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 세계 경제에 또다른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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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엘니뇨, 세계 경제에 또다른 재앙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10.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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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곡물가격 폭등…1천만 기아 발생…우리나라도 극심한 가뭄

인류가 기상을 관측한 이래 최대규모의 ‘슈퍼 엘니뇨’ 현상이 태평양 주변에 지속하면서 지구촌 경제에 심각한 손실을 끼치고 있다. 세계적으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하면서 국제곡물가격이 폭등하고 있으며, 아프리카등지에서 1천만명의 기아가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역대급 엘리뇨 현상으로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이대로 가다가는 이번 세기말에 세계 평균 소득이 23%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9월 세계 평균 기온이 15.9도로, 1880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9월 기온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아울러 1월부터 9월까지 세계 기온도 역사상 가장 더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세계 기온은 20세기 9월 평균 기온인 15도보다 0.9도 높고, 종전 최고치인 지난해 9월보다도 0.12도 높다. 이런 이상고온 현상은 아프리카 북동부, 중동, 동남아시아 일부, 남북 아메리카 일부 등에서 주로 관측됐다. 캐나다 온타리오는 20세기 평균치보다 무려 2.1도 높은 9월 기온을 기록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2015년 전체로도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무더위는 엘니뇨 현상에 따른 해양 온도 상승 때문이다. 지난 9월 전 세계 해수면 온도는 20세기 평균치인 16.2도보다 0.81도 올라간 것이다. 9월 해수면 온도로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작황 부진…곡물가 폭등, 대량의 기아발생 우려

기온 상승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옸다. UC버클리·스탠퍼드대 연구진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 경제 손실이 종전 예측보다 최대 10배가량 큰 것으로 추정됐다. 또 지구온난화가 현재 추세대로 진행될 경우 금세기 말까지 전 세계 평균소득이 온난화가 없다고 가정할 때보다 약 23% 적을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했다.

강력한 엘니뇨 여파로 국제곡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3주 사이에 설탕 가격은 31% 폭등했고 팜유도 13.1% 올랐다. 밀 가격도 같은 기간 6.1% 상승했다.

슈퍼 엘니뇨에 따른 기상 이변이 농작물 작황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 설탕 농장에서는 폭우로 생산량 감소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주와 아시아,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에 팜유, 밀, 코코아, 커피 등 작물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커피코코아협회는 커피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고 태국의 쌀수출협회도 쌀 생산이 15∼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 CBA의 토빈 고레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저강수량에 밀 생산량이 200만t 줄었다고 추정했다.

엘니뇨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농산물 공급 우려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구호단체인 옥스팜은 올해 홍수와 가뭄을 유발하는 슈퍼 엘니뇨로 곡물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전 세계 1천만 명 이상이 기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골드링 옥스팜 대표는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쌀, 옥수수 수확에 피해가 발생해 이를 주식으로 삼는 남아프리카와 중앙아메리카 등의 국가들에서 수백만 명의 빈곤층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통상적으로 겨울철에 호주 북동부와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에서는 가뭄이, 동태평양에 인접한 중남미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나타나는데 이번 엘니뇨는 오는 10월부터 1월 사이에 정점에 달해 역대급 슈퍼 엘니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국제구호기구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에서만 슈퍼 엘니뇨와 불규칙한 우기 탓에 450만 명이 식량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이미 남아프리카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농작물이 고사하면서 옥수수 수확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엘니뇨 현상이 유발한 가뭄으로 옥수수 수확량이 평균의 60% 수준으로 감소했고 콩 수확량은 8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밝혔다.

 

우리나라도 가뭄 극심…미국·인도네시아등 태평양 연안국 피해

우리나라에서도 슈퍼 엘니뇨의 여파로 전국 대부분 지방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가뭄은 서울·경기와 강원도, 충청도 등 중부 지방에서 심각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들어 10월1일까지 전국의 누적 강수량은 754.3㎜로, 30년 평균치 1,189㎜)의 63%에 그쳤다.

서울·경기의 누적 강수량(517.7㎜)은 평년의 43%에 불과해 가장 낮았다. 충남(572.4㎜) 50%, 강원(634.1㎜) 52%, 충북(612.5㎜) 53%, 전북(668.6㎜) 58%, 경북(628.8㎜) 62% 등의 수준이었다.

이번 가뭄의 1차적인 원인은 여름 장마에 비가 적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7∼9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도 올해는 우리나라를 비켜갔다.

여름 비가 적었던 것은 우리나라 강수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활성화되지 않은 탓이 크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남쪽으로 내려오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세력·전선을 형성해야 비가 많이 오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가뭄은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나타나면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고 한국에 비구름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

▲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단양팔경 중 하나인 충북 단양군 매포읍 도담삼봉 주변 남한강 곳곳이 바닥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일대는 4년째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하지만 미국 국립기상대는 캘리포니아 남부 LA∼샌디에이고 지역에서 내년 1∼3월 우기에 폭우 가능성이 60∼69%에 이를 것이라고 예보했다. 현재 페루 서쪽 태평양에서 세력을 키우는 엘니뇨 현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올겨울 엘니뇨는 1950년 처음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강력한 '슈퍼 헤비급'이 될 것이라고 기상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엘니뇨 현상과 극심한 가뭄에 이어지면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등산객들이 숨지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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