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 칼럼] 이것은 황교안 '병목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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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칼럼] 이것은 황교안 '병목현상'이다
  • 윤태곤 정치분석가(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승인 2020.02.07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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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좌고우면, 남에겐 선당후사 강조...희화화 대상으로 전락
황대표, 스스로 위상 떨어뜨리고 상대 위상 올려주는 꼴
고심 끝에 ‘실리적 선택’한 후 명분·논리 꿰맞추면 '최악'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윤태곤 정치분석가] 설 연휴 직전 이 지면을 통해 민주당이 연말 연초 이후 좋지 않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논란이 되는 일부 인물들의 출마 의지, 검찰과의 지속적 충돌 등이 그 이유였다. 반면 한국당에 대해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공관위원장 선임 효과와 보수 통합 본격화 등으로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2주가 지난 지금은?

민주당은 좀처럼 나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부적 위험요소는 영입인재 2호였던 원종건 씨 파동,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의 충돌 지속 등으로 변주되고 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불출마를 선언하긴 했지만 늦은 감이 있다. 게다가 이같은 내부적 요인 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물론 외부에서 발생한 불가항력적 사태이고, 현재까지는 정부의 대처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안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한국당은?

앞서 짚어본 여당의 악재는 야당의 호재다. 상대의 안 좋은 흐름과 나의 좋은 흐름이 교차하고 그 변곡점이 ‘추세’로 이어지면 큰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한국당은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공관위 호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형오 위원장 외에 이석연 위원 등의 결기도 여전하고 공천을 위한 실무적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미래한국당’ 등이 꼴 사납지만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당 문서를 뒤적이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 연합뉴스
당 문서를 뒤적이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 연합뉴스

문제는 황교안 대표다

황 대표의 출마 지역 문제가 가닥을 못 잡으면서 TK 중진 물갈이, 홍준표나 김태호 등 대표급 인사들의 전략적 배치와 이후 본격 공천 작업들이 모두 막혀 있다. ‘황교안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호기롭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했던 황 대표는 오히려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5일에는 “제 총선 행보는 제 판단과 스케줄대로 해야 한다. 이리 와라 그러면 이리 가는 건 합당하지 않다”면서 "제가 어디에 출마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제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주요 당직자 회의에선  "혼자 살려면 다 죽는 게 선거"라며 "이번 총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내일은 없다. 소아(小我)에 집착해 각자도생하다 보면 국민이 주신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말인즉슨 다 맞는 말이다

보수 진영 차기 지지도 1위이자 당대표의 출마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행위여야 한다. 또한 그 행위는 당사자의 판단(결단)에 의거해야 한다. 그리고 무릇 큰 당의 총선 대응은 전체 판의 차원에서 이뤄져야지, 특정 개인의 유불리에 휘둘려선 안 된다.

문제는 황 대표의 이 말들이 제각각 따로 놀고 있다는 점이다. 본인은 좌고우면하면서 남에겐 선당후사를 강조하니 희화화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용산, 양천, 용인 등 황 대표의 출마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의 민주당 후보들은 하나같이 “여기로 와라. 나랑 붙자”며 ‘황교안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정작 맞상대로 지목되던 이낙연 전 총리는 이 상황에 대해  “제 할 일도 바쁘다”며 “거기까지 깊은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황 대표 본인이 스스로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상대의 위상을 올려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종로 출마가 선(善)이고 다른 지역 출마가 악(惡)은 아니다. 민주당이 어디 오란다고 거기 갈 일은 아니다.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선택지를 쥐면 된다. 문제는 자꾸 미루고 있는 이 상황 자체다. 고심 끝에 ‘실리적 선택’을 하고 거기에 명분과 논리를 꿰어 맞춰 강변하면 최악이다.

이미 늦었다. 공관위가 설정한 최종 시한도 넘기면 수습도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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