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오일쇼크]② 유가 급락은 사우디·美 셰일업계에도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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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逆오일쇼크]② 유가 급락은 사우디·美 셰일업계에도 치명적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3.09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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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역시 유가하락 영향 불가피
아람코 주가 10% 급락..IPO 공모가 첫 하회
자금사정 좋지 않은 미 셰일업계 줄도산 우려도
미국 셰일오일 유전지대. 사진=연합뉴스
미국 셰일오일 유전지대.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수출가격 인하 및 증산 결정을 내렸다. 이는 추가 감산안에 반대한 러시아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고 오거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이같은 결정은 유가 급락으로 이어지고,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 경제에도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석유업계가 추가 감산에 나서면 미 셰일업계에만 이득이 돌아갈 것을 우려해 감산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 셰일업체들이 발행한 고수익 채권이 급락한 것을 지적하며, 유가 하락은 미 셰일업계에도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전쟁 원인과 영향은?

사우디의 증산 결정은 예상치 못했다 하더라도 추가 감산안에 대한 합의가 불발됨에 따른 유가 하락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추가 감산에 동의하지 않은 이유는 석유업계의 지속적인 감산이 미 셰일기업들에게만 이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에 가해진 제재를 어기고, 베네수엘라를 지원한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자회사를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다.

이에 심기가 불편했던 러시아 측은 미 셰일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감산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감산에 합의해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원유 대체재인 셰일업계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원유 수출 증가로 일정 부분의 자산을 비축해놓은 데다, 경제 구조가 비교적 다양한 편이기 때문에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가격 인하 및 증산을 결정한 것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오려는 '충격 요법'으로 해석된다.

만일 러시아 측이 고자세를 지속한다 하더라도 증산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유가가 하락하면 미국 셰일 업계는 물론 다른 고비용 생산국들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우디 역시 유가 하락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구조가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석유 국영기업 아람코의 주가가 크게 빠진 것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사우디 타다울 증시에 상장한 아람코는 상장 이후 약 3개월만에 처음으로 기업공개(IPO) 공모가인 32리얄을 하회했다. 아람코는 지난 일요일 10%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는데, 지난해 12월 최고치 이후 약 4270억 달러(약 514조 원)의 손실을 낸 것이다.

아람코 상장은 사우디 정부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경제 구조의 다양화를 위해 내놓은 '비전2030'의 일환이었다. 

당시 무함마드 왕세자는 아람코 기업가치를 2조 달러(약 2406조 원)까지 높이기 위해 막판까지 기관 투자자들과 부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람코에게는 지난해 12월 기록적인 IPO 이후 최악의 날"이라며 "아람코가 사우디 정부의 2조달러 평가액의 꿈을 산산조각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아람코의 주식 하락은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준다"며 "아람코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세계적인 입지를 시험하고, 그의 경제개혁을 위한 새로운 자금의 원천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급락으로 미 제재 대상국·미 석유기업 타격 

유가가 급락하면 미국의 제재를 받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유가의 대폭 하락은 전 세계 산유국들, 특히 이미 미국의 제재로 압박을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두 나라의 수출은 이미 조금씩 감소하고 있고, 더 감소할 경우 그들의 필수적인 서비스와 안보에 대한 안정성 역시 위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가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미국 석유회사들 역시 재정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NYT는 "이미 미국 석유회사들은 텍사스를 비롯한 몇몇 주에서 관련 노동자들을 해고해왔다"며 "부채가 많은 일부 미국 석유회사들의 재정적인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나이지리아, 앙골라, 브라질 등 석유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 아람코가 지난해 12월11일(현지시각) 사우디 타다울 증시에 상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 아람코가 지난해 12월11일(현지시각) 사우디 타다울 증시에 상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미 셰일업계도 타격 불가피

미 셰일업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이미 수익성이 악화돼있는 셰일업계의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현금흐름 압박을 받고 있는 미 셰일업체들이 유가 하락으로 인해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셰일업계는 셰일공법 개발로 채산성을 높이고 있으나, 여전히 경쟁력은 낮은 상황이어서 재정적으로도 압박을 받아왔다. 

FT에 따르면, 미 셰일업체들은 현재 미 고수익 고위험 정크본드 시장에서 가장 발행규모가 큰 업체들이다. 이들이 발행한 물량은 전체 고수익 채권 시장에서 11%에 달할 정도다. 특히 이들은 투기등급인 'BB' 또는 그 이하의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BBB' 투자등급 회사채에 비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의 석유 증산 결정은 이들 채권가격을 하락세로 이끌었다. 라레도 페트롤리엄이 발행한 2025년 만기 6억달러 규모의 채권 가격은 지난 6일 전일대비 10% 급락, 액면가 대비 58% 수준으로 떨어졌다. 체사피크 에너지의 2025년 만기 22억달러 규모 채권가격 역시 10% 급락, 액면가 대비 40% 수준에 거래됐다. 1월 초 발행된 레인지 리소시스의 5억5000만달러 규모 채권 역시 현재 액면가 대비 65%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FT는 "투기등급의 기업들 뿐 아니라 비교적 재무상태가 양호한 투자등급 에너지 업체들 역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의 11% 이상이 에너지 섹터 안에 있으며, 다수 회사들이 가장 낮은 투자등급인 'BBB'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해 현금흐름 압박이 심화될 경우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이아몬드힐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존 맥클라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가전쟁에 대해 언급하며 "미 고수익 채권 발행 에너지 기업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했다"며 "유가 하락이 일정기간 지속되면 에너지 업체 채권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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