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재 변호사의 금융과 法] 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 다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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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변호사의 금융과 法] 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 다투기
  •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 승인 2020.05.06 17: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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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본인 책임' 원칙 강조하면 투자 위축시켜
금융상품 판매사들, 법적 '투자자 보호조항' 철저히 지켜야
손해회복 쉽지 않아...투자자는 사전에 상품 이해에 충분히 투자해야
박민재 대륙아주 변호사
박민재 대륙아주 변호사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안전한 상품이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은행원의 말을 믿고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불과 며칠 후 그 은행원으로부터 “돈을 다 날렸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은행원에게 “당신 말을 믿고 투자했으니, 당신이 책임지세요!”라고 따져야 할까? 만약 그 은행원이 “고객님이 저희의 상품 설명을 들으시고, 투자 설명서에 ‘잘 듣고 이해하였음’이라고 직접 기재하셨잖아요. 투자를 결정한 사람은 고객님이니, 당연히 고객님이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책임을 져야죠”라고 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투자자 본인 책임'이라는 원칙에 대해

그렇다. 투자란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고, 그 결과에 대해 투자자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금융투자상품의 복잡한 구조와 불확실한 위험성은 이해하기 힘들다. 판매회사나 운용회사 등 금융기관과는 달리 투자자는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정보 중 극히 일부만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매우 어렵다. 여기에 자기 책임의 원칙만을 고수하게 되면, 투자자는 예측하지 못한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금융투자상품을 통한 투자는 곧 도박으로 비쳐져 결국 투자가 위축되고 만다.

이렇듯 어디에, 어느 정도 크기의 블랙홀이 숨어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적 약자인 투자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이며, 투자자로 하여금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하면서도, 모험 투자를 장려할 수 있을까?

우리 대법원은 일찍이 “투자자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되기 위하여는 ~ 적어도 거래경위와 거래방법, 고객의 투자상황(재산상태, 연령, 사회적 경험 정도 등), 거래의 위험도 및 이에 관한 설명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당해 권유행위가 경험이 부족한 일반 투자가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또는 고객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에 해당하여, 결국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려 위법성을 띤 행위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1994. 1. 11. 선고 93다26205 판결 )라고 판시함으로써, 투자자 보호의무를 인정해 왔다.

그리고 국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을 통해 투자권유시 적합성의 원칙, 적정성의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금지 등 투자 권유 제한 규정을 명문화했다. 2021년 3월 25일 시행 예정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조항을 두고 있다(제14조~제23조).

불완전판매로 인한 투자 손실에 대해 투자자 보호 장치가 있지만, 실제 손실을 제대로 보상받기는 쉽지 않다는 게 현실적인 문제다. 사진= 연합뉴스
불완전판매로 인한 투자 손실에 대해 투자자 보호 장치가 있지만, 실제 손실을 제대로 보상받기는 쉽지 않다는 게 현실적인 문제다. 사진= 연합뉴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조항들

우선 첫번째로 '적합성의 원칙'을 살펴보자. 금융투자업자는 금융투자상품을 권유함에 있어서, 투자자가 전문투자자(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전문성 구비 여부 및 소유자산규모 등에 비추어 투자에 따른 위험 감수능력이 있는 투자자로서, 투자 권유 제한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음)인지 일반투자자인지를 확인하고(자본시장법 제46조 제①항), 만약 일반투자자라면 투자목적ㆍ재산상황 및 투자경험 등의 정보를 파악하고(Know your customer rule), 서명 등의 방법으로 확인을 받아 이를 유지ㆍ관리하여야 할 뿐 아니라, 확인받은 내용을 투자자에게 지체 없이 제공하여야 한다(자본시장법 제46조 제②항). 또한 투자 권유시  일반투자자의 투자목적ㆍ재산상황 및 투자경험 등에 비추어 그 일반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투자권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자본시장법 제46조 제③항).

두번째로 '적정성의 원칙'은 일반투자자에게 투자권유를 하지 않고, 파생상품(기초자산의 가치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투자상품) 등을 판매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금융투자업자는 그 일반투자자의 정보를 파악하여야 하고(자본시장법 제46조의 2제①항), 일반투자자의 투자목적 등에 비추어 해당 파생상품 등이 그 일반투자자에게 적정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알리고, 일반투자자로부터 서명 등의 방법으로 확인을 받아야 한다(자본시장법 제46조의 2 제②항).

그리고 세번째로 '설명의무'는 금융투자업자가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투자권유를 하는 경우에는 금융투자상품의 내용, 투자에 따르는 위험 등을 일반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자본시장법 제47조 제①항). 또한 설명한 내용을 일반투자자가 이해하였음을 서명 등의 방법으로 확인을 받아야 하고(자본시장법 제47조 제②항), 설명을 함에 있어서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거짓 또는 왜곡하여 설명하거나 중요사항을 누락하여서는 아니된다(자본시장법 제47조 제③항). 

이같은 투자 권유 제한 규정을 제대로 지키려면, 판매회사 직원은 우선 상품을 파악하고(Know your securities rule), 고객의 정보를 수집·조사하는 한편, 고객에게 잘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공부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판매 창구에서 불과 몇 분 만에 후다닥 펀드에 가입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에서는 이와 같이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판매 성과급이 눈앞에 아른거리면 성급한 목마름에 1초도 지체하기 어렵다는 듯 “여기에 체크하시고, 여기에 ‘잘 듣고 이해하였음’이라고 쓰세요!”라며 유도행위를 한다.

때로는 금융투자상품에 관해 거의 알지 못하는 고객을 전문투자자로 분류, 투자 권유 제한 규정의 적용을 피하기도 한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해배상 분쟁이 계속되고 심지어 경영진이 징계를 받아도, 불완전판매 시비는 여전히 매스컴의 단골 기사거리다.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 내부통제시스템도 거의 작동되지 않는 것 같다. 사람으로 통제가 안되니 이제는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불완전판매시 투자자 손해배상 어디까지?

이러한 불완전판매가 인정된다면, 투자자들은 어디까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설명의무 위반의 경우에는 금융투자업자는 자본시장법 제46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는데,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의 복잡성,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설명의무 위반에 관한 입증을 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금융투자업자가 설명의무 이행에 대한 입증을 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손해는 자본시장법 제48조 제2항에 따라 금융투자상품의 취득으로 인해 일반투자자가 지급했거나 지급해야 할 금전 등의 총액에서 금융투자상품의 처분, 그 밖의 방법으로 그 일반투자자가 회수했거나 회수할 수 있는 금전 등의 총액을 뺀 금액으로 추정된다. 

적합성 원칙, 적절성 원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자본시장법 제64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지는데, 판례는 그 위반행위로 인해 고객에게 현저한 손해가 발생하게 하거나 설명의무 위반과 결합해 위반행위가 중해 위법성을 띤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 민법 제750조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에는 투자자의 과실이 어느 정도 인정될 여지가 있고, 손해분담의 공평 차원에서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발생한 손해 전부를 배상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은 2019년 12월 해외금리연계 DLF의 불완전판매와 관련, 은행의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30%, 내부통제 부실책임(20%)과 초고위험상품 특성(5%)을 가산하고,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조정해 40~80%의 배상비율을 산정해 발표한 바 있다.

한편, 판매업자가 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관해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춰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하거나 착오를 일으키게 한 경우에는 투자자는 기망행위 또는 법률행위의 중요한 부분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펀드가입계약을 취소하고, 원상회복으로써 펀드가입금액 및 그 이자를 청구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투자자의 과실상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유리하지만, KIKO사건 등 설명의무가 문제된 여러 판례는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23891 판결). 이와 달리 상법은 보험자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638조의3).

법적 다툼으로도 손해회복 쉽지 않아

그렇다면 손해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은행장에게 “당신 직원이 나를 속였으니 당신이 책임지라”고 민원을 제기할까? 금융감독원에 “저 은행이 나를 속여 손해를 보게 만들었으니, 혼을 내서 내 돈을 찾게 해 달라”고 분쟁조정을 신청할까? 수사기관에 “저 은행이 나를 속여서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형사고발을 할까? 아니면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들이 순진하고 무지한 나에게 설명도 제대로 안 해주고, 거의 반 강제로 투자를 하게 해서 제가 손해를 입게 되었습니다”고 민사소송을 제기할까?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 따라 같은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끼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집단소송을 제기할까?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법리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다 보면, 시간과 노력, 비용 또한 적지 않고 스트레스에 지쳐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잘못된 길로 가기도 한다.

내 재산을 내가 지키려면, 내 스스로 사전에 꼼꼼히 살피고, 따져봐야 한다. 수익률이 높은, 위험한 금융투자상품은 먼저 시간을 들여 공부하는데 투자한 후에 그 다음에 돈을 투자해야 한다. ‘나는 몰랐어요’는 허공에 흩어지는 노래 가사가 될지언정, 잃어버린 돈을 찾아주지 않는다. 과욕도 금물이다!

 

● 박민재는 외환은행 행원과 중앙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등을 역임하고, ㈜강원랜드의 준법지원인 겸 법무실장으로 재직한 뒤,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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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용 2020-05-07 13:39:37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는 투자자의 책임이 더 강조되는 쪽으로 규정이 개정되었으면 합니다. 본인 판단으로 투자하고 판매사는 도와 주는 쪽으로 해야 분쟁이 줄어 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