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타계1년] 다이내믹해진 '구광모號'...차분하게 고인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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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타계1년] 다이내믹해진 '구광모號'...차분하게 고인 추모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5.20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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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서 1주기 추모식
고인 경영철학과 삶 되새겨
LG임원진 400여명 참석
구광모 LG회장(작은 사진)이 지난해 6월 취임 후 LG그룹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광모 LG회장(작은 사진)이 지난해 6월 취임 후 LG그룹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LG그룹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20일 서울 여의도 LG트위타워에서 열린 고(故) 화담 구본무 회장 1주기 추모 행사를 마쳤다. 이날 추모식에는 구광모 LG회장을 비롯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주)LG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LG 임원진 400명이 참석해 고인의 경영 철학과 삶을 되새겼다.

구본무 회장 타계 1년. 창립 73년차에 접어든 국내 4위 재벌기업 LG는 40대 젊은 총수 구광모 시대를 맞아 지난 1년여 적잖은 변화를 겪었다.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경영이념의로 내세우며 'LG Way(웨이)'를 새로운 기업문화로 제시했던 구본무 회장과 또 다른 구광모 회장의 '뉴 LG'를 되짚어 봤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외부인사 영입 및 문책성 인사 등 파격적인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외부인사 영입 및 문책성 인사 등 파격적인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상(信賞) 대신 필벌(必罰) 원칙 도입

구광모 회장의 '뉴 LG'에서 읽을 수 있는 변화의 바람은 단연 '필벌 원칙' 도입이다. 단적으로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이 지난해 11월28일 임원 인사에서 취임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걸 꼽을 수 있다. 지난해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09년 스마트폰 출시 이래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비교적 긴 호흡에서 인사를 내는 LG그룹은 이례적으로 1년 만에 사업본부장을 교체했다. 재계 안팎에서 LG가 인사 기조인 신상에 필벌 원칙도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쏟아냈다. 

그동안 LG그룹은 사업을 책임지는 수장들에게 긴 호흡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3년 이상 자리를 지켜줬다. MC사업본부만 놓고 봐도 전임인 조준호 사장이 2015~2017년, 박종석 사장이 2010~2014년, 안승권 사장이 2007~2010년 등 최소 3년 이상 자리했다.  

LG의 인사 스타일은 한 마디로 '인화'로 요약할 수 있다. 성과주의에 따라 신상의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반면 부진에 따른 필벌은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하지만 구광모 회장 취임 후 파격적인 인사를 여럿 단행하고 있다. 황 전 사장 사례처럼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문장에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물론 순혈주의 전통을 깨고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신학철 3M 전 수석부회장의 LG화학 대표이사 선임을 꼽을 수 있다. 1974년 창사 이후 LG화학이 외부 인사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화합과 안정을 중시했던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합과 안정을 중시했던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과 전면전 선언

전통적으로 안정과 화합을 강조했던 LG그룹의 기조는 구광모 회장 취임 후 보다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대표주자는 구광모 회장의 외부 영입 인사 1호인 신학철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국제 소송을 제기해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기술유출'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과거 LG에서 보기 힘든 모습으로 LG화학은 소송 내용을 적극 알리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가전과 스마트폰 부문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LG는 TV 시장에서 경쟁사인 삼성이 생산하는 QLED(퀀텀닷) 스크린에 대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이름만 비슷한 제품"이라 평가절하하며 공세의 고삐를 강하게 쥐고 있다. 또 LG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국내 스마트폰 생산기지의 생산을 전격적으로 중단한 것은 물론 보안 논란 속에 미국의 강한 압박에도 중국 화웨이의 5G 이동 통신 장비를 도입하는 등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결정을 연이어 내리고 있다. "LG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구광모 회장 취임 1년 LG그룹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광모 회장 취임 1년 LG그룹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투자 늘리고 잡음 줄이고…미래먹거리 발굴에 박차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줄곧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로봇과 인공지능(AI), 전장사업 등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지주사인 (주)LG에 이례적으로 자동차부품팀을 신설했고, LG전자에 CEO 직속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테스크'를 둔 것도 구광모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였다. 

구광모호는 외부잡음을 줄이는 한편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LG 기업집단 계열사는 종전 70곳에서 75곳으로 늘었다. 모두 9개의 기업이 투자 및 물적분할 등의 과정을 거쳐 계열사로 신규편입됐고, 4개 법인은 흡수합병, 청산 등으로 계열사 명단에서 빠졌다. 

LG계열사로 추가된 곳 중 돋보이는 곳은 단연 로보스타와 로보메디다. 로보스타는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 기업으로 지난해 7월 LG전자가 지분 30%와 경영권을 인수했다. '지능형 자율공장' 구촉에 로보스타의 산업용 로봇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로보스타의 자회사 로보메디와 시너지도 기대된다. 로보메디는 의료용 로봇 개발 전문기업으로 LG전자가 최근 뛰어든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서 협업이 기대된다. 

지난해 9월 LG화학이 '전장사업 강화'를 명목으로 사들인 우지막코리아도 눈길이 간다. 우지막코리아는 자동차 전자장치와 가전용 모터의 핵심부품인 페라이트 마그네트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업체로 (주)LG에 자동차부품팀 신설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S&I(옛 서브원)의 물적분할로 서브원과 S&A CM 2개의 신설법인이 추가됐고, LG생활건강에 프리미엄 치약 브랜드 루치펠로코리아 인수 및 울릉군과 합작으로 울릉샘물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1년 사이 LG기업집단에서 제외단 계열사는 모두 4곳이다. 건축자재 시공전문기업인 하우시스이엔지는 LG하우시스로 흡수합병됐고, LG생명과학 산하 장애인표준사업장이던 사랑누리는 LG화학 산하 행복누리로 흡수됐다. LG생명과학은 이미 2017년 LG화학으로 흡수합병된 상태다. 

LG화학의 손자회사인 팜화옹은 자본잠식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 끝에 결국 청산 수순을 밟았고, LG오너일가인 구형모 씨 개인회사였던 전자부품 제조기업 지흥은 지난해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계열에서 제외됐다. 

재계 관계자는 "가전 부문을 제외한 스마트폰과 화학 등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LG가 구광모 회장 취임이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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