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대상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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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대상 확대해야”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7.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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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29일 성명서 발표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대상 국내주식 한정…
근거조항 없어도 채권‧대체투자로 확대 가능”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29일 성명을 통해 국민연금공단 자산 중 사회책임투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29일 성명을 통해 국민연금공단 자산 중 사회책임투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국민연금공단 자산 중 사회책임투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국민연금이 극히 적은 규모의 국내주식에 한정해 사회책임투자를 시행하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전세계 기관투자자가 가입한 UN 사회책임투자원칙(PRI)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29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대상 자산군을 주식 뿐만 아니라 채권, 대체투자 등 모든 자산군으로 즉각 확대하기를 요구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현행 국민연금법에는 대체투자 관련 사회책임투자 근거 조항이 없지만 2006년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를 시행했을 당시에도 주식‧채권의 사회책임투자 관련 근거가 없었다”며 “법적 근거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공동투자자와 펀드 조성 시 투자자를 유치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글로벌 투자 환경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게 포럼 측의 주장이다. 포럼 측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모든 자산에 적극적으로 통합하는 사회책임투자 문화가 확산한 데다 위험 관리 차원에서 ESG를 일부 고려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5일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초안)’을 발표, 책임투자 대상 자산군을 비롯해 ▲책임투자 전략 ▲위탁펀드 규모확대 ▲벤치마크 변경 및 공개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주요 추진사항에는 ▲책임투자 원칙 등 지침 제·개정 ▲책임투자 담당조직 역량강화 ▲기업 ESG 정보공시 제도 건의 ▲책임투자 위탁펀드 운용 내실화 ▲기금본부 ESG 평가지표 결정·개선 및 평가결과 활용도 제고 등이 담겼다.

◆ 사회책임투자 생태계 형성 필요

포럼 측은 또 한국 자본시장에 사회책임투자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위탁펀드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산업‧기업의 ESG 수준을 제고한다면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펀드 규모는 26조7400억원으로 총 자산운용 규모의 4.18%에 불과했다. 이 펀드는 모두 국내주식 자산(직접운용 22조1600억원‧위탁운용 4조5800억원)으로 구성됐는데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위탁운용 대비 사회책임투자 위탁펀드 비중은 8.98% 수준이었다.

포럼 측은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위탁펀드 규모를 확대한다면 다른 공적연기금뿐 아니라 민간 기관투자자들이 사회책임투자 펀드를 출시하고 활발하게 운용할 것”이라며 “한국 자본시장에서 사회책임투자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관점에서 규모 확대에 대한 의사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국민연금이 ESG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산업‧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을 시행해야 한다는 게 포럼 측의 주장이다. 

한국에선 낯설지만 글로벌 사회책임투자자들은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글로벌 지속가능투자 연대인 GSIA(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30조6830억달러로 이 중 19조7700억 달러가 이 방식으로 투자됐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은 주로 모든 투자를 차단하는 ‘투자 배제 방식’과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비중 제한 방식’을 이용할 수 있다. 포럼 측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모든 자산군에 적용하는 방안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자 대안이 많은 해외투자는 두 방식 모두 이용 가능하다”며 “국내의 경우 주주권 활동을 통해 개선을 유도하면서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경우 투자 배제나 비중 제한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국민연금 ESG 평가지표 비판

국민연금의 ESG 평가지표가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국민연금 ESG 평가지표는 ▲환경 3개 사안‧12개 지표 ▲사회 5개 사안‧21개 지표 ▲지배구조 5개 사안‧19개 지표 등 총 13개 사안에 대한 52개 지표로 구성돼있다.

포럼 측은 “예를 들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대상의 기후 변화 노력을 구체적으로 평가해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고 있으나 국민연금의 평가지표로는 역부족”이라며 “재무적 위험 요소인 인권‧노동과 관련해서도 국민연금의 투자지표로 투자 대상 기업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ESG 평가지표를 결정하는 데에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책임투자분과 위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ESG 평가지표를 결정하고 필요 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책임투자분과에서 논의하고 있다.

포럼 측은 “ESG 평가지표는 개별 기업의 투자 의사결정, 주주권 행사 기준 등으로 직접 활용되는 사회책임투자의 핵심”이라며 “ESG 전문가로 추천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책임투자분과 위원들에게 평가지표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건 위원들을 ‘허수아비’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의결권전문위원회를 배제하고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에서 합병에 찬성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이전으로 퇴보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주주권분과의 경우 3인 이상이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전문위원회에 회부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책임투자분과 위원들에게는 ESG 관련 안건 제안이나 회의를 소집하기 위한 권한이 없다는 게 포럼 측의 설명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포럼 측은 주주권분과와 책임투자분과로 이원화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가 하나로 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는 모두 ESG를 기반으로 한 ‘두 바퀴’와도 같아 분리해 운영하면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포럼 측은 또 국민연금이 세계 3위 규모(이달 기준 적립금 700조원) 연기금이라는 사회적 지위에 맞지 않는 자기인식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수많은 공적연기금 중 하나라는 자기인식을 탈피해 유니버셜 오너십(universal ownership)을 가진 연금으로서 사회적 지위‧역할을 인식해야 한다”며 “오는 9월 발표되는 활성화 방안 최종안에는 이러한 철학과 의지를 전제로 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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