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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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김현민
  • 승인 2018.07.1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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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가 약자와 다툰다면 가슴아픈 일…정부가 최저임금 대책 내놓아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안도현 시인의 싯귀를 소개하며 “정부와, 국회, 대기업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한번씩 물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최저임금을 언급하면서 “저는 어젯밤에 뒤척이며 안도현 시인의 싯귀를 떠올렸다”며 그 싯귀를 읊었다.

이 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을 키우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저 임금 인상으로) 약자가 약자와 다툰다면 그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가 그런일이 없도록 더 많은 지혜를 내야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정부의 모든 부처가 지혜를 모아 소상공인들을 최대한 지원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연착륙시키도록 해야겠다”면서 “상가임대차 보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보호, 카드수수료 인하,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을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국회도 관련입법을 서둘러 줄 것”을 부탁했다.

이 총리는 “경제의 모든 잘못이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나 임차인 보호 때문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면서 “노동자의 저임금과 과로, 소상공인들의 취약한 처지를 오래 전부터 꾸준히 완화해 왔더라면 지금의 고통도 완화됐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참석한 장관들에게도 한마디 했다. 이 총리는 “장관들은 부처의 장이자 국무위원으로서 부처의 업무를 대하실 때도 국정 전체의 틀 안에서 보시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최고의 눈, 최고의 코, 최고의 입을 모아 놓는다고 최고의 미남 미녀가 되지는 못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 7월 10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이낙연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이낙연 국무총리 국무회의 모두발언 /자료: 총리실

 

저임금 근로자들께 적용되는 최저임금의 인상이 의결됐지만 노동계는 인상이 부족하다고 반발합니다.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시는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은 경영부담이 커졌다며 고통스러워하십니다. 인상의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도 노사 양측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약된 상황에서 정부는 최선 또는 차선의 길을 찾아 노력해야 합니다. 최저임금위원회라는 독립된 심의의결기구가 합법적 절차와 종합적 고려를 거쳐 내린 결정은 존중하고, 그에 따른 고통은 완화해 드리는 길이 그것입니다. 정부의 모든 부처가 지혜를 모아 소상공인들을 최대한 지원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연착륙시키도록 해야겠습니다. 상가임대차 보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보호, 카드수수료 인하,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을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국회도 관련입법을 서둘러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아르바이트생 등 저임금 노동자는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입니다.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은 노동자로서 보호받지도 못하는 또 다른 약자입니다. 약자가 약자와 다툰다면 그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입니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정부가 그런일이 없도록 더 많은 지혜를 내야겠습니다. 국회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을 키우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대처할 것입니다. 그러나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은 임대차와 프랜차이즈 등의 요인에서 더 많이 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야 소상공인들께 제대로된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경제의 모든 잘못이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나 임차인 보호 때문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합니다. 우리 경제는 노동자의 저임금과 혹사, 소상공인의 희생에 의지해 지탱하는 체제를 더는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노동자의 저임금과 과로, 소상공인들의 취약한 처지를 오래 전부터 꾸준히 완화해 왔더라면 지금의 고통도 완화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상공인 보호를 탓하기 전에 우리가 지금까지 노동자의 저임금과 과로를 얼마나 완화해 왔던가, 그리고 소상공인의 권익을 얼마나 보호해 왔던가를 되돌아보는 것이 공정합니다.

저는 어젯밤에 뒤척이며 안도현 시인의 싯귀를 떠올렸습니다. 저를 포함한 정부와 국회가, 대기업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한번씩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그 싯귀는 이것입니다.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제가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장관님들께 한 가지를 더 말씀 드리겠습니다. 장관님들은 부처의 장이지만, 동시에 국무위원입니다. 부처의 장은 부처의 업무를 총괄하고 책임지지만, 국무위원은 국정 전반을 보고 함께 책임지는 사람들입니다. 부처의 업무를 대하실 때도 국정 전체의 틀 안에서 보시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장관님들이 부처의 일을 최고로 잘하셔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최고의 국정이 되지는 못합니다. 최고의 눈, 최고의 코, 최고의 입을 모아 놓는다고 최고의 미남 미녀가 되지는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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