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에너지' 1억℃ 인공태양 만들기…국제 공동 장치 조립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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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에너지' 1억℃ 인공태양 만들기…국제 공동 장치 조립 시작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7.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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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에너지 위한 인류 역사상 최장·최대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의 핵융합 장치(토카막) 조립 시작
한국, 주요 품목 9개 개발 및 제작
ITER 국제기구 건설 현장 전경.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ITER 국제기구 건설 현장 전경.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인류 역사상 최장·최대 프로젝트로 꼽히는 '인공 태양'을 만들기 위한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반세기 가까운 프로젝트 진행 과정 속에서 한국도 이 프로젝트의 중책을 맡았다.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본격적인 핵융합 장치(토카막) 조립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28일 프랑스 카다라슈에 위치한 ITER 국제기구에서 장치 조립 착수 기념식이 개최됐다.

ITER 건설 현황과 향후 조립 계획이 소개된 이번 행사는 각 회원국과 실시간 원격 연결로 진행되고 전세계에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축하를 전했으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폰 데어 라이엔 EU집행위원장 등 회원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영상, 서면 인사 등을 통해 격려했다.

ITER(국제핵융합실험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은 핵융합에너지 대량 생산 가능성 실증을 위해 7개국이 공동으로 개발·건설·운영하는 실험로다. 10년 이상의 설계 과정을 거쳐 2007년부터 건설을 시작했다. 완공 후에는 2040년께 까지 실험‧운영하는 인류의 최대 프로젝트다.

그동안 회원국들이 각자 개발·제작해 온 핵심 품목들의 현장 조달이 시작됐고, 이들을 하나의 장치로 조립하는 단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한국은 ITER를 이루는 9개 주요 장치를 조달하며, 국내 110여개 산업체가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핵심 품목이자 극한기술의 결정체로 조립의 첫 순서에 해당하는 진공용기 최초 섹터를 조달한다. 현재 운송 중으로 8월 도착 예정이다. 이와 함께 ITER 전용 특수 조립 장비를 개발‧조달하여 금번 장치 조립 시작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산업체는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ITER 국제기구 및 타 회원국으로부터 지난 14년 간 누적 136건, 6180억 원의 ITER 조달품 수주 성과도 올렸다. 이는 그동안 한국이 ITER에 참여하면서 납부한 분담금 총액인 약 3723억 원(2020년 예정치 포함)을 크게 넘는다.

부품 뿐 아니라 한국의 핵융합에너지 전문가들도 ITER 국제기구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경수 기술사무차장, 김근경 건설부문장 등 장치 건설을 총괄하는 중책을 연이어 맡았고, 핵융합 전문가 51명이 근무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050년대 핵융합에너지 실현 목표를 달성하고, 한국이 앞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기술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장기적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에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TER 한국사업단과 현대중공업이 10년 동안 개발한 진공용기 섹터 6번. 조립 설치에 가장 먼저 투입되고 전체 조립의 기준이 된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ITER 한국사업단과 현대중공업이 10년 동안 개발한 진공용기 섹터 6번. 조립 설치에 가장 먼저 투입되고 전체 조립의 기준이 된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1억℃ 인공태양 조립 시작, 한국 부품이 기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핵융합에너지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해 선진 7개국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프랑스 카다라슈 지역에 대형 초전도핵융합실험로를 건설하는 초대형 국제협력 연구개발(R&D) 프로젝트다.

건설 기간은 2007~2025년으로 완공 후 12년 간 운영한다. 그리고 방사능 감쇄 5년 후 해체할 계획이다. 2025년 첫 실험 목표 대비 현재 공정율은 약 70% 정도다.

사업비는 7개 회원국이 현물과 현금을 동일하게 분담한다. EU가 45.46%를,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가 각 9.09%씩 맡는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하여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것이다. 원자핵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은 에너지로 변환 되는데, 이를 핵융합에너지라 한다. 

핵융합 반응을 위해서는 플라즈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기체) 상태를 만드는 것이 필수다. 태양은 질량이 어마어마하고 중력도 대단히 크기 때문에 중심부에서 1400도 온도로 유지되는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다.

하지만 지구의 질량은 태양의 0.0003% 정도로 도저히 핵융합 반응을 만들 수 없다. 중력도 작기 때문에 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을 만드려면 인공적으로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줘야한다.

이번에 조립을 시작한 '토카막'이 초고온 플라즈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자기 밀폐형 핵융합 장치다. 도넛 형태의 진공 용기에 수소를 넣은 뒤 1억도가 넘는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로 만든다. 고진공 환경에서 만들어진 플라즈마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 중성자가 생성된다. 이 중성자의 열에너지가 증기를 발생시키고, 그 증기가 터빈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주원료는 바닷물에서 추출 가능한 중수소 및 리튬(삼중수소)으로 무한한 양을 자랑한다. 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발생이 없고, 폭발 등의 위험이 없어 궁극적인 미래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다. 

ITER 국제기구는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열출력 500MW, 에너지 증폭률 10배를 목표로 한다. 이 단체에 따르면 35리터의 바닷물에서 생산한 중수소 1g과 노트북 1대의 리튬배터리 속 삼중수소 1.5g을 결합해 핵융합에너지를 생산하면, 그 양은 한 가정이(월 300kWh 기준) 80년 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상용화 후 만들어질 핵융합로는 1기당 200만 가구가 사용할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국제공동이행협정이 체결된 후 각 회원국들은 ITER 장치 건설을 위한 조달품을 개발 제작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5년 첫 번째 플라즈마 실험을 시작을 목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KSTAR 개발 과정에서 얻은 핵융합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2003년부터 ITER에 참여하고 있다. 초전도도체, 진공용기, 열차폐체 등 건설의 주요 품목 9개의 개발 및 제작을 맡고 있다.

토카막 조립동 내부.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토카막 조립동 내부.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토카막'의 주요 품목은 공급장치, TF코일, PF코일, 보정코일, CS코일, 다이버터 진공용기, 열차폐체, 블랑켓 모듈, 저온용기 등이다. 이중 한국은 열차폐체를 단독으로 공급하고 TF코일, 블랑켓 모듈, 진공용기를 유럽, 미국, 중국 등과 함께 공급한다.

특히 한국이 제공한 진공용기 섹터 6번(1.3m, 폭 6.6m, 무게 400톤)은 ITER 한국사업단과 현대중공업이 지난 10여 년 간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성했다. 이는 진공용기 조립 설치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최초 섹터이자 전체 조립의 기준점이 된다.

한국의 4개 섹터를 맡고 EU가 5개 섹터를 맡은 진공 용기는 밀폐된 도넛 모양의 스테인리스강 챔버다. 내부에서는 플라즈마 입자들이 벽에 닿지 않고 계속 나선형으로 움직인다. 진공용기 내 포트를 통해 원격 조작, 진단, 가열 및 진공시스템에 접근이 가능하다. 용기의 내부 표면을 감싸는 블랑켓 모듈은 핵융합 반응에 의해 생성된 고에너지의 중성자로부터 차폐를 제공한다.

베르나 비고 ITER 사무총장은 "부품 하나하나씩 기계를 건설하는 것은 복잡한 시간표에 따라 3차원 퍼즐을 조립하는 것과 같다"며 "장치 조립의 사업관리, 시스템 엔지니어링, 리스크 관리, 물류 등의 모든 측면이 스위스 시계처럼 정확하게 수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향후 몇 년간 따라야 할 복잡한 대본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굉장이 기쁘고 행복한 날이다. 더 이상 핵융합 기술이 양치기 소년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ITER 참여로 핵융합 에너지 관련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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