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트렌드] 밀레니얼세대, 그들이 살롱에 모이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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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트렌드] 밀레니얼세대, 그들이 살롱에 모이는 까닭은
  • 김이나 컬쳐 에디터
  • 승인 2019.04.0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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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와 직업대신 취미와 취향에 집중하는 오프라인 커뮤니티
워라벨을 꿈꾸며 영감을 찾는 새로운 트렌드`로서의 살롱 문화
조프랭부인 살롱에서 낭독하고있는 볼테르 [사진=위키피디아]
조프랭 부인 살롱에서 책을 낭독하고있는 볼테르 [사진=위키피디아]

 

남장 여자 조르주 상드와 창백한 천재 피아니스트 쇼팽은 어디서 처음 만났을까.

쇼팽이 조르주 상드를 처음 만난 것은 마리 다구 백작부인의 살롱에서였다.

다구부인은 연인인 음악가 리스트와의 스위스 도피여행에서 돌아와 살롱을 다시 열었고 리스트는 파리에 온지 5년째 된, 아직 사교계에 데뷔하지않은 쇼팽을 살롱에 초대했다.

프랑스어로 거실을 뜻하는 살롱(salon)은 돈많은 귀족들이 여는 사교장이었다예술가,사상가,문인들이 모여 들었으며 그들은 지식과 재능을 자랑기도 하고 돈많은 귀족의 후원을 얻어내기도 했다.

18세기 프랑스 조프랭 부인의 살롱에는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 몽테스키외, 디드로 등이 모여들었다. 달랑베르와 디드로가 백과전서를 발간하다가 판금조치를 당하자 20만 프랑을 후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살롱이 생겨나고 있다.

비대면(非對面) 문화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주도와 참여로 시작된 살롱은 이젠 '살롱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2030세대, 이른바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연필 대신 마우스를 쥐었고 공책보다 키보드가 익숙한 세대다.

그들이 이젠 오프라인 모임을 그리워한다. PC, 모바일로 모든 생활이 가능할 것만 같았던 그들이 자발적으로 살롱을 만들고 살롱에 모여든다.

 

살롱, 동호회의 업그레이드 버전?

사람을 모으고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동호회. 주로 취미나 기호가 같은 사람들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 공간을 개설하여 회원을 모집하고 만남을 이어나가는 모임이다. PC 보급 이후 동호회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만들어졌다.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다 가입도 탈퇴도 내맘대로 할 수 없는 커뮤니티-가족,친척, 동문, 회사-가 요구하는 의무, 강요된 멤버십에 짓눌린 사람들에게 동호회는 개인의 의사가 무엇보다 존중되는 모임이라는 장점을 지닌다.  반면 동호회는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만들어 지지 않았음에도 멤버들의 참여 정도에 따라 충성회원인지 아닌지를 감별하고 멤버를 등급별로 나누어서 정보공개도 차별을 둔다.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모임에 얼굴을 비춰야하며 이른바 번개모임 등에도 자주 나가야 한다. 열성멤버가 아니면 주위만 맴돌다가 탈퇴하기도 한다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만들었지만 그 안에서 나이로 지위로 충성도로 멤버들은 분류되고 등급 매겨진다.

그렇다면 누구보다도 자유와 개인성향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살롱을 만들고 살롱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얼까.

살롱은 동호회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일까? 아니면 설마 20세기 자기계발서에나 나오는 '인맥'이나 '네트워킹'을 만들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이들이 살롱을 찾는 이유는 쉽게 만들고 쉽게 삭제해버리는 관계들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고독감을 느끼는 탓이라고 한다.

온라인 메신저나 SNS를 통해 쉽게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비대면 문화에서 나타나는 관계의 즉흥성, 일회성은 사람들을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들로 만들어 버렸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살롱에 모인다.  사람과 사람이 '모임'으로써 만들어지는 자극, 반응, 소통, 관계,영향 등과 같은 유무형의 것들을 다시, 아니 처음으로  느끼고 싶어한다.  

 

밀레니얼즈, 살롱에서 영감을 얻다

살롱에 참석하는 이들은 면대면(面對面)을 감수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활동들을 불특정 다수들과 함께 한다. 사람 냄새를 맡고 온기를 느끼고 종이책장을 넘기고 벽에 걸린 그림을 들여다 본다.

인기 강사의 노련한 강의를 부동자세로 듣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더 많은 사람먼저 경험한 사람들과 평범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지식과 정보를 얻기보다 영감을 얻기 위함이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이미 많은 살롱들이 문을 열었다. ‘취향관’ ‘문래당’ ‘문토’ ‘신촌살롱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취미와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살롱 [사진=신촌살롱 페이스북]
취미와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살롱 [사진=신촌살롱 페이스북]

 

지난 달 와인 모임을 열었던 성수동 '신촌살롱'은 꾸준히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유명 예능 피디와 함께  '예능 캐스팅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배우처럼 희곡의 대사를 읊기도 한다.

살롱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속한 참가비 입금이다. 충성도나 인맥도 필요치 않다. 살롱 모임에 참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만이 필요하다.

제 11회 '이상한 살롱' [사진=이상아트 제공]
제 11회 '이상한 살롱' [사진=이상아트 제공]

 

살롱은 미술관에도 열린다. 서래마을에 위치한 '이상아트(관장 이상미)'는 매월 다양한 전문분야의 강연을 통해 철학, 문학, 예술을 논하는 이상한 살롱을 진행하고 있다.  4월 열린 살롱에는 3월 개최한 <Aquamarine : Youth>참여작가인 김수연, 박정윤, 박지현, 허진호의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됐다. 작품의 제작 기법과 미술 작품 판매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살롱 개최와 개설을 목적으로 망원동에 장소를 마련한 스타트업도 있다.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 열정에 기름붓기는 소셜 살롱 "크리에이터 클럽" 을 만들었다.  정기모임과 더모임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정기모임은 10여의 멤버들이 주어진 발제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경험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멤버들이 정한 발제로 진행되거나 멤버들이 수행한 자유 미션을 주제로 진행된다고 한다.

워라밸, 저녁이 있는 삶과 더불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살롱 문화.

18세기 프랑스 살롱에서 귀족과 부르조아가 차별없이 예술과 사상을 논했던 것처럼 21세기 대한민국의 살롱도 나이,지위가 더 이상 권력이 되지 않는, 취미와 취향만으로도 자유로운 소통을 할 수 있는 그런 '응접실'로 자리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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