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해외는] ④ 호주 20년새 집값 3~5배 폭등에도 임차인 보호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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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해외는] ④ 호주 20년새 집값 3~5배 폭등에도 임차인 보호 '소홀'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 승인 2020.08.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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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관리 비용, 집주인의 소득세 공제 혜택으로
임대 계약금은 정부기관에 예치...임차인 보호 제도 거의 없어
임대료 과다인상때는 민사재판소에 임대료 인상 '이의신청' 가능
집값 폭등해도 임차인 보호조항 강화는 거의 없어...경제에도 악영향
전월세 관련 3法 도입에 대해 찬반 여론이 뜨겁다. 정부는 임대계약 기간을 제한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실시하는 것은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월세 3法이 집주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실제 주요 선진국들은 임대차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또 이들의 이해를 어떻게 조정하고 있을까. '오피니언 뉴스'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호주, 홍콩 등 선진국 통신원 들을 가동해 선진국의 임대차 등 주택 정책을 비교 점검해봤다. [편집자 주]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오피니언뉴스=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호주는 집을 구하기가 쉬운, 정말 살기좋은 나라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이후 20여년 동안 시드니와 멜버른등 주요도시의 집값이 평규 3~5배 폭등했다. 다른 도시권과 지방도 최소 2~3배 이상 올랐다. 쾌적한 자연환경을 가진 복지 선진국이지만, 집값 폭등 여파로 대표적인 '고물가(high living cost) 국가'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는 '하우징 스트레스(housing stress)'가 만만치않다.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급여(연간 약 미화 5만 달러)의 30% 이상을 모기지(홈론) 상환 또는 임대비 납부에 쓰고 있다. 지난 2000년 전만해도 20% 미만이었다. 집값 앙등으로 그만큼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 

호주 시드니시의 주택가 모습. 사진= 고직순 통신원
호주 시드니시의 주택가 모습. 사진= 고직순 통신원

하우징 스트레스 높아...모기지 상환에 급여 30% 나가

시민권 보유자든 외국인이든 자격만 갖춘다면 호주에서는 '내집 마련'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주택 구입비의 10~20% 수준인 계약금만 준비하면 된다. 나머지 80~90%는 은행 융자를 통해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융자 신청에서는 주택 매입자의 상환 능력(직장, 급여)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융자받는 모기지는 변동금리(variable interest rates)로 대략 30년 만기 상환(원금+이자 동시 상환) 조건이다. 현재 모기지 금리는 3~5%로 낮고, 융자 초기 1~5년 동안에는 고정금리(fixed rates)를 선택할 수 있다.

2019년 통계로 보면, 시드니가 주도(州都)로 있는 NSW(뉴사우스웨일즈)주의 가구당 평균 모기지 금액은 62만 호주달러(5억2700만원), 빅토리아주(주도 멜버른)는 52만 호주달러(4억4200만원), 퀸즐랜드(주도 브리즈번)는 42만 달러(3억5700만원) 등이다.   

풀타임 직장을 가진 호주인들은 결혼/동거를 시작한 후 5~10년 사이(대략 30~35세)에 첫 내집 마련에 나선다. 최근 집값 앙등으로 첫 내집 구매 연령이 늦어지고 있긴 하다. 만일 결혼/동거 커플이 부모 도움 없이 첫 내집을 장만하려고 하면, 맞벌이(모두 풀타임)를 해야 하며 각각 평균 소득이 1인당 미화 5만 달러 이상 되어야 한다. 그래야 모기지 융자를 이용할 수 있다. 

집값이 폭등한 요즘에는 은행들이 매매 계약금으로 20%를 요구하는 바람에 일부 부모들이 기혼 자녀에게 계약금의 일부를 빌려주는 사례가 흔해지고 있다. 

호주 대도시(8대 주도) 단독 및 아파트 중간 가격 동향. 제일 위부터 아래로 전체 주택 중간, 단독주택 중간, 아파트 중간가격 이다.
호주 대도시(8대 주도) 단독 및 아파트 중간 가격 동향. 제일 위부터 아래로 전체 주택 중간, 단독주택 중간, 아파트 중간가격 이다.

첫 내집 장만은 대체로 아파트부터 시작한다. 단독주택은 집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위에 있는 도표에서 보듯 코어로직(CoreLogic) 7월 통계에 따르면 단독주택의 중간 가격(median house price)은 시드니에서 약 100만 호주달러(8억5천만원), 멜버른에선 약 79만 호주달러(6억7150만원)다. 반면 아파트의 중간 가격(median unit price)은 시드니에서는 약 75만 달러(6억3750만원), 멜버른 약 57만 달러(4억8450만원) 정도다.

임대차 계약은 1년이 기본...임차인, 임대료 인상 이의신청 가능 

호주에는 한국과 같은 전세 제도가 없다. 주택 임대(rent)료를 2주 간격 또는 월세로 내야하기 때문에 소득(직장)이 분명하면 어렵지 않게 임대를 시작할 수 있다. 따라서 전세비라는 명목의 목돈도 필요없다. 보증금 명목의 임대 계약금(rental bond)은 2-4주 임대료 정도로 한국에 비교하면 부담이 매우 낮다.

부동산임대 관리회사(호주에선 집주인들이 임대관리를 이들 회사에 맡긴다)를 이용하는 경우, 임대 계약금은 주정부 기관에 예치한다. 임대 계약 기간은 대체로 1년이 기본이며 첫 의무 계약 기간이 지나면 임대가 자동 연장된다. 세입자(tenants)가 퇴거를 하려면 4주전에 통지(notice)하면 된다. 첫 계약 기간 안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임대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

졸업 후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 부모의 집에서 분가(독립)해 임대 생활을 몇 년 한 뒤에 첫 내집 장만을 하는 것이 보편적인 주택 매입 방식이다. 임대를 시작하는데 목돈이 필요없다는 점에서 성인 자녀들이 쉽게 분가할 수 있다. 최근 임대료 부담이 너무 커 분가한 자녀들이 부모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멀리서 본 시드니 항구의 풍경
멀리서 본 시드니 항구의 풍경

NSW주의 '주거지 임차법', 임차인 임대료 인상에 이의 신청 조항

시드니가 속해 있는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는 '주거지 임차법 2010(Residential Tenancies Act 2010)'에 따라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가 규정되어 있다. 임차인은 표준 양식의 주거지 임차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사본과 임대인(집주인, landlord/owner)이 작성한 상태 보고서(condition report)를 받는다. 

임대 보증금은 4주치 미만이어야 하고 주정부의 공정거래국(Fair Trading)에 예치한다. 계약 후 7일 안에 임차인도 상태 보고서를 작성, 사본을 임대인에게 제출해야 한다. 계약 만료시 보증금 반환을 놓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상태 보고서는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된다.

첫 계약 기간(보통 1년)후 임대료를 인상하려면 임대인은 60일전에 임차인에게 서면 통보를 해야 한다. 임차인은 임대료 인상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반드시 통지서를 받은 후 30일 안에 뉴사우스웨일즈 민사행정 재판소(NSW Civil and Administrtive Tribunal)에 이의 신청을 해야 한다.

집주인의 임대료 인상 상한선은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시세에 비해 지나친 인상이라고 판단되면 임차인은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민사행정 재판소는 독립 중개인 3명의 의견을 참조해 인상 적정성 여부를 판단한다.  부당한 인상이라고 판정하면 임차인은 중개인을 통해 집주인과 인상폭을 조정하는 선에서 재협상을 한다. 

퇴거절차와 관련, 임차인은 임차인이 계약 기간을 준수하지 않았거나 임대료 지불을 14일 연체했을 경우, 임대인은 14일 기간내에 임차인에게 정확히 퇴거 통지를 해야 한다. 임대차 계약의 만료일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고 임대인이 임차인의 퇴거를 원할 경우 임대인은 만료일 이전에 30일 기간내에 퇴거 통지를 해야 한다. 만료일이 지난 후 계약 만료를 하려면  90일 기간 통지가 적용된다.

임차인이 정해진 계약 기간 만료일에 계약을 종료하려면 만료일 14일 전에 서면으로 통지를 해야 한다. 정해진 계약 기간 만료일 이전에 퇴거를 하려면 페벌티를 지불하기도 한다. 정기(연장) 계약을 종료하려면 종료일 21일 전에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임차 주거지는 자연적인 이유로 집이 낡거나 닳는 것을 제외하고는, 임차 시작때의 상태를 유지하는게 임차인의 의무다.

임대인이 1년마다 임차인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긴 하지만, 임차인 교체 과정에서 집을 비우는 기간에는 임대소득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고, 깨끗하게 집을 관리하며 임대비 납부에 문제가 없다면 세입자 교체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호주인들의 생각이다. 

호주는 과거에 임대 주택을 주택 매입 전단계에 일시적으로 거치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최근에는 집값 폭등으로 장기 임대 현상이 확산되고 있고, 평생 내집 마련이 어려운 저소득층도 늘고 있는 추세도 있다. 이에 따라 호주내에서도 임차인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임대차 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첫 내집 마련때 '인지세 전액 면제' 혜택

호주에서 내집마련을 위한 부동산 정책은 첫 내집 매입자(first home buyers)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다른 특별한 대책은 없다.

첫 내집마련 주택이 특정 가격 이하인 경우 매입자가 부담하는 인지세(stamp duty, 한국의 취등록세에 해당)를 면제하는 것이 가장 큰 세제 혜택이다. 인지세는 매입자가 부담하는 가장 큰 세금이다. 100만 달러(8억5천만원) 주택을 구입하려 할 경우 약 4만6천 호주달러(3910만원)의 인지세를 부담해야 한다.

NSW주는 첫 내집 매입자가 65만 호주달러(5억5250만원) 미만의 주택을 매입하면 인지세(약 2만5천 호주달러, 2125만원)를 전액 면제해준다. 65만 달러(5억5250만원)부터 80만 달러(6억8천만원)까지 면제 혜택이 줄어 들며 80만 달러 이상이면 이같은 혜택이 없다.

또 75만 호주달러(6억3750만원) 미만의 신축 주택(아파트 포함)을 짓는 주민에겐 1만 호주달러(85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60만 호주달러(5억1천만원) 미만의 신축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도 동일한 지원을 한다. 그 외 다른 약간의 세제 혜택이 있는데 액수는 그리 크지 않다. 세입자에게는 정부의 혜택이 없다.

'네거티브 기어링' 제도...임대인에 관리비용 '소득 공제' 혜택

호주 각주에서는 주정부 소유의 정부 임대주택은 최저 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일반 임대시장은 전적으로 민간 부동산 시장에 의존한다. 따라서 호주 정부는 임대주택을 장려하는 수단으로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제도는 임대주택 소유주가 임대에 소요된 비용을 다른 소득세 공제에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임대주택 소유주들은 상태가 양호해야 손쉽게 임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주택 관리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대부분 부동산임대 관리회사에 관리를 맡긴다. 오래된 단독이나 아파트 등 불편한 점이 많은 임대 주택도 꽤 많다. 외국처럼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전부 임대 아파트인 경우가 호주에서는 거의 없어 민간 임대 아파트가 슬럼화되는 사례는 없는 편이다. 

호주 임대 시장에서는 임대관리법이 오래전부터 제도적으로 정착돼 있다. 세입자가 일종의 쉐어(share)를 하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경우, 집주인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임대인 위주의 규정들이 있다. 이를 어기면 임차인은 강제 퇴거되기도 한다.  

임차인이 임대 주택을 깨끗하게 관리하지 않다가는 보증금을 못 받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한 페널티를 부담해야 한다.  

시드니(위)와 멜버른. 호주의 주요 도시들은 최근 20년간 주택가격 폭등으로 몸살을 알고 있다.
시드니(위)와 멜버른. 호주의 주요 도시들은 최근 20년간 주택가격 폭등으로 몸살을 알고 있다.

임대인이 부동산 중개수수료 '전액 부담'

매매든 임대든 대부분의 부동산 거래는 중개 에이전시(licensed real estate agency)를 통해 성사된다. 중개 수수료는 거래 가격의 1.5~2% 사이인데 가격이 높을수록 중개 수수료 비율이 낮아진다. 매매에 소요되는 광고비를 별도로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임대 수수료와 관련, 호주에서는 임대주택 관리비(rental management fees) 명목의 임대 수수료가 있는데 임대인(집주인)이 전적으로 부담한다. 임대비의 약 3~6%정도 부과하는데 흥정도 가능하다.

호주는 최근 수년간의 집값 폭등으로 인해 주택 소유주들 중에서도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와 자가주거용(owner-occupied)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1가구 소유주들 사이의 자산 격차도 점점 더 커졌다. 한국처럼 특히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우스개소리가 나올 정도로 자산소득 증가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10년 이상 비즈니스를 해 온 동포 사업가들 중 공장, 상가, 오피스, 창고, 땅 등을 매입한 부동산이 올라 부자가 된 사례도 적지 않다. 

호주는 영토가 한국의 30배 이상인데도 부동산에 이처럼 많은 자산이 집중되면서 경제 구조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있다. 지난 1970년대 이후 제조업의 완전 퇴조, 테크놀로지 투자 부진으로 호주 경제는 광산 자원과 금융서비스, 건설업, 유학관광업 중심이 됐다. 신성장 동력은 부족하고 생산성이 약화된 경제 구조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 휘둘리면서 이런 구조적 취약성이 더욱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맞으며 호주 재계에서 제조업 부흥의 기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워낙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 등 고용 조건이 악화돼 제조업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은 호주동아일보 편집국장, 호주한국일보 발행인을 역임했고 현재 한호일보 편집인으로 재임중이다.  한국에서 외대를 졸업한 후 호주 맥쿼리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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