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 칼럼]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② 12라운드의 카운터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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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칼럼]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② 12라운드의 카운터 펀치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승인 2019.07.2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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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극복 동력, 20년 지난 시점에 우리경제에 부담
베이비 부머 퇴장, 원화 약세 이점 줄어들어
중국에 한국 수출 확대 전망 불투명
일본형 저성장의 길 빠지지 않아야...정책 시급해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저번 글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제조업경제가 걷는 일반 경로의 관점에서 보았다면 이번에는 외환위기 이후를 초점으로 분석해본다.

외환위기 이전과 그 이후 20년은 워낙 경제구조가 다르다. 경상수지 적자국에서 안정적인 흑자국으로 변신했다.

1990~1997년의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연평균 -1.6%였던 것에 반해 1998~2018년의 연평균 값은 3.4%이다. 최근 10년은 연평균 4.5%에 이른다.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엄청난 변화다. 1인당 국민소득도 외환위기 이후 20여년만에 1만 3000달러에서 3만 달러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훌륭하게 극복한 것이다. 2008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키코(KIKO) 사태를 동반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더 강한 경제구조를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1997년 12월 3일 미셸 캉드시 IMF총재(오른쪽)와 임창렬 당시 경제부총리(왼쪽)가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하고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997년 12월 3일 미셸 캉드시 IMF총재(오른쪽)와 임창렬 당시 경제부총리(왼쪽)가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하고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외환위기후 우리 경제 강하게 만든 요인 세가지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이 근본적 원인이 되었음은 틀림 없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인구구조, 환율, 중국의 수출중심 성장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우선, 인구구조를 살펴보자. 경제의 핵심계층은 40대다. 생산성이 높고 소득이 많아 소비도 많다. 우리나라 인구는 1958년 출생자부터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4년까지 높은 출산율이 이어져 1958~1974년 생이 약 1700만명에 이른다.

1998년 외환위기 때 58년 개띠는 41세이고 74년 범띠는 25세였다. 베이비부머가 막 문을 열고 40대로 들어오는 게 외환위기 때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에는 35~51세에 걸쳐 있었다. 실로 튼튼한 인구구조였다.

둘째, 환율의 영향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일부 대기업이 담당한다. 5대 기업이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에 이르며 10대 기업은 50%가 된다. 10대 기업이 수출의 절반을, 10~50대 기업이 20%를, 그리고 나머지가 30%를 담당하는 구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키코(KIKO) 사태도 같이 일어났다. 키코는 중소기업들이 주로 관련되어 있었고 대기업의 경쟁력 약화와는 관련이 없었음에도 환율은 1600원대로 치솟았다. 대기업은 이 때 환율 상승의 이점을 누렸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충격을 받으면 환율이 크게 치솟는다. 이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쟁력과 관계가 적은 환율 상승이기 때문에 위기가 와서 환율이 오를 때마다 수출 대기업들은 한 단계 점프하며 성장했다. 마치 그리스 문제로 유로화가 약세가 되면서 독일이 이득을 본 유로화 단일 통화시스템과 비슷하다.

지난 20년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두 번을 경험한 때였다. 우리나라와 같은 제조업 경쟁력을 가진 국가로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가 불안정해지면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일본과는 다른 구조다. 아베노믹스의 두번째 화살이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 약세를 유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셋째, 중국의 수출중심 성장이다. 내수만으로 단기간에 고성장이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에 중국은 초기부터 수출중심 성장전략을 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를 많이 하고 중간재를 수입해야 한다.

외환위기 후 20년 동안 우리나라는 국제분업 구조의 혜택을 누렸다. 일본에서 소재 부품을 수입하고 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의 고성장은 자연스레 우리나라 성장을 견인했다. 우리는 부품을 개발해서 수입대체를 하는 대신 수출에 자원을 할당했고 이를 통해 고성장했다.
 
2018년 기준으로 총 수출액 중 중국 비중이 27%에 이른다. 사상 최대이며 국가별로도 최대다. 국제분업에 깊숙하게 연관된 모습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을 감안한 대 중국 무역수지는 558억 달러 흑자다. 전체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액이 703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한중일의 기가 막힌 분업체계다. 결국 수입과 수출 모두 대외의존도가 높은 철저한 국제분업체계 과실을 마음껏 향유했지만 그만큼 의존도는 깊어진 시기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나라 경제는 견실해 보인다. 경제규모, 1인당 소득, 삼성 현대와 같은 글로벌 기업 등 선진국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오판하기 좋은 때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요인들이 반대로 돌아서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각각을 살펴 본다.

경제성장 이끈 세가지 요인, 20년 지나 경제구조적 위기 이끌지도  

인구구조의 좋은 시기는 정점을 넘어서고 있다. 외환위기 때는 58년 개띠가 40세로 진입했다면 지금은 60세로 진입했다. 향후 20년은 베이비부머가 60대 이후로 빠져 나가는 과정이다. 인구구조가 경제를 받치기는커녕 뒤집을 판이다.

환율 역시 경상수지 흑자와 많은 외환보유고로 인해 이전과 같은 환율 급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4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뿐 아니라 국민연금의 외환자산도 1500억 달러 정도 갖고 있는 걸로 추정된다. 환헤지를 하지 않기에 외화자산의 대부분이 외화통화로 되어있다.

외화예금도 700억 달러 정도 있다. 민간의 외환 보유규모가 많이 증가했다. 이는 우리 몸의 허벅지 근육 같은 역할을 해서 환율 급상승 때 완충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급작스런 컨트리 리스크가 아닌 이유로 환율이 50% 이상씩 급상승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고성장을 했던 국제분업체계도 약해지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하고 중국으로 중간재를 수출하던 분업체계에 도전을 받고 있다. 이번 7월 초 일본은 핵심 부품 수출에 관해 정부가 허가를 하는 쪽으로 규제를 시작했다.

게다가 중국은 수출위주의 성장정책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성장에서 투자비중은 줄고 소비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 내수시장에 제품을 많이 수출하기는 어렵다. 수출품은 주로 컴퓨터전자, 운송장비, 석유제품, 기계장비, 화학제품 등이기 때문이다.

장기 저성장 일본 모델? 경제위기 베네수엘라 모델? 

이 시점에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경제구조의 경직화는 경제에 타격을 준다. 방향은 올바르나 속도, 폭, 적용범위의 경직성이 복잡한 구조로 얽혀 있는 경제에 악영향을 준 것이다. 경제를 유연하게 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경직적이 되었다.

이 여파는 일시적이 아닌 연쇄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설상가상으로 향후에는 고령화라는 큰 언덕이 기다리고 있다. 언덕을 오르려면 몸을 가볍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언덕을 오르려는 사람에게 짐 하나를 더 얹은 격이다. 권투에 비유하면 12라운드 때 좀 쉬어야 하는데 오히려 카운터펀치를 맞은 셈이다.

우리나라는 이전 20년과 같은 성장은 어렵다. 루비콘 강을 건넜다. 앞으로 20년 정도 펼쳐질 길을 고민해봐야 한다. 일본형과 베네수엘라형을 개념적 예로 들 수 있다. 전자는 장기 저성장의 길이고 후자는 재정악화, 물가불안, 통화약세의 길이다.

일단은 일본형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 이후는 정책의 대응에 따라 다르기에 지금 논하기에는 실효성이 적다. 당장은 일본형의 길로 접어드는 걸 막는 게 급선무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장기신용은행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 CIO,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앞으로 한국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진단과 전망의 글을 정기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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