출되고 있어 일자리 창출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올해 중국정부가 공급개혁을 선언함에 따라 중국경제도 대규모 감원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정부가 만성적인 생산설비 과잉 문제 해소를 위해 대대적인 좀비기업 정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국제금융공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철강·석탄·조선·디스플레이 등 생산능력 과잉 업종이 20~30% 감산에 나설 경우, 최대 300만명을 감원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전체가 공통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부흥전략을 취한 미국과 일부 선진국은 어느 정도 일자리 창출 성과를 내고 있다. 일자리 증가와 함께 도시도 활력을 되찾고 있다. 반면 제조업 비중이 높은 중국과 우리나라는 일자리 창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자리가 없는 도시는 서서히 위기 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 일자리를 늘리지 못하면 도시가 성장할 수 없고 사람이 도시를 떠나기 시작하면 도시는 쇠락할 수밖에 없다. 비록 인구 유출이 소폭일지라도 그 파괴력은 크다. 왜냐하면 지금 도시는 과도한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공급과잉과 함께 심각한 가격거품 상태에 놓여 있다.

중국에선 빈집이 많은 황량한 도시가 많다. 2014년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에서 중국 12개 도시 건설사업 609건을 검토한 조사보고서에서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준공된 건축물 15%가 방치됐고 향후 5년 이내에 작은 도시들은 더 황량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호적제도를 개혁해 농촌 인구를 도시로 이주시켜 황량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을 격려하고 있으며 현재 55%인 도시화 비율을 2020년 6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중국정부는 이렇게 도시화 비율을 높이는 정책으로 황량한 도시를 해결하고 경제성장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 인구를 도시로 이주시킨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없게 되면 농촌으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없는 도시화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닌 것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도 인구유입 속도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서울시처럼 어느 순간 인구유출로 바뀔 수 있다. 한번 공급과잉이 된 부동산시장은 계속해서 악화되는 속성이 있다. 건설업계는 생존을 위해 여전히 새로운 틈새수요를 찾아 내어 부동산을 공급할 것이다. 중국정부의 통화팽창 부양책으로 반등했던 중국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재차 하락할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머지않아 부동산 가격거품에 의존한 중국경제의 부끄러운 실상이 드러나게 된다.

일자리가 없는 도시화는 毒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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