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달러 페그제 포기 시사…위안화 절하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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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달러 페그제 포기 시사…위안화 절하 포석
  • 김인영
  • 승인 2015.12.1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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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4년반만에 최저…한국 원화는 위안화 바스켓에서 배제

 

중국이 위안화를 달러에 고정시켜 연동시키는 ‘달러 고정환율(페그)제’를 포기하고, 13개 주요통화를 일정한 비율로 바구니(basket)에 넣어 환율을 정하는 통화바스켓 제도로 전환할 방침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는 미국 연준(Fed)의 금리 인상에 대비해 위안화 환율이 달러에 대한 지나치게 의존해 변동하는 것을 피해 다양한 통화를 기준으로 삼아 환율을 정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중국의 이같은 환율제도 변경은 위안화 절하를 위한 절차라는 평가가 유력하다.

 

인민은행, 환율제도 변경 강력하게 밝혀

인민은행은 14일 홈페이지에 위안화 환율의 통화바스켓 연동제를 추진할 뜻을 밝히며 중국외환거래센터(CFETS)가 무역비중을 고려해 13개 통화 환율로 구성한 'CFETS 위안화 환율지수'를 공식 발표했다. 앞으로 달러 페그제를 폐기하고,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위안화 기준환율을 이 지수에 근거해 결정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CFETS 위안화 환율지수는 2014년 12월31일 기준환율 100을 기준으로 외환교역센터가 대외 거래하고 있는 기존 외국화폐 13종에 가중치를 두고 변화추이를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지수 산출시 달러의 환율은 0.2640의 가중치를 두게 된다. 또 유로화(0.2139), 엔화(0.1468), 홍콩달러화(0.0655), 파운드화(0.0386), 호주달러화(0.0627), 뉴질랜드달러화(0.0065), 싱가포르달러화(0.0382), 스위스프랑화(0.0151), 캐나다달러화(0.0253)와 위안화간 거래 환율도 포함됐다. 이어 말레이시아 링깃화(0.0467), 러시아 루블화(0.0436), 태국 밧화(0.0333)의 거래환율도 들어갔다.

중국외환교역센터는 "환율변동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국제결제은행(BIS) 통화바스켓과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을 참고로 해 위안화 환율지수를 산출했다"고 말했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오후 홈페이지에 '위안화 환율에 대한 관찰은 통화 바스켓을 바라봐야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중국화폐사이트 특약평론원'이 쓴 이 글은 "중국 외환거래센터(CFETS)가 11일 중국화폐사이트를 통해 'CFETS 위안화 환율지수'를 공식 발표했다"며 "이는 (중국)사회가 위안화 환율을 관찰하는 시각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CFETS 위안화 환율지수'는 13개 통화 환율로 구성된 것으로, 위안화의 가격 변동을 더욱 포괄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평론원은 "오랫동안 시장이 위안화 환율을 관찰해온 시각은 주로 위안-달러라는 양자의 환율이었다"며 "그러나 위안-달러의 양자 환율은 무역상품의 국제 가치를 완전하게 반영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안화 환율은 달러만을 참고해서는 안 되며 통화 바스켓을 참고해야한다"며 "통화 바스켓을 참고하는 것은 단일 화폐(달러)를 참고하는 것에 비해 한 나라의 상품과 서비스의 종합적 경쟁력을 더욱 잘 반영하고 수출, 투자, 국제수지를 더욱 잘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중국 중앙은행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 “위안화 환율의 달러 페그제를 포기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달러 연동을 해제하려는 조치가 화폐시장, 투자자 및 세계 무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몰고 올 것”이라며, “특히 환율 시스템 변경은 위안화 약세로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해석했다.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것.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위안화 추가 절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장의 불안을 사전 차단하고, 위안화 가치의 점진적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무라의 스튜어트 오클레이 신흥시장 담당자는 중국이 달러 대신 통화바스켓을 채택할 경우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약세를 더 쉽게 유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가 실제 무역가중치를 반영한 통화바스켓에 비해 절상돼 있는 것을 보여줄 경우, 미국 당국이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절하를 유도하는 중국을 비난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스티븐 젠은 "바스켓 페그제 혹은 바스켓 연동제는 (중국의)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에 대해 면죄부를 주게 될 것"이라며 말했다.

 

위안화, 4년만에 최저…추가 하락 예상

지난주 역외에서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1.3% 하락했다.  .

전문가들은 강달러에 따른 자본유출이 가속화되면 위안화 추가 절하 압박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4일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달러당 6.4495위안으로 고시해 위안화 가치를 전날보다 0.21% 추가로 떨어뜨렸다. 기준환율은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의 새로운 조처는 더 투명한 환율관리방식을 채택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HSBC는 이번 조처는 "명확한 변동환율제로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대표를 역임했던 코넬대 에스와르 프라사드 경제학 교수는 위안화를 달러보다 통화 바스켓에 연동해 관리할 경우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하기가 더 순조로워질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미국과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의 통화정책이 차별화됨에 따라 달러화에 대해 위안화 가치를 단독으로만 관리해야 할 근거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유도한 것이라기보다 이번 조치 역시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앞선 행보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를 통화바스켓에 연동함으로써 그동안 미국 국채를 중심으로만 매입했던 외환 관리에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원화가 위안화 바스켓에서 제외된 까닭은?

중국과 무역비중이 큰 한국 원화는 CFETS 위안화 환율지수의 통화바스켓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은 미국, 홍콩, 일본에 이어 중국의 4위 교역국이지만 14위인 태국, 16위 인도네시아 통화에 밀려 바스켓에 포함되지 못한 셈이다.

이는 아직 원/위안 직거래시장이 개설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통화바스켓에는 직거래 시장이 있는 국가들 위주로 포함된 것"이라면서 "원/위안 직거래 시장은 내년에 개설될 예정이기 때문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또 원화를 포함시키는 것이 중국의 환율정책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병서 중국국제금융연구소장은 "원칙은 무역거래 비중대로 하는 것이 맞는데, 중국이 원하는 환율 방향으로 영향력이 없는 것은 뺄 수도 있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13개 통화바스켓을 통해 환율조작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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