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심리다. 아니야! 경제는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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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심리다. 아니야! 경제는 신뢰다
  • 한용주 컬럼니스트
  • 승인 2015.09.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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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심리 자극보다는 국민 신뢰 얻는 경제가 지속 성장

(경제컬럼니스트 한용주씨의 글입니다.)

“경제는 심리다”라고 한다. 정말일까? 심리는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부가적인 요소일 뿐 핵심적인 요소가 아니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은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본다.

인간이 활동하는 모든 분야는 심리적인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정치는 심리다” 또는 “문화는 심리다”라는 말은 잘 쓰이지 않는다. 유독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이 쓰이곤 하는데 정부에서 또는 정당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때 심리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치적인 슬로건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는 본질적인 요소와 심리적인 요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심리적인 요소는 사람의 경제활동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즉 본질적인 요소에 더하여 경제의 흐름을 더 빠르게 진행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요소가 없으면 심리적인 효과도 일시에 그치고 사라지게 된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소득증대와 일자리창출과 같은 본질적인 요소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본질적인 요소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조개혁과 성장전략이 성과를 내야 한다. 기업의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구조개혁과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차별화된 성장전략이 필요하다. 성장전략을 통해 소득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하나 하나 만들어 감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의 신뢰 속에서 경제회복은 지속 가능하다.

정치 지도자는 공약을 실천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지도자들이 정책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단기적인 정책을 우선적으로 펼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구조조정이나 규제개혁 그리고 성장전략 등 고통스럽고 어려운 과제를 뒤로 미루고 손쉬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앞세운다. 이에 더해 심리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세우며 정책을 포장한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는 떨어지고 결국 심리적인 효과도 사라진다.

그러나 성공한 지도자의 사례를 보면 본질적인 요소 즉 구조조정과 개혁을 앞세우고 성장전략을 추진하는 정면돌파 형이 많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핵심적이고 중요한 정책을 먼저 추진한다.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저항을 받지만 갈등을 조정하고 설득해간다. 때로는 이런 과정에서 국민의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여론이 악화되어 야당으로부터 탄핵에 몰리기도 한다.

인간은 역경 속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풍요 속에선 안주하려는 속성이 있다. 단기적인 부양정책으로 일시적인 풍요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면 각 해당 경제주체들은 고통스러운 구조조정과 경제개혁을 가급적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풍요 속에서는 개혁이나 구조조정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혁이나 구조조정의 성과를 내려면 경기가 어려울 때가 유리하다. 단기적인 부양책을 쓰기 전에 새로운 성장정책을 마련하고 육성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지도자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뒤에 숨지 말고 경제문제를 하나하나 정면 돌파해야 한다. 손쉬운 단기정책의 힘을 빌리려다 기회를 놓치고 결국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단기적인 부양책을 앞세운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을 수 있다. 초반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주식시장 상승과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로 심리적인 효과를 얻었지만 성장정책이 뒤늦은데다 일본의 장점을 살린 차별성이 없어 경제회복은 늦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일본은 재정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역경 속에서 변화한다”라는 인간 집단사회 심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 역경을 활용하여 변화를 이루고 그 다음 순서로 경기부양책을 쓰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우리는 “경제는 심리다”라는 표현을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我田引水식 해석으로 단기적인 부양책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심리정책에 매달리는 것은 심리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안이 아니다.

단기적인 부양책으로 소비심리를 자극해서 경제를 살리려는 방안은 진통제로 병을 치료하는 것과 같다. 진통제를 쓰는 동안 통증은 없어지지만 병세는 악화될 뿐이다. 인기와 지지도에 연연해 손쉽고 단기적인 정책에 매달리는 것은 “임기 내 성과”에 집착하는 지도자의 조급함과 이기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과 소통을 통해 설득해 나가고 함께 단계별로 성과를 낼 때 국민의 신뢰가 더해져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경제는 심리다. 아니야! 경제는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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