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대국민 사과..."자녀 경영권 승계 · 무노조 종식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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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대국민 사과..."자녀 경영권 승계 · 무노조 종식시킬 것"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5.06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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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일류 찬사 삼성, 임직원 덕"
삼성 비판... 모두 본인 탓 반성
자녀 경영권 승계 문제 근절 약속
무노조 경영 폐기…노사 상생의길 모색
"재판 이후에도 준법감시위원회 지속 시킬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3시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대(對)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하며 승계에 대해 이같은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 부회장이 후계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점과 관련해 재계에서는 더는 삼성을 둘러싼 경영권 승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와 함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권고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재용 부회장 “모든 것은 저의 잘못”…승계·노사·소통 문제 ‘공식 사과’

이 부회장은 이날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며 “이 모든 것은 저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사과에 나서는 것은 준법감시위가 지난 3월11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벌어진 위법 행위 ▲노동법규 위반 ▲시민사회 소통 부재 등에 대해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초 대국민사과 예정일은 지난달 11일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상경영체제로 대응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권고안 이행방안에 대한 필수적인 과정(의견청취·회의·집단토론·이사회 보고 등)이 불가피하게 길어져 한 달가량 연기됐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그동안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며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건에 대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씨에의 국정농단 사건) 뇌물혐의로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한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논란이 안 생기게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법을 어기는 일도 결코 하지 않겠다”며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개 숙여 사과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고개 숙여 사과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더는 승계 문제 일으키지 않을 것”

눈에 띄는 점은 이 부회장이 직접 후계에 대한 속내도 털어놨다는 것. 골자는 자식들에게 회사 경영을 승계할 생각이 없다는 것인데,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과 삼성이 더는 경영권 승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고 해석한다.

실제 이 부회장은 “이 기회에 한 말씀 더 드리겠다”며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기는 주저해왔다”며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고 저 자신이 제대로 평가도 받기 전에 이후의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노조 경영 없다…노동삼권 확실히 보장

노사문제와 관련해 그간 노동시민사회계로부터 꾸준히 지적받던 ‘무노조 경영’을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는 준법감시위에서도 권고했던 사안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노사문제는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최근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이 재판을 받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또 “그간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거듭 고개를 숙이며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삼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며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회의에서 김지형 위원장이 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회의에서 김지형 위원장이 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정농단 재판 끝나도 준법감시위원 활동 지속

이 부회장은 시민사회 소통을 넓히고, 준법감시위원의 독립성과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한다고 했다.

그는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이라며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라며 “낮은 자세로 먼저 한 걸음 다가서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고, 준법이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준법감시위는 독립적으로 활동할 것”이라며 “그 활동이 중단 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위기 속 대한민국 무한 자긍심 느껴…국격에 어울리는 '삼성' 만들 것

이 부회장은 자신의 역할과 향후 삼성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2014년에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이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며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 부회장은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며 신사업에도 과감하게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며 “위기는 항상 우리 옆에 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 기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며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절박한 위기의식”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 사명감을 갖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 이끌게 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했다

또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라면서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고 많은 국민의 성원도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아울러 “최근 2~3개월에 걸친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다”며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나선 의료진 공동체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자원봉사자,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배려를 실천하는 시민, 이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덧붙여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됐고 제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며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준법감시위는 오는 7일 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3월 준법감시위로부터 권고안을 받은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들은 각사별 이사회 의결을 거친 답변서를 별도로 준비해 준법감시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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