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렉시트 탈퇴 법안 가결...'한발짝 더' 나아갔지만 첩첩산중
상태바
英, 브렉시트 탈퇴 법안 가결...'한발짝 더' 나아갔지만 첩첩산중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1.10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U 집행위원장, "시간이 매우, 매우 촉박하다".."미래는 밝지 않다"
영국 안팎 언론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기업 영향은 제한적일 것
8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총리 관저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총리 관저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한발자국 더 가까워졌다.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Brexit) 단행을 위한 법안을 가결함에 따라 오는 31일 예정대로 브렉시트 단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시간이 매우, 매우 촉박하다'고 언급했듯이 무역협정을 연내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향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존슨 英 총리, WAB 하원 통과로 한 고개 넘어섰다

지난 9일(현지시각) 영국 하원은 EU탈퇴협정법안(WAB, withdrawal agreement bill)을 가결했다. 영국의 법안 심사 과정은 3독회제를 기본으로 하는데, 이날 제3독회 표결에서 찬성 330표, 반대 231표로 가결, 지난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3년7개월만에 의회가 EU 탈퇴 조건을 승인했다. 

EU 탈퇴협정안이 영국 하원 관문을 통과함에 따라, 상원을 거쳐 여왕의 재가를 얻으면 정식 법률로 채택된다. 현 시점에서 브렉시트 법안이 상원에서 거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 언론사 VOX는 "의회는 전통적으로 선출된 다수를 존중하고 있으며, 존슨 총리와 보수당은 선거 선언문에서 약속한 것을 정확히 이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총리실 대변인 역시 "영국 정부는 가능한 한 원활하게 하원과 상원을 통해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총리실 대변인은 "이 나라는 브렉시트 문제 해결을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오늘 결과는 이같은 목표를 향한 매우 중대하고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EU 집행위원장, "미래는 밝지 않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탈퇴협정안이 영국 하원을 통과한 것을 두고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유럽의회가 보는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유럽의회가 영국의 EU탈퇴협정을 승인하면, 영국은 오는 31일자로 EU와 결별하게 되며, 연말까지 설정된 전환기간 내 EU와 무역협정 등을 포함한 협상에 나서게 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연말까지 EU와 영국이 포괄적인 합의를 이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혀 향후 넘어야 할 고비가 적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달 EU탈퇴협정법안에 전환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함에 따라 오는 12월31일까지 브렉시트를 마무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초 테레사 메이 전 총리는 브렉시트 협정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해 좌절한 바 있다. 존슨 총리는 이를 교훈 삼아 확고한 조건과 기한을 정해두면 EU가 양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영국 안팎의 언론들은 영국이 예정대로 올해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VOX는 9일(현지시각) "EU 지도자들은 올해 말까지 모든 것을 정리한다는 존슨 총리의 일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영국과 유럽 모두에 있어서 다음 단계의 협상은 브렉시트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영국과는 달리 EU 27개 회원국은 이전 협상에서 단결의 가치를 배웠고, 무역 협상을 경험해왔다"며 "게다가 EU가 영국 수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반면, 영국에 대한 EU의 수출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존슨 총리가 원하는 포괄적 무역 거래는 통상 수개월이 아니라 수년이 걸린다"며 "내년 1월까지 비준 동의를 얻으려면 많은 절차가 생략되는 간단한 거래가 돼야 하는데, 이는 서비스나 보안 등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상품 거래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이 유럽 규제로부터 벗어날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위한 시간은 너무나도 촉박하다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존슨 총리가 전환기한을 넘기거나 (촉박한 시간 탓에) 구체적인 규제안 마련을 거부할 경우 상품에 대한 규제 장벽도 없이, 관세만을 없앤 '뼈대없는(bare-bones)' 거래를 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수십년간의 유럽 관계를 해소하는 고통스러운 일이 이제 단지 두번째, 더 복잡한 단계로 옮겨갈 뿐이다"고 말했다. 

한·영 FTA 체결로 한국기업 영향 제한적

한편 영국의 브렉시트가 예정대로 단행된다 하더라도 한국 경제나 한국 기업들이 받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가 브렉시트에 대비해 선제 대응한 덕택이다.

한국과 영국은 지난해 8월 한·영 FTA에 정식 서명을 마쳤고, 지난해 10월 비준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영국이 EU 관세동맹을 탈퇴하면 자동 발효된다. 예정대로 영국이 오는 12월31일까지 EU를 떠날 경우 2021년 1월부터 한·영 FTA가 발효되는 것이다.

한·영 FTA 체결에 따라 브렉시트 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영국에 상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의 관세 부과 및 인증 방식은 지금과 차이가 없게 된다. 국내에서 영국으로 수출되는 상품 가운데 99.6%에 달하는 대부분이 관세를 적용받지 않고 한국이나 영국 기업이 EU산 재료를 가지고 만든 제품도 한·영 FTA 발효 이후 3년까지는 역내산으로 인정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