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사실 왜곡"...볼턴, 한반도문제 무엇을 왜곡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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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백악관 "사실 왜곡"...볼턴, 한반도문제 무엇을 왜곡했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6.22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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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서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한국의 창조물'"...한국 역할 확인?
볼턴 "북미정상회담, 한국이 미국에, 그다음 북한에 제안"...사실일까 의문
청와대 "사실 왜곡".. 폼페이오 장관 "볼턴은 미국에 피해준 배신자"
볼턴 "트럼프는 개인이익·국익 구별 못해...김정은은 지나친 낙관론으로 일관"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18일(현지시간) 촬영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표지. 사진=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18일(현지시간) 촬영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표지.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볼턴의 회고록을 어떻게 봐야할까. 볼턴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문 대통령의 주체적 역할을 반증시키고 있다. 또한 북미 대화 결렬을 희망한 자신의 악의적 행동을 정당화해 한반도문제 해결을 방해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오는 23일(이하 현지시각) 공식 출간에 앞서 지난 주말 인터넷 상에 공개된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회고록 중에는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어 진위에 대해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은 그가 지난 2018년 4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수행했던 날들의 기록을 담고 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있던 볼턴 전 보좌관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같은 회고록을 출판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운동'에 돌입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이는 해당 회고록이 볼턴 전 보좌관의 입장에 지나치게 치우쳐 서술된 부분도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볼턴 회고록 들여다보니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한국의 창조물'로 묘사했다.

지난 2018년 제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 역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다고도 언급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3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의용 실장이 만남을 요청하는 김 위원장의 초청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넸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의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치밀하게 전략적으로 준비된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 측 주도하에 즉흥적으로 이뤄졌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그는 "모든 외교적인 판당고(fandango, 남녀가 함께 추는스페인 춤)는 한국의 창조물이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나 우리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더 많은 관련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특히 북미협상의 실패와 관련해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는 오직 언론의 주목을 끄는데 있었다"며 "그는 개인적 이익과 국가적 이익을 구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은 물론 미 참모들과도 사전 상의없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함으로써 김 위원장이 협상 결과를 낙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엔 제재 해제 가능성을 묻는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열려있고, 생각해보겠다"고 답한 점 역시 김 위원장의 낙관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듬해 2월 열린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민수경제·인민생활 관련 제재를 우선 해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주요한 원인이 됐고, 결국 회담 결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내주면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해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만일 영변을 받고 제재 해제하는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미국에서는 정치적 파장이 엄청날 것"이라며 "내가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은 지나친 낙관론에 치우쳐 플랜B에 대한 전략을 갖추지 못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목소리만 높여 결국 하노이 회담은 빈손으로 끝났다는 것이다. 

북미 회담을 촉진하려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을 북미 협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남·북·미 3차 정상이 만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다"며 미국 측은 문 대통령의 참석을 수차례 거절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볼턴 회고록 "너무 치우쳤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으나, 이것이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것이 청와대 측 의견이다.  

22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회고록은 한국과 미국, 북한 정상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볼턴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팅을 통해 전했다. 

실제로 볼턴 전 보좌관은 하노이 회담의 결렬을 원했다는 언급이 회고록에서도 등장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하노이 정상회담이 타결됐다면 이는 미국의 재앙"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기를 원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자 안도했다는 것이다.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에도 개최 장소를 두고 북한과 미국이 신경전을 벌일 때는 '저러다 깨지는 게 내 희망'이라고 적기도 했다.

북미회담을 원하지 않는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의 북미 회담에 대한 주도적인 자세에 대해 부정적으로 접근했으나, 뒤집어보면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에 입각해 북미 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을 지켜내기 위해 상당한 애를 썼음을 반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청와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판문점 동행 제안을 거절했다는 주장에 대해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정부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미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부적절한 행위는 앞으로 한미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고, 당국의 안보 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수석은 정 실장이 이와 같은 입장을 지난 21일 저녁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미친 볼턴"..폼페이오 장관 "볼턴은 배신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 당국 역시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주요 외신을 통해 공개된 직후 트위터를 통해 "미친 존 볼턴이 북한에 대해 '리비아 모델을 보고 있다'고 했을 때 다 망쳐버렸다"며 "나와 잘 지내던 김정은은 마치 그의 미사일처럼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리비아 모델이란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을 골자로 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지난 2003년 리비아와의 협상에서 핵무기 포기를 이끌어낸 후 2년뒤 경제적 보상을 이행했으나, 결국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의 개입으로 인해 리비아 독재 정권의 전복 계기가 됐다. 리비아 모델은 북한이 강하게 거부감을 드러낸 비핵화 방식이다.

실제로 볼턴은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론을 주창하는 등 슈퍼 매파로 분류되며,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 지난해 9월 경질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10일 볼턴 전 보좌관을 전격 경질한 직후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볼턴이 북한을 향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매우 큰 잘못이었다"며 "(이로 인해) 우리가 차질을 빚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북미 관계의 후퇴의 원인이 볼턴 전 보좌관에게도 상당 부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성명을 통해 "존 볼턴의 마지막 공적인 역할이 미국 국민과의 신성한 신의를 저버려 미국에 피해를 준 배신자라는 사실이 슬프고 위험하다"고 비난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리벤지 포르노와 같다"며 "새빨간 거짓말쟁이 볼턴, 그는 미국 국가안보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끼쳤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볼턴의 행동 패턴은 정부에 들어가서 자기 의제를 추진한 뒤 해고되거나 퇴임한다"며 "떠나고 난 후에는 남겨진 사람들을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출간해도 좋다고 결정했다. 다만 회고록 출간에 대해 "국가 안보에는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23일 공식 출간을 앞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예정대로 판매될 예정이나, 회고록 출간에 따른 수익을 몰수하거나, 형사 처벌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지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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