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안전자산은 과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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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안전자산은 과연 안전한가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 승인 2020.02.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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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국채, 채무불이행 없지만 매매 손실 우려 항상 있어
DLF사건, 독일 신용도와 국채 매매손실 구분못한 결과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겸 이코노미스트] 아마 금융시장의 동향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시황 기사에서 빈번하게 접했을 법한 어휘다. 실제 “(무슨 이벤트로) 위험자산인 주식이 약세(강세)를 보인 반면 안전자산인 채권은 강세(약세)를 나타냈다”는 기사는 이제 금융시장의 시황을 설명하는데 기본 틀로 인식될 정도다.

안전자산 VS. 위험자산

하지만 이처럼 큰 거부감 없이 사용되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란 일종의 프레임이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 과정에서 자칫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즉 안전자산이 정말로 안전하지 않다면 말이다(위험자산은 위험하니까 따로 표현상의 오류를 더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본 칼럼 연재를 시작했을 당시 채권시장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소개하면서 ‘채권 투자도 손실을 볼 수 있다고?’라는 제목으로 채권 투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들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칼럼이 연재된 이후에도 채권 투자에 대한 인식 특히, 안전자산이란 어휘가 주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들이 많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안전자산, 외부충격에 강할 뿐

안전자산이란 어휘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다양한 외연의 확장이 가능하다. 먼저 ‘안전’이란 단어가 주는 본연의 의미인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란 의미를 생각하면 왠지 안전자산을 보유하게 된다면 어떠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손실을 입지 않는다고 기대할 수도 있다.

반면 앞서 예시 언급한 기사를 다시 곱씹어 읽는다면 안전자산을 보유한다고 손실을 입지 않는다고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오류를 내포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서로 대칭되는 개념으로 풀이할 때 ‘위험자산이 약세를 보이면 안전자산은 강세를 나타낸다’는 것은 반대로 안전자산 역시도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전제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해당 이벤트로 인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나 영향력이 긍정(부정)적인 경우에 가격이 상승(하락)하는 경향이 있는 자산(지금까지 위험자산으로 표기)이 약세(강세)를 보인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하락(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자산(지금까지 안전자산으로 표기)은 강세(약세)를 나타냈다”고 언급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그대로 지면에 표시한다면 지금까지 독자들이 읽었던 경제 신문에서의 시황 기사의 분량은 첫 도입부에서부터 몇 배 이상 늘어날 뿐만 아니라 독자들 역시 오히려 상당한 혼선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그간 우리가 접했던 시황 기사에서의 안전자산은 표기를 간편하게 하기 위한 편집 과정 상의 편의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안전자산은 어디까지가 안전하고 과연 무엇이 안전하다는 의미일까?

국채, 상환불이행 리스크 없을뿐 매매 손실은 발생

필자가 처음 칼럼에서 언급했던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통상적으로 채권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것으로 분류되는 국채의 사례다.

한 국가가 발행한 국채는 국가가 채무와 관련된 상환불이행에 대한 위험을 책임지는 주체라는 점에서 이른바 무위험자산으로 불린다(아마 안전자산이란 명칭도 무위험자산이란 표현에서 나왔을 것이다).

발행했던 국채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국고에서 지급할 재원이 없다고 하더라도 돈을 찍어서 채무를 상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 경우 정부와 중앙은행 간의 독립성 논란은 없다는 가정).

그런데 무위험자산 즉, 최근에는 안전자산으로 표기되는 국채의 경우에도 투자자들은 매매를 통해 손실을 볼 수도, 반대로 이득을 볼 수도 있다면 문제는 전혀 달라진다.

앞서 언급된 무위험자산이란 국가가 채무자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는 의미이지, 국채를 매매하는 투자자들 간의 손실이나 이득에는 관여해서 손실을 없애준다는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심지어 국가는 그 과정에 관여 조차도 할 수 없다).

독일국채 DLF사건, 매매손실 가능성 간과한 결과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 상의 변화로 손실을 입은 쪽과 이득을 본 쪽으로 나뉘듯이 채권 역시 동일하게 가격 변화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안전자산은 채무불이행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일 뿐 결코 가격 변화에 따른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은 아니다(회사채의 경우는 채무불이행 위험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쯤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독일 국채 DLF 사건을 한번 살펴보자.

각각의 피해 사례들이나 분쟁의 원인들은 다양하지만 이번 사건을 관통하는 핵심 골자는 상품을 판매하는 쪽도, 사는 쪽도 채권을 안전자산으로, 그것도 독일이 미국 다음으로 전세계에서 신용도가 우수한 국가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채권도 가격이 변하면 매매 과정에서 손실을 볼 수 있고, 이러한 가격 변화에 몇배의 변동성에 배팅하는 문제를 독일 국채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거의 없다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접근했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자산이란 용어가 처음부터 너무 편의적이고 자의적으로 사용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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