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트럼프 재선] ①美 코로나 19 확산에 지지율도 '뚝'
상태바
[멀어지는 트럼프 재선] ①美 코로나 19 확산에 지지율도 '뚝'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7.01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일한 태도·비과학적 접근이 코로나19 확산 불러
CNN "미국은 코로나19 감염의 선두주자"
바이든 후보 "전시 대통령, 백기 흔들며 항복했다" 강한 비난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글만 착용한 채 애리조나의 마스크 공장을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글만 착용한 채 애리조나의 마스크 공장을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코로나19 확산 전과 그 이후. 미국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더욱 그렇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이었던 2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 치웠으며, 전 세계의 경기성장 둔화 속에서도 유독 미국의 경제지표는 탄탄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에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모든 것은 180도로 변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취약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해온 미국 경제는 한 순간에 고꾸라졌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도 추락했다. 코로나19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의 꿈을 보다 멀어지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셈이다. 

미국의 코로나19 상황 어떻길래

30일(이하 현지시간)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누적환자는 262만명이다. 사망자는 12만7000명에 달한다.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가 많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4만명을 넘어섰다. 6월 말 들어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지금 상황을 되돌리지 못하면 하루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10만명까지 늘어도 난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이날 CNN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베트남전과 한국전쟁,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 4개의 전쟁에서 희생된 미국인 수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오랫동안 세계의 빛나는 등불이라고 자부해 온 미국은 지금 아주 어두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미국은 코로나19 감염에 있어서 세계 선두주자"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비과학적인 접근도 문제

어쩌다 미국은 '코로나19의 선두주자'라는 오명을 얻게 됐을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발병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독감보다 사망자가 적다'고 언급하거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며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2월26일에는 "미국 확진자가 15명인데, 며칠 후면 제로(0)에 가깝게 줄어들 것"이라며 "우리는 훌륭하게 해냈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는 코로나19를 경시해 대비가 어려워졌다는 기자의 지적에도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라며 "혼란과 충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3월 중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스스로를 '전시 대통령'으로 자처하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을 동원했지만, 그의 비과학적인 태도는 미국 국민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가 살균제에 노출되면 빨리 죽는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 '살균제를 몸 안에 주입하는 방안은 없냐'고 언급했고, 실제로 뉴욕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독극물 사고 신고 접수가 평소보다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는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고 있다'고 발언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전문가들이 꾸준히 부작용을 우려해온 약품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미 식품의약국(FDA)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긴급 사용을 취소하며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잠재적인 혜택보다 더 큰 위험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전문가들의 조언은 무시하고, 비과학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로 일관해 오히려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이 강조한 '마스크 착용'에 있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거꾸로 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부분이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모든 이들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언급했고,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 역시 마스크를 흔들며 "이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모습을 자주 보인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선을 위해 경제 재개를 서두른 점도 미국을 코로나19 위험지대로 만든 요인이 됐다.

지난 4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활동 재개는 내가 결정한다'고 언급,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후 비난이 확산되자 "경제 재개는 주지사들에게 권한이 있다"며 한발 물러섰으나 "만약 주지사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들을 호되게 몰아붙일 것"이라며 경제 재개에 안달이 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조기 경제 재개에 나섰던 텍사스주와 조지아주, 캘리포니아주 등은 코로나19 재확산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욕구가 코로나19를 다시금 확산시킨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지역 지도자들과 함께 경제 재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조 바이든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지역 지도자들과 함께 경제 재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이든의 역공 "전시 대통령, 코로나에 항복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다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맞수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도 역공에 나섰다. 

바이든 후보는 30일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지난 3월 자처했던 전시대통령은 7월 항복했고, 백기를 흔들며 전장을 떠났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우리는 치어리더가 아닌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강조,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질책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에는 대선 유세를 열지 않겠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상반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오클라호마주 털사 유세를 시작으로 선거 운동을 재개했다.

다음 주말 앨라배마주 유세 역시 계획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앨라배마 현지 당국자들이 우려를 표명하자, 이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현재 예정된 유세는 없으나 참모들은 다음 유세를 대비해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들은 바이든 후보가 코로나19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비난한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CNBC는 "바이든 후보의 이번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하면서 대선 레이스에서 뒤처진 것에 대한 가장 강력한 주장을 효과적으로 구체화시켰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 정치전문지 더 힐이 보도한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CDC)의 정보를 가장 신뢰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64%는 CDC를 포함한 보건당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주지사 및 주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53%였다. 

"획기적 반전 없으면 대선 승리 어려울 듯"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덫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획기적인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기를 잡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시하고, 비과학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반전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도 이같은 전망을 대변한다. 모든 여론조사를 종합해 평균 지지율을 산출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9.6%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미 월터 쿡폴리티컬리포트 국장은 "최근 2주간 여론조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대해 끔찍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최근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대처 등에서 실망한 백인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 백인 남성들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핵심 유권자로 평가되고 있다. 

찰스 블럭 조지아대학 정치학 교수는 "일반적으로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은 자신의 기반을 넓히기 위해 다른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설득하려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며 "그가 내리는 정책적 결정 역시 새로운 사람들을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태도는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점차 줄어들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터 국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라며 "대통령 위치에 있다면 그 나라를 뒤덮고 있는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미국을 뒤덮고 있는 두가지 문제는 코로나19와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이지만, 유권자들은 대통령이 이 두가지 문제에 있어서 이리저리 휘청거리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