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향방] ③ 기술주 투자한 손정의...은행주 줄이는 버핏
상태바
[美증시 향방] ③ 기술주 투자한 손정의...은행주 줄이는 버핏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9.09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미 기술주 콜옵션 대량 매수
워런버핏은 웰스파고 지분 꾸준히 축소중
칼 아이컨, 오프라인 유통업체 숏 투자 나서는 '몰 숏' 투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미국 기술주 연계 콜옵션을 대거 매입했다. 사진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미국 기술주 연계 콜옵션을 대거 매입했다. 사진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 증시가 기술주 중심의 급락이 이어지면서 3거래일 연속 하락한 가운데, 향후 미 증시의 흐름을 두고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등 저명한 투자자들은 미 증시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미 기술주 콜옵션 대거 매입

소프트뱅크 그룹은 지난 8월 이후 미국 기술주 연계 콜옵션을 약 40억달러(약 5조7000억원) 규모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콜옵션이란 주가가 상승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정한 가격으로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40억달러 규모의 콜옵션에 따른 익스포저, 즉 투자나 대출금 이외에 파생상품 등 연관된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규모는 500억달러(약 59조원)에 달한다. 

CNBC는 "특정한 콜옵션에 대한 엄청난 수요가 있을 때 시장은 자산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한 쪽에서 주가 상승을 예상해 콜옵션을 사들이면, 옵션을 매도한 쪽은 손실을 헤지하기 위해 현물 주식을 사들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 기술주의 급등에 소프트뱅크의 영향이 있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중요한 점은 손 회장의 투자가 지금까지 그가 보여왔던 투자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손 회장은 잠재력을 지닌 기술 스타트업에 장기적인 투자를 해왔다. 지난해에는 'IT업계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소프트뱅크 그룹의 사업모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세계적인 투자 귀재이자 가치투자자로 유명한 워런 버핏의 기업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롤모델이라고 밝힐 만큼 신생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데 주력해 온 손 회장이 이미 가격이 급등해있는 미 기술주의 콜옵션을 대거 사들인 것은 투자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간 고수해온 투자방식을 버리고, 내부에서조차 반대가 있었던 위험한 투자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프트뱅크 주가가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 또한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이하 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소프트뱅크의 이번 미 기술주 콜옵션 매수 소식은 선견지명이 있는 기술 스타트업 투자자는 커녕 헤지펀드처럼 위험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우려를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의 미 기술주 대량 투자가 기존 스타트업 투자손실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사무실 공유기업인 위워크, 차량 공유업체 우버 등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1분기(1~3월) 일본기업 역사상 분기 최대 적자 규모인 1조4381억엔(16조5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FT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시장이 위축되자 자신의 기존 전략을 아예 뒤집었다"며 "콜옵션 매수 또한 이러한 반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변동성이 큰 파생상품의 특성상 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소프트뱅크그룹의 콜옵션 매수 소식이 보도된 직후 미 기술주의 급락이 지속됐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옵션 만기일 이후 사들인 기술주를 다시 매도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 측은 콜옵션 매수세를 지속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의 기술주 급등이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아닌 대규모 콜옵션에 따른 불안정한 상승일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기술주의 하락세가 지속중이다. 

FT는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것은 시장의 지나치게 뜨거운 열기를 가라앉히기에 충분했다"며 "하지만 동시에 소프트뱅크가 눈사태를 일으키는 눈송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워런 버핏이 최근 웰스파고에 대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연합뉴스
워런 버핏이 최근 웰스파고에 대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연합뉴스

워런 버핏, 웰스파고 매도 지속..금융주 시각 변화는 아냐

오마하의 현인, 가치투자의 달인, 투자의 귀재 등 워런 버핏을 수식하는 표현은 다양하다. 투자에 남다른 감각을 지닌 워런 버핏은 최근 웰스파고에 대한 매도세를 지속중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8일 "워런 버핏이 웰스파고의 지분을 17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1994년 웰스파고의 지분 13% 이상을 소유했으나 최근 3.3% 수준으로 줄였다.

4일 기준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하고 있는 웰스파고 지분은 1억3600만주다. 올 들어 60% 이상 비중을 줄였다. 금액 기준으로 보더라도 2017년 한 때 290억달러에 달했던 웰스파고 주식은 현재 33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주는 올해 이후 미국 증시가 고공행진을 보이는 와중에서도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인 섹터로 꼽힌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저금리 정책을 줄곧 시사한 데다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발생하면서 금융주의 흐름이 좋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버핏 회장이 웰스파고의 지분을 줄인 것을 '유령계좌 스캔들'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웰스파고의 직원들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2002년부터 약 350만개의 유령계좌를 만든 사실이 지난 2016년 발각된 바 있다. 버핏 회장 또한 이 사건 이후 꾸준히 웰스파고의 지분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웰스파고의 지분을 축소한다고 해서 버핏 회장의 금융주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고 볼 수는 없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대해서는 최근 몇 달 간 지분을 늘리는 등 금융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는 "버핏 회장은 은행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았다"며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의 절반은 기술주(45.76%)에 투자되고 있고, 금융업이 31.72%, 소비재 관련주가 15.01%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는 계열사를 통해 이토추상사, 미쓰비시상사 등 일본 5대 상사 지분 약 5%씩을 6700억엔(약 7조500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대부분 미국 기업 위주로 투자해왔던 버핏이 일본 주식에 투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측은 "이번 투자가 장기적인 투자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기업당 지분율을 최대 9.8%까지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핏이 투자한 일본 종합상사들은 자원개발 비중이 비교적 큰 편으로, 금광회사나 에너지 주식을 늘려온 버핏의 투자 행보와도 일치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칼 아이컨이 '몰 숏'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칼 아이컨. 사진=연합뉴스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칼 아이컨이 '몰 숏'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칼 아이컨. 사진=연합뉴스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숏 투자'..칼 아이컨은 '몰 숏'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8월말 헤지펀드들의 '몰 숏(mall short)' 투자방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봉쇄조치가 지속되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폐쇄하는 쇼핑몰이 많아졌는데, 해당 유통종목을 공매도하면서 이익을 취하는 '몰 숏'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칼 아이컨의 투자펀드도 몰 숏 거래를 통해 수억달러를 벌어들였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아이컨의 투자 펀드는 올해 6월말까지 몰 숏를 통해 13억달러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유통업의 전망이 좋지 않다고 보고 숏(매도) 투자에 나서면서 이득을 취한 것이다. 

NYT는 "몰 숏은 월가의 최근 투자방식으로, 일부에서는 그것이 실패를 부추기고, 경제에 기여를 하지 않으면서 사업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방식이라고 비판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투자는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바탕이 되지만, '숏' 방식은 그 반대라는 것. 물론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자산의 경우 거품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의 이같은 투자 방식은 유통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컨은 "해당 쇼핑몰들은 처음부터 과대평가를 받아왔다"며 "하지만 진짜 문제는 오프라인 몰들이 온라인 몰에 지속적으로 뒤처지고 있고, 이들이 훨씬 더 심각한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 주간지인 크레인스시카고비즈니스는 "헤지펀드들의 다음 '빅 숏' 타겟은 빈 호텔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설리번 UNFCU(유엔연방신용조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투자자금이 옮겨가고 있다"며 "헤지펀드와 숏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악화된 호텔들을 목표로 삼기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