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외치는데...한은, 망설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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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외치는데...한은, 망설이는 이유는
  • 김솔이 기자
  • 승인 2020.02.25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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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오는 27일 금통위서 기준금리 결정
이미 역대 최저금리, 추가인하에 부담큰 듯
시장에선 심상찮은 ‘코로나19’ 확산세 우려
생산‧소비도 위축…국면전환 필요 주장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월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월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COVID-19)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경기 방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 만큼 한국은행이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부동산시장 과열 등 금리 인하 부작용을 고려할 경우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 금리는 연 1.2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5베이시스포인트(bp‧1bp=0.01%포인트)씩 내린 바 있다.

◆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기준금리 인하론 부각

금통위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하론에 불을 붙인 건 코로나19 확진자 수였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13일을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 25일 오전 9시 기준 893명에 달한다. 중국‧일본(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포함) 다음으로 많다.

시장에선 국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중(對中) 수출뿐 아니라 생산‧소비 등 내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가 연 1.00%로 내려가면 사상 최저 수준이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잇따라 한국 경기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9일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존 2.1%에서 1.6%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 또한 지난 16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 했다.

정부에서도 추가경정예산 등 경기 하강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현 상황을 ‘비상한 경제시국’으로 판단한다"면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선 18일 회의에서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준금리 인하론자들은 한국은행 역시 정부에 보폭을 맞춰 금리 인하로 급선회 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당초 이번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추가경정예산이 거론되는 가운데 정책 혼합(Policy Mix)차원에서 한국은행이 동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중국 등 신흥국이 코로나19 파장에 대응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단행한 만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중국 인민은행은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3.25%에서 3.15%로 인하하고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을 4.15%에서 4.05%로 0.1%포인트 내렸다. 미국에서도 연내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지 않는 점도 금리 인하론에 힘을 싣는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금통위와 오는 4월 금통위원 4명 교체 및 총선 등을 감안하면 빨라야 5월께 금리를 내릴 수 있다”며 “이번 금통위에서 선제적 차원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채권시장은 이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0일 연 1.234%를 기록,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4일에는 연 1.139%로 마감했다.

◆ 역대 최저 수준 기준금리…추가 인하 부담

물론 한국은행입장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쉬운 선택지는 아니다. 이미 연 1.25%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 여력이 남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현 금리가 ‘실효 하한’에 달했다는 평가도 만만찮다. 금리를 한번 더 내리면 사실상 통화정책이 고갈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준금리 연 1.00%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금리를 내렸을 때의 파장을 예단하기 어렵다. 이 총재는 지난 14일 거시경제금융회의 후 기준금리 인하론에 “부작용을 고려해서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금융불균형 우려도 커진다. 금융불균형은 GDP 등 실물경제와 비교해 가계·기업 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한 수준을 일컫는다. 가계대출은 저금리로 인한 대표적인 금융불균형 사례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지난해 2분기 금융불균형 수준을 25로 제시하며 지난 2017년 이후 3분기 이후 2년간 장기 평균(0)을 웃돈 이유로 가계부채를 지목한 바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부채와 함께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과열이 계속된다고 판단, 지난 20일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등 ‘투기와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섣불리 금리를 인하한 뒤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면 오히려 한국은행에게 역풍이 날라 올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장에선 코로나19가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003년 사스(SARS), 2015년 메르스(MERS) 등 감염증 확산 사례를 되짚어봤을 때 확진자 수 증가 국면에서 경기 둔화 정도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코로나19 파장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총재 역시 “현재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경제지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 “기준금리 동결하더라도 인하 기대 계속”

다만 한국은행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금리 인하 기대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위축이 기정사실화한 만큼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향후 주요국이 금리를 내린다면 통화정책 여력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 실적은 나왔지만 수출을 제외한 주요 경제지표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매파적 성향을 유지해 온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영향을 좀 더 지켜본 후 지표를 확인하면서 4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하면서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여파를 면밀히 살펴볼 여지가 생겼다”면서도 “코로나19의 악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이번 금통위에선 아니더라도 오는 4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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