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전우회의 베트남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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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전우회의 베트남 사랑
  • 김현민
  • 승인 2018.07.17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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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고엽제의 날 맞아 장학금 및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생계비 지원

 

월남전에서 고엽제 피해를 입은 전우들로 구성된 고엽제전우회가 18일 오후 24시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제21회 고엽제의 날「전우 만남의 장」 행사 계기로 장학금 및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생계비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장학금 기탁은 광주 숭일고등학교 3학년 1반 학생들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월남참전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엽제전우회에 정성어린 위문편지를 쓰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고엽제전우회에서는 학생들이 전쟁과 고엽제 참상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위문편지에 감명을 받아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제21회 고엽제의 날 「전우 만남의 장」 행사에서 장학금 1,000만원을 광주 숭일고등학교에 기탁키로 했다.

또 광주 숭일고등학교 3학년 김하현 학생이 대표로 위문편지를 낭독한다.

이날 행사에는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생계비 지원과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장학금 전달식도 함께 이루어진다.

이 생계비 지원과 장학금 지원은 작년 행사부터 해오고 있으며 올해는 2,400만원 규모로 베트남 이주여성 생계비 1,600만원(16명 각 100만원), 다문화가정 자녀 장학금 800만원 (16명, 각 50만원)을 지원한다.

 

광주 숭일고 3학년 김하현 학생의 위문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광주숭일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1반 김하현입니다.

학기 초, 12년의 교육과정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놓여진 저희에게, 담임선생님께서 한 해를 의미 있게 마무리하기 위해 뜻 깊은 활동을 해볼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고민스러웠습니다. 공부에만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쟁’ 하면 6.25전쟁만 알고 있던 저희에게, 담임선생님께서는 베트남 파병, 고엽제 등 저희가 알지 못했던 전쟁에 대한 사실들을 알려주셨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접한 저희는 ‘고엽제 전우회’ 사이트에 접속해 다양한 정보들을 알아보고, 인터넷 백과사전 등을 통해 부족한 내용을 보충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정보들을 접한 후, 저희는 우리들이 하고 있는 ‘공부’의 의미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자아의 성장을 통해 사회에 관심을 쏟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성찰해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부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아울러 미래에 우리가 어떠한 가치관과 역사관을 지닌 사회의 일원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통의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저희는 고엽제 전우회 여러분들께 진정어린 마음을 담아 편지를 띄우기로 하였습니다. 드리기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담임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기 전까지, 저희는 고엽제가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2000년 생인 저희는 무의식 중에 ‘전쟁을 마주하지 않은 세대’라고 위안하고, 그 깊은 상처에는 무지했습니다.

‘전쟁’은 문학 작품 속에서나 접할 수 있는 일인 줄로만 여겨왔고, 전쟁의 피해에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월남 전쟁에 참전하신 분들과 ‘고엽제 전우회’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저희의 인식은 바뀌었습니다.

삶의 경계에 놓여 많은 고통을 겪고 오신 분들, 또 겨우 돌아온 조국의 품에서도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셨던 분들의 사연을 듣고, 저희들이 한 없이 작게 느껴졌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세상을 이끌어 나갈 잠재적 인재, 학생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내용조차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많은 분들의 상처와 눈물을 묵시했던 저희의 어리석음을 뉘우쳤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바로 저희 주위에도, 고엽제가 무엇인지, 월남 전쟁이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저희가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 앞장서겠습니다.

손 편지를 적음으로써 참전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이해해, 당장 저희 주변의 친구와 가족에게부터 이러한 아픔을 지닌 분들이 계심을 알리겠습니다.

작은 파동들이 모여 넓은 호수를 울리듯이, 저희 마음 속의 간절함을 모아 사회를 울리겠습니다.

끝으로, 고엽제로 인한 희생자 분들의 유가족, 그리고 피해자 분들게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태 걸어오셨던 그 길, 이제는 저희가 함께 걷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년 7월 18일 제21회 고엽제의 날을 기념하며 김하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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