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부동자금 900조원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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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부동자금 900조원 넘어서
  • 조희제
  • 승인 2015.11.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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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저성장에다 글로벌 불확실성 높아져...단기차익 노린 투기자금화 우려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시중에 떠돌고 있는 돈이 무려 900조원을 넘어섰다.

 

▲ 단기부동자금이 사상처음으로 900조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한국조폐공사에서 신권을 옮기는 모습. /연합뉴스

19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약 921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전보다 무려 21.0%나 증가한 것이다.

단기 부동자금은 현금 75조1000억원, 요구불 예금 175조1000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429조6000억원, 머니마켓펀드(MMF) 69조8000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41조500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22조원, 환매조건부채권(RP) 7조8000억원 등이다.

이같은 단기부동 자금액은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 2015년 1조4351억달러 출처 IMF)의 60%에 육박하는 액수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금융정책을 펼치면서 곳간을 푼데다 투자할 곳을 찾지못한 기업들도 100조원이 넘는 돈을 쌓아만 놓고 있는 등 시중자금이 선순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 보다는 시장을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시장을 팽배해 있는 점도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를 부추기고 있다.

단기 부동자금은 2008년(연말 기준) 539조6000억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9년 646조7000억원으로 19.8% 급증했다.

이어 2010년 653조5000억원(1.0%), 2011년 649조9000억원(-0.5%), 2012년 666조4000억원(2.5%)의 추이를 보였다. 이 시기에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에서 늘거나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2013년 712조9000억원으로 7.0% 늘고 2014년에는 794조8000억원으로 11.5% 급증, 경제 덩치보다 단기 부동자금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단기부동자금은 급기야 올해 1월말에는 800조원을 처음 돌파했고 다시 8개월만에 900조원도 넘어선 것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얼마나 빨리 도는지를 알려주는 통화승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난 9월 통화승수(평잔 기준 본원통화 대비 M2)는 17.6배에 그쳤다. 통화승수가 18배 아래로 떨어지기는 1996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통화승수는 1999년 한때는 32.7배에 달했으나 갈수록 낮아져 작년 말에는 19.0배였으며 올해 들어서는 18배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당국은 통화승수 하락세의 이유로 고액권인 5만원권 현금의 보급 확산, 달라진 금융상품의 구조 등을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이나 개인들이 경기침체와 저금리로 투자하거나 맡길 곳을 찾지 못한데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 현금화하기 쉬운 대기성 자금 형태로 보유하려고 한 탓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 경제체질이 사람으로 치면 제대로 피가 돌지 않아 동맥경화에 걸린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이같은 부동자금이 부동산, 기업공개(IPO) 공모주, 금시장 등에 게릴라식으로 뛰어들어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화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도 사내에 쌓아둔 유보금을 설비투자, R&D 등 생산적인 곳에 투자하지 못하고 자사주 매입, 현금배당 등으로 경영권 방어에 쏟아붓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통화정책의 효과가 전혀 작동하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저성장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장기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부동자금의 양상이 경기침체가 더욱 깊어지고 있는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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