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우파로부터의 감염’에 노출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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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우파로부터의 감염’에 노출된 민주당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2.0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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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진영논리’에 기대어 반사이득 얻으려해
허술한 인재영입과 공천방식, ‘우파로부터의 감염’에 해당
탈물질·탈권위주의 통해 수평적 참여와 소통하는 ‘생활진보’ 실천해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공포로부터 온 국민과 세계가 떨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바이러스를 잠재울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 당분간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운동, 휴식 등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면역체질을 점검하고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종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사태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번 사태로 전 세계가 한화로 191조원에 달하는 경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글로벌 난제에 대해 민과 관 그리고 정치권이 초당적인 대화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마땅히 초당적 대처를 방해하는 낡은 정치의 체질과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초동대처와 ‘중국인 입금금지’논란에서부터 삐걱거리는 정치권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혁신경쟁' 팽개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정부가 감염병 확산 방지와 격리조처를 위해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의 공무원 교육시설을 지정한 것을 놓고 민과 관 그리고 정치권이 분열해 다퉜다. 아산과 진천 지역 주민들은 트랙터로 길을 막고, 촛불을 들며 정부의 조치에 반발했다.

이런 분열과 갈등이 벌어진 이유는 뭘까? 아마도 지역주민의 불안, 민주적 의견수렴의 절차 부족, 그리고 오는 4.15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정치권의 과도한 경쟁 때문으로 보인다. 지역주민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여론을 선동하고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면서 지역민들의 표심을 얻으려는 얄팍한 술수가 작동했다. 이런 얄팍한 술수는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자제가 필요하다.

여야 정치권은 이런 ‘얄팍한 경쟁’보다는 ‘근본적인 혁신경쟁’에 나서야 한다. 외우내환(外憂內患)의 위기에서 어느 당과 후보가 더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혁신하는 데 유능한 지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이 피부에 와 닿고, 직접적으로 보고 느끼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정책경쟁력과 공천경쟁력 제고에 최선을 다해줄 필요가 있다.

우선은 집권당인 민주당부터 ‘이미지 정치’나 ‘진영논리’에 기대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비난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반사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서 ‘생활진보’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집권당이 선도적으로 혁신에 나서면 자연스럽게 야당도 여기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야당이 혁신경쟁에 나서지 않으면 좋은 경쟁을 바라는 유권자로부터 외면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투 논란’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인재 영입 2호 원종건 사건과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았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늦어진 공천심사’는 상징성이 크다. 세밀한 인재기준과 검증절차 없이 ‘이미지 정치’와 ‘진영논리’에 휘둘린 사건으로 민주당에게 뼈아픈 일이다.

민주당 인재 영입 2호였다가 '미투'사건으로 불출마와 탈당한 원종건씨(왼쪽), 부동산 투기의혹 굴레를 벗지못하고 총선 포기를 선언한 김의겸 전청와대 대변인. 그래픽=SBS
민주당 인재 영입 2호였다가 '미투'사건으로 불출마와 탈당한 원종건씨(왼쪽), 부동산 투기의혹 굴레를 벗지못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의겸 전청와대 대변인. 그래픽=SBS

민주당, 우파 바이러스 감염...허약체질 드러내

한마디로 원종건, 김의겸 사건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부적절한 인사를 걸러낼 민주당의 방어력과 면역체계가 매우 약해졌음을 상징한다. 현재 민주당은 강한 기득권과 도덕성이 약한 ‘우파 바이러스’에 감염된 부적절 인사 몇 명을 힘겹게 공천을 불허하여 격리시켰을 뿐이다. 이에 민주당의 면역체계는 너무나 허약해서 ‘우파 바이러스’로부터 언제 방어벽이 뚫릴지 모른다.

김의겸은 총선불출마 선언이전에 <조국 교수에게>라는 편지를 써서 진영논리에 편승하는 논리로 당 지도부에게 자신의 공천을 압박했다. 당 지도부는 김의겸 공천심사를 몇 차례 연기함으로써 이런 압력을 간신히 막아냈다. ‘김의겸 공천 늑장사태’는 많은 것을 상징한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한때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이 말은 적실성이 떨어진다. 보수든 진보든 가리지 않고 누구나 부패하고 분열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근혜 탄핵’을 놓고 보수는 친박과 비박으로 분열했다. 진보도 ‘조국사태’를 놓고 구진보와 신진보로 분열했다.

어쩌다가 진보가 부패와 분열의 주범이라는 비난과 조롱을 받는 신세가 되었을까?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은 프랑스 정치학자인 듀베르제(Maurice Duverger)가 <정당론>(1954년)에서 정립한 개념인 “좌파로부터의 감염(contagion from left)”에 빗대서 나온 “우파로부터의 감염(contagion from right)”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듀베르제는 <정당론>에서 보수세력인 영국의 보수당은 ‘간부정당’(Cadre party·명사정당)으로, 진보세력인 영국의 노동당은 ‘대중정당’(Mass party·계급정당)으로 분류했다.

그는 보통선거권의 확대와 더불어 좌파세력들이 노동자 계층의 대중들을 동원하기 위한 과정에서 대중정당(계급정당)으로 이행하자, 간부정당중심의 보수세력들도 그 대응과정에서 대중정당으로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간부정당’에서 ‘대중정당’으로의 이행을 대중민주주의와 정당사의 발전과정으로 본 듀베르제는 우파적인 보수세력이 좌파들이 선취한 대중정당모델을 따라간 것은 “좌파로부터의 감염(contagion from left)”으로 명명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엡스테인(Leon D. Epstein)은 <서구민주주의의 정당론>(1967년)에서 이 같은 듀베르제의 설명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이런 듀베르제의 분석은 내각제가 많은 유럽 상황에서만 설명이 있고, 진성당원보다는 일반 유권자가 참여하는 ‘예비선거제’가 발전한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설명력이 떨어진다고 보았다. 이에 그는 이념성향이 강한 당원개념보다는 일반유권자가 참여하는 선거캠페인이 발전한 미국은 대중정당보다는 ‘유권자정당’과 결합한 ‘원내정당’이 더 적절하고, 발전한 모델이라고 말한다.

엡스테인은 실제 선거에 영향을 주는 TV유세나 여론조사 등의 선거캠페인은 많은 당원을 필요로 하지 않고, 거꾸로 이념성향이 강한 당원이 많고 ‘조직으로서의 정당’이 공고할수록 국민과의 융통성이 결여되어 선거에는 오히려 불리하다고 내다봤다.

엡스테인은 오늘날 예비선거제와 친화성이 큰 ‘유권자정당’이나 ‘네트워크정당’의 기원이 되는 ‘원내정당’과 ‘유권자정당’의 결합모델은 유럽식 대중정당모델과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간부정당에서 대중정당으로 이행했다고 해서 명명된 ‘좌파로부터의 감염’과 대비되는 차원에서 미국식 원내정당모델이 ‘간부정당’에서 진화되었다는 점에서 ‘우파로부터의 감염’으로 명명했다.

우파로부터 감염된 민주당, 당 정체성 흔들

민주당의 허술한 방어력과 면역체계는 자유한국당이 ‘완전국민경선제 도입’과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민주당의 허약한 면역력은 당초 자당 현역 의원 60%의 무(無)경선 단수공천을 방침으로 정했다가 당 안팎의 강한 우려가 제기되자 ‘물갈이’ 폭 확대를 뒤늦게 수정한 행태에서도 반복된다.

국민참여경선제의 원조가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자유한국당의 완전국민경선제 도입방침은 ‘좌파로부터의 감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최근 민주당의 허술한 인재영입과 공천방식은 ‘우파로부터의 감염’에 해당된다.

민주당은 뒤늦게 현역 국회의원이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한 지역에 대해서도 적합도 조사를 하고 후보 경쟁력에 대해 절대 평가를 진행키로 하며, 하위 20%로 평가된 현역 의원의 지역은 정밀 검증을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이것들은 근본적으로 국민참여경선제를 통한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의 육성방법을 정공법으로 사용하지 않고 시민참여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우파로부터의 감염’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민주정치의 많은 것들이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그리고 진보세력의 투쟁과 노력에 근거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

진보인 척 진보 아닌 구진보...'생활진보' 부활시켜야 

생활은 가부장주의나 보수기득권적으로 하면서 말만 진보인척 하는 ‘우파로부터 감염’된 부적절한 586 인사들을 걸러내고, ‘생활진보’의 정체성으로 당의 체질을 개선해야만 신세대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진영논리의 감염’으로부터 탈출할 필요가 있다. 그 탈출의 핵심은 지난 ‘조국사태’에서 진영논리를 부추기거나 물질적 생존가치의 기득권논리를 대변하는 구진보 논리를 부추겼던 586 인사들을 공천에서 감점을 주거나 하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주당이 구진보와 신진보 개념을 정립해 새로운 공직자 상을 마련해야 한다.

하나의 대안으로 민주당이 탈물질주의적 자기표현으로서 탈권위주의를 강조하는 신진보의 상징인 노무현의 ‘생활진보’ 개념을 부활시켜야 한다. 반칙과 특권없는 상식의 세상 그리고 원칙있는 패배를 주장한 노무현 정신처럼, 탈물질주의와 탈권위주의에 따라 나눔과 배려 및 수평적 참여와 소통으로 ‘생활진보’를 실천해야 한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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