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온갖 루머 KT 차기회장 '각축전'...靑心이냐 黃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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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온갖 루머 KT 차기회장 '각축전'...靑心이냐 黃心이냐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9.11.21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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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명 지원자중 17명 추려져 회장추천위원회에 올라간 듯
KT 현직에서 구현모, 오현목, 이동면, 전직에서 김태호, 이상훈, 최두환, 임헌문
관료 정치인에서 정동채, 노준형 전장관...이밖에 학계 통신 전문 교수출신도
가장 중요한 자질은 능력과 비전, 전문성...현 황창규 회장 입김 배제 '관건'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37대 1의 경쟁률로 집계된 KT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KT 안팎의 물밑 경쟁이 심각하리만치 혼탁한 양상이다.  KT 전·현직 임원들과 외부 관료·정치인 출신 등 3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는 각축전에서 유력 후보들에 관한 각종 악성 풍문마저 나돌고 있다.

그러나 KT 안팎의 중립적인 전현직 임직원들은 한결같이 '능력'과 '비전'을 갖춘 인물로 결정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차기 회장 선출과정,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KT 차기 회장 자리에 사내 후보 7명, 사외 후보 30명등 37명이 지원한데 이어 KT지배구조개선위원회는 이중 17명으로 추린 명단을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추위는 이중 최소 3명에서 최대 7명을 추려 이사회에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중 KT 현직 임원으로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 부문 사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 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 사장 등이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직 임원들 중에는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전 KT IT기획실장)과 이상훈 전 ETRI 원장(전 KT 기업사업부문장), 최두환 포스코ICT 사내이사(전 KT 종합기술원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등이 올랐다. 관료 및 정치인 출신 외부 인사로는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통신산업 분야 전문가군으로 대학교 교수출신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 사진=연합뉴스
황창규 KT 회장. 사진=연합뉴스

◆KT회장 자리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이처럼 KT 회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웬만한 국회의원이나 장관보다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한과 혜택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KT는 공정위 집계 기준 자산 33조 9710억원,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각각 23조4천억원과 1조2천억원으로 재계 12위 규모다. 회장은 43개에 이르는 계열사와 6만 1000여 명의 직원들 인사를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수조 원이 넘는 각종 사업의 결정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단순히 연봉만 따져도 장관급 공무원의 20배에 달하는 등 재벌 총수급 의전과 복지를 누린다. 

하지만 KT 회장은 오너가 아니기 때문에 부실 경영시 책임 부담이 크지 않다. 임명 과정에서 청문회 같은 공개적 검증도 거치지 않는다. 게다가 공기업이 아니기에 감사원 감사 대상도 아니다. 이런 이유로 "올라가기는 어렵지만, 한번 앉으면 절대 스스로는 내려오지 않으려는 자리"라는 말도 있다.

◆난무하는 후보 비방 루머들...여기저기 줄대려는 임원들  

지배구조위가 진행한 '1차 예선전'을 거치면서 후보들간에 보이지 않는 견제가 난무하고 있는 형국이다.

차기회장 선출과정에서 황창규 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황 회장은 지난 4월 "차기 대표는 KT 이사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권한이 없다. (선임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도전자들 사이에서는 황 회장의 '입김'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사회 멤버가 황 회장이 영입했거나 가까운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KT 사내에서도 악성루머들이 돌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막강한 연줄을 과시하고 있다며 이를 흘리는 후보, 아현국사 화재 사고 책임자이거나, 불법정치자금제공 의혹을 가지고 있는 후보라는 등의 루머다. 나아가 내부 후보가 선출되면 황 회장 퇴임 후 나올 수 있는 비리의혹이나 방만경영 심판을 차단할 수도 있어 황회장이 선호한다는 소문도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쪽을 견제하는 움직임도 없지 않다. 과거 회장 선임 과정마다 반복됐던 권력 개입 잡음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한 실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여당 실세와의 친분을 강조하는 인물, 자신이 청와대가 밀고 있는 후보자라는 걸 부각하는 인물, KT 주요 주주사의 지지를 등에 업었다고 주장하는 인물 등의 풍문이 돌고 있다. 심지어 지난 5일 회장후보공모마감 전에는 KT 외부 후보에 대한 흑색 선전이나 비방이 기록된 괴문서가 나돌기도 했다.

이와 함께 KT 현 경영진이 정통 관료 혹은 정치권 출신 외부 후보자를 탈락시키기 위해 견제장치를 이미 만들어뒀다는 얘기마저 돌고 있다. 

KT는 지난해 3월 정관을 변경해 회장 후보 주요기준중 하나로 '경영 경험'을 '기업 경영 경험'으로 바꿔 명시했다. 하지만 영리인지 비영리인지 '기업 범위'가 모호해 지원자들의 자격 여부가 지배구조위원회의 해석에 전적으로 달려있는 모양새다. 또 본래 회장추천위원회→주주총회였던 선출 절차를 지배구조위→회추위→이사회→주주총회 등 복잡하게 바꾼 것도 관료·정치인 출신의 회장 당선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일부 시각이다. 

통신사간 5G서비스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KT 차기회장은 무엇보다 능력과 비전이 탁월한 후보가 선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 연합뉴스
통신사간 5G서비스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KT 차기회장은 무엇보다 능력과 비전이 탁월한 후보가 선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 연합뉴스

◆KT 회장에 꼭 필요한 자질은... '능력과 비전'

때문에 KT 안팎에서는 이같은 로비나 낙하산 시비등 모든 논란을 물리치고, KT에 애정이 크고 ICT(정보통신기술)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공지능(AI), 5G,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기반의 4차 혁명 시대를 선도할 ICT 전문가를 원한다는 것이다. 또 분열과 갈등 분위기가 없지 않은 현 조직을 통합의 리더십으로 극복할 인물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KT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 사업들과 IT 관련 시장을 남다르게 볼 수 있는 전문가이길 바란다"며 "리더십, 도덕성, 직원들과의 케미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KT 새노조 역시 성명서를 통해 "단기적 실적 올인, 과도한 구조조정, 통신대란, 보신주의,  내부 혁신 실종, 소수 파벌 위주의 의사결정 등이 작금의 KT의 아픈 현실"이라며 "이번 선임 과정은 단호한 단절을 전제로 새로운 혁신 의지를 결집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책임 경영 의지를 바탕으로 한 적폐 청산▲통신 전문가로서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리더쉽 ▲국민기업으로서 KT의 위상을 재확립할 비전과 용기 있는 리더십 등을 필요 요건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K뱅크 증자, 합산규제, 기업사업부분 등 당면한 각종 정부 규제를 슬기롭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KT 관계자는 "차기 회장이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다. 뚝심있고, 역량있는 인물이 나서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 도공 때 대부 기해는 퇴임을 앞두고 후임 천거를 추천 받자 해호라는 사람을 추천했다. 도공이 "해호는 당신의 원수가 아닌가"라고 깜짝 놀라 묻자 기해는 "재능있는 인물을 추천하라 하지 않으셨습니까"라고 태연하게 답했다. 하지만 해호는 벼슬에 오르기 전 죽고 말았다. 다시 도공이 묻자 기해는 자신의 아들 기오를 추천했다. 도공이 더욱 놀라자 기해는 "재능이 중요하지 제 아들인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사마천의 사기 진세가 편에서 전해지는 이 고사는 '외불피구(外不避仇) 내불피친(內不避親)'이란 말의 유래다. KT 이사회는 이 고사처럼 후보자들의 복잡한 이해 관계를 배제하고, 오직 그들이 가진 능력과 비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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