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괜찮아...이젠 실물경제가 타깃이야" 므누신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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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괜찮아...이젠 실물경제가 타깃이야" 므누신의 결정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1.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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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출프로그램 종료의 의미...실제 금융시장에 집행된 규모 크지않아
미사용 자금 회수→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실물경제에 긍정적
므누신 장관,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과 부양책 논의 개시
12월26일 종료되는 실업급여 프로그램 연장 등도 원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긴급대출 프로그램 연장을 불허한 가운데, 미사용자금 등이 경기부양 수단에 사용될 경우 오히려 미 실물 경제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긴급대출 프로그램 연장을 불허한 가운데, 미사용자금 등이 경기부양 수단에 사용될 경우 오히려 미 실물 경제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연방준비제도(Fed)가 연일 강조한 '긴급대출 프로그램의 연장'이 사실상 물 건너 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들 프로그램의 연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므누신 장관의 '연장 불허' 소식이 전해지자 미 언론과 경제학자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힘 빼기 전략이 아니냐며, 므누신 장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으나 다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종료되는 프로그램들의 실제 집행이 미미한 수준이었던데다, 미사용 자금이 미 경제에 있어 꼭 필요한 분야에 사용된다면 오히려 경제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종료되는 프로그램 실제 집행 많지 않아 

지난 3~4월 연준이 내놓은 긴급대출 프로그램 총 9가지 중 므누신 장관이 연장을 불허한 프로그램은 재무부가 손실을 보전하기로  한 5가지 프로그램이다.

회사채매입 프로그램, 즉 유통시장 기업신용기구(SMCCF), 발행시장 기업 신용기구(PMCCF)와 지방채지원프로그램(MLF), 중소기업대출지원프로그램(MSLP), 자산유동화증권지원프로그램(TALF) 등이다. 

므누신 장관은 이들 프로그램이 이미 목적을 달성했거나, 최근에는 크게 이용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것을 더 시급한 곳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금융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했지만, 실제 집행 금액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시장에서 회사채를 매입하는 PMCCF는 실제 집행한 금액이 없었고, 유통시장에서 회사채와 ETF를 매입하는 SMCCF도 총 한도 2500억달러의 5% 규모인 130억달러만이 집행됐다. 특히 8월 이후로 회사채 매입은 월 4억달러에 불과했고, ETF 매입은 없을 정도로 실제 집행 실적은 극히 미미했다는 것이다. 

TALF는 학자금대출, 자동차대출, 신용카드 대출, 중소기업청(SBA) 보증부대출 등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아메리칸뱅커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연준은 총 1000억달러 한도의 TALF를 통해 37억 달러만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채지원 프로그램도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메인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 즉 중소기업 대출지원 프로그램만이 적절히 활용됐으며, 약 400개 회사들이 총 40억달러의 대출을 받아 직원 임금 지급등으로 활용했다. 

므누신 장관은 연준에 미사용 자금 4550억달러에 대해 재무부로 반환할 것을 요청했다. 이 자금은 의회의 용도변경 등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이나 실업급여 연장 등 더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어떤 것도 방해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회사채를 사는데 이 돈이 필요없다. 이 돈은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지원을 위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일 오후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공화당 연방하원 원내대표와 만나 보다 표적화되고 정교한 부양책 패키지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므누신 장관은 논의를 통해 부양책 계획안을 만든 후 민주당과 함께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므누신 장관의 미사용 자금 회수 요청에 응하겠다고 답했다. 파월 의장은 므누신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올해 우리가 함께 이룬 모든 것에 만족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경기부양 수단으로 이어진다면 오히려 긍정적

당초 므누신 장관의 '일부 프로그램 연장 불허' 결정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분위기는 다소 바뀌는 모습이다.

현재 코로나19가 미국 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이로 인해 규제가 강화될 경우 실물경제에 대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므누신 장관의 결정은 오히려 '경기부양책 합의'의 시급성을 더욱 강화시켜줄 수 있다는 인식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민주당과 공화당은 경기부양책을 두고 마감 시한을 정해놓는 등 선거 전 타결을 위해 애써왔지만, 양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타협을 이루지 못해왔다.

긴급대출 프로그램이 연말 종료될 예정이라는 점은 양당에 경기부양책 협상을 앞당기라는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 매크로 전략 헤드는 포브스 기고를 통해 "많은 경제학자들은 므누신의 결정에 대해 '최악'이라고 평가하지만, 나는 이것이 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본다"며 "므누신 장관은 경기부양책 거래를 앞당길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 등이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한 긍정적인 뉴스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은 더욱 약해질 수 있다는 것.

반면 백신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유통되기까지 최소 몇 달은 소요될 수 있고, 현재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해진 상황인 만큼, 지금이 부양책을 성사시키기에는 완벽한 타이밍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므누신 장관은 프로그램 종료를 통해 의회를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므누신 장관의 행동은 많은 이들이 비난하는 것처럼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의 유승우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역시 "실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의 활용이 크지 않았던 만큼 프로그램이 종료된다 하더라도 회사채 시장에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프로그램들의 실제 사용이 미미했다 하더라도 심리적인 안전판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백신 개발 소식 및 경제정상화 기대감 등이 이 역할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료=DB금융투자
자료=DB금융투자

12월26일 끊기는 실업급여..미사용 자금으로 연장할수도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않고 미사용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실물경제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미국의 경제에서 가장 우려되고 있는 것은 고용시장이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실직자들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난방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또다른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므누신 장관은 특히 미사용 자금을 실업급여 연장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므누신 장관의 의도대로, 실업급여 연장 등으로 이어진다면, 실물 경제의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된다. 

진보적 연구단체 센추리 재단에 따르면 경기부양 패키지법(CARES Act)에 따른 실직자 지원 사업 2개가 오는 12월26일자로 만료된다. 1200만명의 실직자 지원이 끊기게 되는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므누신 장관은 미사용 자금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실업급여를 연장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이것들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실제로 집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나온다. 데이비드 웨슬 허치슨센터 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향후 경제회복이 무난하게 이뤄지고, 확진자가 늘지 않으며 부양책이 제대로 합의된다면 므누신 장관의 조치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회사채와 지방채, 자산담보부증권투자자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므누신 장관은 서한을 통해서도 환율안정기금(ESF 펀드) 등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이 유지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여기에 필요할 경우 연준의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이 여전히 8000억달러에 달해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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