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신할 아시아 금융허브, 누가 유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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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대신할 아시아 금융허브, 누가 유력한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6.09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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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속 흔들리는 아시아 금융허브 위상
싱가포르·대만 등 홍콩 대체지역으로 꼽혀
한국·일본은 규제완화 등 극복해야 할 과제 많아
중국 본토 부상·홍콩의 금융허브 위상 유지 가능성도
홍콩의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 지역. 사진=연합뉴스
홍콩의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 지역.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외신들은 홍콩의 자유가 훼손될 경우 금융시장에서의 효율성 역시 저해될 가능성이 높다며, 싱가포르나 대만이 홍콩의 지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국과 일본은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홍콩을 대신할 가능성이 낮은 국가로 분류됐다. 

한 때 금융허브였던 홍콩..글로벌 기업들 이탈 움직임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홍콩은 뉴욕과 런던에 이어 가장 중요한 국제 금융 중심지로 자리를 잡았다. 

영국 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홍콩은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전기 변압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로 다른 전압을 연결해주는 변압기와 마찬가지로, 홍콩은 자유분방한 자본흐름, 개방적인 정보, 법치주의를 갖춘 금융 시스템을 보유함으로써 중국과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변압기'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고도 성장과 함께 홍콩의 금융 시스템 역시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었다는 평가다. 

문제는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서, 그간 홍콩이 가져온 아시아의 금융허브 위상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으로 미국은 홍콩의 특별지위를 철회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자유로운 자본흐름과 독립된 규제기관의 감독 하에서 질서를 지켜온 홍콩의 금융시스템 역시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움직임은 조금씩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으로 인해 홍콩 주민들의 해외 은행 계좌 개설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상황. 

영국계 금융기관인 HSBC와 스탠더드차터드(SC) 등은 최근 홍콩 주민들의 해외 계좌 개설 문의가 25~30% 증가했다고 밝혔다. 홍콩 주민들은 주로 싱가포르나 영국, 호주, 대만 등에 계좌 개설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의 맥쿼리는 이미 홍콩 국제파이낸스센터(IFC) 건물에서 사무실을 빼고 있으며, 일본의 노무라 증권도 홍콩 사무실의 임대 예산을 대폭 삭감할 계획이다.

홍콩 언론인 아시아타임즈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홍콩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 있다는 초기 신호"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명물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사진=연합뉴스
싱가포르 명물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사진=연합뉴스

싱가포르·대만 홍콩 대체할 수 있을 것

그렇다면 아시아의 금융허브인 홍콩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아시아타임즈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싱가포르 금융 시스템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있어서는 명백한 플랜B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외국계 예금이 기록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중앙은행 격인 통화청(MAS)은 지난 12개월간 싱가포르 은행들이 홍콩을 포함한 외국계 예금주로부터 기록적인 자금 유입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MAS에 따르면, 지난 4월 싱가포르 은행의 외화예금은 전년동기대비 4배 가까이 급증한 270억 싱가포르 달러(약 23조3000억원) 에 달했으며, 싱가포르 비거주자 예금 역시 1년전 대비 44% 급증한 620억 싱가포르달러(약 53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모두 1991년 이후 최고치다. 

다만 이 중 어느 정도의 자금이 홍콩에서 유입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대만 역시 또다른 선택지로 꼽히고 있다. 대만의 경우 홍콩과 문화적인 유사성을 보이고 있고, 지리적으로도 근접해 글로벌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규제 심한 韓·日은 홍콩 대체할 가능성 낮아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올라설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시아타임즈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 홍콩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제조업에 있어서는 강자로 꼽히지만, 금융 분야에서는 뒤처졌다는 평가다. 

이 언론은 "일본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법인세율 인하, 노동규제 완화, 보다 자유로운 이민정책, 영어능력 향상 등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 법인세율은 30.62%로 홍콩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상황. 이는 싱가포르나 대만보다도 훨씬 더 높은 수준이다. 

임대료 역시 부담이다. 물론 홍콩의 임대료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도쿄의 경우 홍콩과는 달리 특별기업 구역을 조성하거나, 스타트업에 임대금 관련 보조금을 지급, 영어로 된 안내서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주목할 점은 일본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한국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아시아타임스는 "한국과 일본이 헤지펀드 등에 대해 적극 환영하고, 규제를 대거 완화한다면 긍정적인 기대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중국 본토 부상·홍콩의 금융허브 위상 유지 가능성도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홍콩의 기관들이 중국 본토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본토의 금융시장이 중국의 성장과 함께 상당히 확대된 데다, 대규모 주식시장인 선전 증권거래소 역시 글로벌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은 자본시장에 대해 더 많은 통제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중국 정부의 불투명성은 우려할 부분이라고 이 언론은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홍콩이 미중 갈등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중국의 보안법은 홍콩의 정치적인 시위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 여기에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는 미국 측 위협 역시 현재까지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엄포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정부 역시 홍콩의 자본유출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홍콩통화청의 에디 유 최고책임자는 "홍콩달러나 은행 시스템에서 큰 자금유출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2주간 국제은행 예금자들이 홍콩에서 돈을 인출한 흔적은 없다"며 "징둥닷컴과 같은 중국 회사들은 자본을 끌어모으고 홍콩에서 상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이 미·중 갈등에서 안전하다고 여기는 것은 안일한 태도라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이 언론은 "만일 홍콩이 중국의 영향을 받는다면, 법원과 중앙은행 등 현재 독립된 기관들이 언제까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은 충분히 이성적인 태도"라며 "홍콩의 자유가 훼손되는 것은 금융시장으로서의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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