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영의 통상 인사이트] 본격적인 2차전 돌입한 미-중 무역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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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의 통상 인사이트] 본격적인 2차전 돌입한 미-중 무역분쟁
  •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 승인 2019.08.1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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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국제통상전공).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국제통상전공).

[오피니언뉴스=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지난 6월말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의 하이라이트는 미-중 무역협상의 재개 여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충돌 직전까지 갔던 미-중 무역분쟁은 지난 6월 G20회의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휴지기에 들어갔으나 이는 본격적인 2차전으로 돌입하기 전, 잠시 ‘숨고르기’였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250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25%의 고율 관세와 중국이 600억 달러 규모 미국 수입품에 대한 5%~25%의 보복성 관세 부과 조치는 철회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협정 이행에 대한 확실한 담보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합의 내용이 ‘상호존중’과 ‘대등한 관계’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양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부의 일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화웨이에 대한 제재 조치를 완화한 것 역시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한 전술에 불과한 것 이었다.

미 산업안보국(BIS)이 당초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명단(Entity List)에 추가한 조치는 변함이 없다. 여전히 미국기업이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 제품과 기술을 수출하고자 할 때 상무부로부터 수출허가를 승인받아야 하므로 사실상의 수출규제 조치에 해당한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중국에게 5G 기술 패권을 얌전히 넘겨줄 의향이 없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29일 G20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에 앞서 두 정상이 얼굴을 마주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연합뉴스/AP.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29일 G20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에 앞서 두 정상이 얼굴을 마주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사진=연합뉴스/AP.

최근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 분쟁의 전선(戰線)은 ▲ ‘중국 제조 2025’와 ▲ 산업보조금 기술 절취 등 불공정무역행위 ▲ 5G 기술 패권에 이어 환율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던 조치였었다. 

결국 재무부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에 이어 미 상무부는 중국의 ‘통화 보조금(currency subsidies)’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가 가능하도록 기존의 상계관세 규정을 개정하여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필요성이 꽤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2003년 민주당 출신의 척 슈머(Chuck Schumer)의원이 처음으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유도하기 위하여 중국에 대한 27.5%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에서는 여러 차례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다가 기각되는 형태가 되풀이 됐다. 

환율조작 행위를 보조금으로 간주하여 상계관세 조치를 통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전에 제기된 내용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와 같은 주장들에 대하여 이론적 문제점과 실질적 파급효과를 감안하여 현실화될 수 없었던 것이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현실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비록 상징적 조치라 하더라도 이번 조치가 기존의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했던 국제무역질서에 주는 함의는 매우 부정적이며 암울하기까지 하다.   

또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일련의 무역·투자 관련 조치는 자국의 수입규제 및 외국인투자 관련 법·규정을 개정하여 취하고 있는 것인데, 국가 간의 국제무역과 투자를 관장하는 다자무역규범상 허용되는 범위를 벗어난 일방주의적 조치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특히 상계관세 규정 개정 제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WTO(국제무역기구)보조금 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정성’과 ‘혜택’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자의적으로 확대해 상계관세의 부과를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모든 국가들에게 공평한 다자무역규범을 통해 자유무역의 증진을 추구했던 과거 미국의 모습은 이제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앞으로 한동안은 자국의 경제적 안위만 챙기는 ‘속 좁은’ 미국의 모습을 고통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 공세는 앞으로 한동안 지속될 뿐 아니라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한 2020년 대선까지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 포진해 있는 중국 강경론자를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추가로 어떤 분야를 공략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 이효영 박사는 서울대학교에서 국제통상 전공으로 국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청와대 경제수석실 등을 거쳐 현재 국립외교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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