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기고] 한일관계와 동아시아 국제정치: 현상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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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기고] 한일관계와 동아시아 국제정치: 현상과 전망
  •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전공 교수
  • 승인 2020.09.0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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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리, 한일관계 보다 미일 정상 신뢰구축에 집중할 것
日, 2차 경제보복 가능성도..한일 양국관계 파탄날 수도
미중 갈등까지 겹쳐 동북아 정세 엄중...지혜로운 대처 필요
일 새총리와 문 대통령, 대화 모멘텀으로 '전략적 협력' 모색해야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전공 교수] 한일 국교정상화 55주년을 맞이한 2020년이지만, 한일관계의 현실은 갈등과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3월말 개관한 일본의 산업유산정보센터에서 드러난 군함도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 사실 왜곡,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 회고록에서 드러난 북미·남북 대화에서 수 차례 일본의 방해 공작,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G7에 한국, 러시아 등을 추가하여 G11 체제로 바꾸자는 제안에 일본정부가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양국간 갈등과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8월 28일 무려 7년 8개월간 최장기 집권해 왔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건강상 이유로 사퇴를 발표하였다. '포스트 아베'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차기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9월 6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한일관계의 기본은 1965년 청구권협정”이라고 밝혔다. 신임 일본 총리의 입장은 기존 일본정부 입장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고,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후 미일 양국 정상간 신뢰 구축에 집중할 것이다. 그만큼 한일관계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일 양국, '전략적 이익' 공유 어려운 현실

인물이 바뀌어도 정책 면에서 한일 양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기 어렵다. 한국과 일본은 대북 전략, 일본군 위안부 쟁점, 강제동원 해법에서 서로 충돌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지향하고 있으며, 북한이 불가역적으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할 경우, 단계적인 대북제재 완화 상응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중단거리 미사일의 완전한 신고, 검증,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주도했고, 독자적 대북 금융제재까지 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합의 파기 논란은 장기간에 걸쳐 양국 정부와 국민에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2018년 11월 사실상 업무종료로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되었다. 재단 잔금과 한국측 출연금을 모아서 한일 양국이 유엔 전시 성폭력 치유프로그램에 기금을 내자고 제안했지만 일본측은 거절하였다.

최근 임박한 한일 양국간 최대 쟁점은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문제이다. 8월 4일 공시송달이 종료되면서 일본 기업자산에 대한 압류명령이 발효되었다. 한국 국내 사법절차에 따라 자산 평가, 심문 과정을 거쳐서 일본기업 자산을 매각한 뒤에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게 된다. 내년 상반기중 현금화가 실행될 경우, 일본은 작년 7월 수출규제에 이어서 제2차 경제보복을 감행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속에서 한일관계는 전례없이 매우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 것이다. 그러나 역사쟁점으로 한일 갈등에 빠져들기에는 동북아 국제정세가 너무나 엄중하다.

지난 2017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SEAN+3 정상회담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왼쪽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SEAN+3 정상회담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왼쪽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 사진=연합뉴스

美대선- 미중 갈등 고조, 한일에 큰 부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국제정치는 커다란 변곡점에 와 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과 군사 대국화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빠르고 엄청난 경제성장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우위를 위협하고 있다. 케네스 오간스키(A. F. Kenneth Organski)의 '세력 전이론(power shift theory)'은 국력이나 군사력이 경쟁 상태일 경우, 양자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요국 2019년 국내총생산을 통계로 살펴보면, 미국은 20.5조 달러, 중국 13.6조 달러, 일본 4.9조 달러, 한국 1.7조 달러, 러시아 1.6조 달러 등이다. 2000년~2018년 지난 20년간, 중국은 11배, 러시아 7배, 한국은 3배나 증가하였지만, 미국은 2배에 그쳤고, 일본은 제자리 걸음 상태이다.

11월초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한일 양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북미 대화가 본격적인 재개될 것이지만, 바이든 후보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대화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대북제재 연계 강화를 선호하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가릴 것 없이 중국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으며 미중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그럴 경우 한국과 일본은 정치, 경제, 안보 면에서 커다란 부담을 떠안게 된다.

강제징용 쟁점을 둘러싼 한일간 외교협상이 실패하여, 일본기업에 대한 자산처분이 강행될 경우 한일 양국에 커다란 외교적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한일 양국은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현안까지 걸려 있는 상태이다. 코로나19 위기로 한일 양국 정부, 기업, 국민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현재, 만일 일본이 부당한 수출규제를 재차 감행한다면 한일관계는 거의 파탄에 이를지도 모른다. 한일 양국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극단적인 대립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파국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혜롭고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11월 개최 한중일 정상회담...'대화 모멘텀' 살려야

문재인 정부는 세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구체화하고, 한일관계 관리를 추진함으로서, 미중 G2체제하 동북아 국제정세의 격변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한 대북 정책 전환점의 모색, 글로벌 국제기구와 공동으로 대북 식량과 의약품 지원,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생명공동체 지지,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의료와 방역 협력 등을 추진해 가야 할 것이다.

올해 11월말 국내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한 협력적 외교의 기회이다. 2021년 도쿄 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올림픽 정상 개최 지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이하여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지지, 한·중·일 3국 코로나19 공동협력, 한·중·일 기업인과 연구자 등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설치, 한·중·일 FTA 등 경제협력 가속화 등 얼마든지 상호 호혜적인 의제 합의가 가능하다. 먼저 일본의 새로운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통하여 상호간 소통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고, 대화 모멘텀을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코로나19 현상은 보건, 의료의 문제가 아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격변 현상으로 전세계가 당면한 과제가 되었다고 본다.

전체주의적 감시 대신 시민역량과 사회적 연대가 한국의 강점이며,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위기에 당면한 한일 양국이 코로나19 위기와 미중 갈등 국면에서 협력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을 공유해 가야 한다. 불안정한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한일 협력의 공공재가 정치적, 외교적 안정판으로 작동하도록 글로벌 공조체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1994년 일본 게이오대학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듀크대학교 방문교수,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전문위원, 현대일본연구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한일교류위원장등을 역임했다. 2012년 일본 릿쿄대학에서 강의, 일본국제교류기금 펠로십 도호쿠대학에서 초빙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성공회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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